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 총통, 태평양 도서국 순방 계기 하와이·괌 방문…中, '美 무기판매'도 반발
하와이선 최고 예우로 환영 행사…하와이 주지사 등 공항 '레드카펫 영접'
(베이징·타이베이=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김철문 통신원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을 계기로 미국 하와이에 발을 들인 가운데, 중국 외교부가 미국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중국은 어떠한 형식으로든 미국과 대만의 공식 교류에 단호히 반대하고, 대만 당국 지도자가 어떤 명목·이유로든 미국을 쏘다니는 것(竄美)에 단호히 반대하며, 미국이 어떤 형식으로든 '대만 독립' 분열 분자 및 그 분열 행동을 지지·종용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이어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이 라이칭더의 '경유'를 안배해준 것을 엄중히 규탄하고,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출('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의미하는 중국식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자 중미 관계에서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중국은 사태의 발전(변화)을 면밀히 주목하면서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라이 총통은 전용기편으로 지난달 30일 오전 7시 30분께(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했다고 중국시보와 연합보 등 대만언론이 1일 보도했다.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잉그리드 라슨 집행이사와 위다레이 주미 대만대표가 기내에서 영접했고,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 하와이주 방위군 사령관을 역임한 아서 로건 호놀룰루 경찰서장이 공항 환영 행사에 나섰다.
한 관계자는 호놀룰루 공항청사에서 도착 행사가 열리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처음으로 전용기 옆에 깔아 놓은 레드카펫에서 꽃 선물이 전달되는 등 최고 예우로 행사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라이 총통은 하와이에 이틀 체류하는 동안 비숍 박물관, 하와이 비상관리국(FEMA), 진주만의 USS 애리조나 기념관 및 하와이 싱크탱크 '동서센터'(EWC)에서 비공개 교류와 회담에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중 성향의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주리룬 주석은 라이 총통의 순방이 미국 '본토'를 경유하지 못한 것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취임한 라이 총통은 지난달 30일 태평양 도서국인 마셜제도·투발루·팔라우를 방문하는 6박7일 간의 '번영하는 남쪽 섬, 지혜의 영속' 순방길에 올랐다.
그는 하와이에 이어 마셜제도·투발루를 거쳐 미국령 괌에서 다시 하루 체류하고, 팔라우를 거쳐 6일 대만으로 돌아간다.
'하나의 중국'을 주창하는 중국의 압박 속에 외교 무대가 극히 제한된 대만은 총통의 미국 경유를 미국과의 관계를 직접 다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왔고, 중국은 그때마다 무력시위를 펼치며 반발했다.
지난해 4월 차이잉원 당시 총통이 중앙아메리카 수교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경유하면서 케빈 매카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과 회동하자 중국군이 '대만 포위' 훈련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라이 총통의 이번 순방을 문제 삼아 또다시 대만을 겨냥한 군사 훈련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라이 총통의 해외 순방을 하루 앞두고 F-16 전투기와 레이더에 필요한 예비 부품 3억8천500만달러(약 5천377억원)어치를 대만에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한 것에도 반발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별도로 게시한 입장문에서 "중국 대만 지역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공동성명, 특히 '8·17 공동성명'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은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고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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