노스볼트도 못 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빅5' 체제 견고해지나

입력 2024-12-0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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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볼트도 못 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빅5' 체제 견고해지나
수율 90% 달성 어렵고 진입 장벽 높아…톱티어 고객사 확보 중요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가 파산한 가운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 3사를 비롯한 '빅5' 체제가 한층 더 견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기초 체력을 다지지 못한 업체들은 점점 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1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5년간 사실상 캡티브 마켓(독점 시장)인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K-배터리 3사와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만 상위 5위 내에 들었다.
올해 1∼9월만 놓고 보면 CATL(26.3%)과 LG에너지솔루션(25.8%)이 20% 중반대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SK온이 점유율 11.0%로 그 뒤를 이었다. 파나소닉(9.9%)과 삼성SDI(9.2%)는 9%대 점유율로 4위와 5위에 각각 자리했다.
상위 10위 중 '빅5'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점유율이 모두 5% 미만이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로 논란이 된 파라시스(10위)의 경우 점유율이 1.8%에 불과하다.

이는 그만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기술·자금 면에서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규모 양산시 수율 90% 이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에 파산한 노스볼트의 경우 셸레프테오 공장의 배터리 연간 생산 능력이 최대 16GWh(기가와트시)였지만 실제 연간 생산량은 1GWh에 불과할 정도로 배터리 수율 향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BMW와 폭스바겐 등 노스볼트 지분을 가진 완성차 고객사마저 낮은 수율에 따른 품질 문제로 잇따라 계약을 취소하며 자금난이 본격화됐다.
올해 6월 BMW가 품질 문제로 20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주문을 취소하고 삼성SDI로 돌렸고, 7월에는 폭스바겐도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노스볼트의 배터리 품질을 검증하는 등 계약 재검토에 돌입했다.
노스볼트는 특히 중국 장비업체들로부터 턴키(일괄생산) 방식으로 구매한 전극공정에서 현장 노동자 숙련도 측면에서 제조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며 양품 비율이 50%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연기금을 비롯해 폭스바겐, BMW, 골드만삭스를 대주주로 두고 있고, 수주 물량만 77조원에 달해 시장에서 약 200억달러(약 28조원)의 가치로 평가받았던 유럽 최고의 배터리 기업조차 배터리 양산에 실패한 셈이다.
첨단 제조업 중 생산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의 숙련도가 중요한 것으로 알려진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20년 이상 배터리를 생산해 온 유수의 글로벌 톱티어(일류) 배터리 기업들도 신규 공장 가동 시 정상적인 수율(90% 이상)을 달성하는 데 통상 6개월에서 1년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은 통상 신차 출시 3∼4년 전에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업체와 스펙을 선정한다"며 "BMW가 노스볼트 수주를 중간에 철회한 것처럼 앞으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납품 업체를 선정할 때 배터리 제조업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요소를 더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빅5'를 제외하고 글로벌 톱티어 완성차 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한 중소 배터리 기업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빅5'의 경우 CATL은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지리그룹, 스텔란티스 등을 고객사로 갖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테슬라와 GM, 포드 등을 고객사로 확보해둔 상태다. SK온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폭스바겐, 다임러, 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납품 중이다.
삼성SDI는 BMW를 비롯해 포드, 폭스바겐에 공급하고 있으며,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주력 납품 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확실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갖지 못한 중소 규모의 중국·유럽 배터리 기업들의 연쇄적인 자금난이 예상된다"며 "이미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한국 배터리 3사를 중심으로 배터리 빅5 체제가 공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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