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실제 터질지, 위협용으로만 쓸지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주식이냐, 채권이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복귀를 앞두고 신흥국 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주식이 좋을지, 채권이 나을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이곤 자산운용의 미국 및 신흥시장 채권 책임자 제프 그릴스는 트럼프 2기를 맞아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 중 어느 쪽이 좋을지는 트럼프가 주요 경제국에 관세를 얼마나 공격적으로 부과할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트럼프가 멕시코와 중국 등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적극 이행한다면 신흥국 주식에는 매우 부정적이고 채권에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반대로 관세를 무역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로만 사용한다면 주식이 더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흥국이 발행한 달러 표시 채권은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첫 3년 동안 신흥국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인데, 신흥국 주가지수가 9% 올랐고, 채권은 8.4% 상승했다. 절대 수치는 주식이 높지만 채권은 변동성이 주식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주식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국가 채권의 수익률은 15%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다.
지난달 초부터는 채권 수익률이 훨씬 높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주가지수는 3.7% 하락한 반면 블룸버그의 신흥국 달러 표시 채권 지수는 여전히 플러스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신흥국 주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초부터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10월 초부터는 시장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서면 신흥국들에 관세가 높게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확산하자 10% 가까이 하락했다.
디파이언스 ETF의 실비아 자블론스키 대표는 "지난 1년간 세계적으로 불안이 이어지고 경제도 불확실해지면서 채권 선호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매력적인 수익률의 채권을 발행한 국가들이 있었고,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신흥국 주식시장은 미국 관세에 크게 영향을 받는 중국, 한국, 인도, 대만이 비중의 73%나 차지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 비해 채권 지수는 분산이 잘 돼 있어 중국의 비중이 10%에 불과하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중국 주가지수는 8% 하락했고 이로 인해 전체 신흥국 지수도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흥국 채권 지수는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모닝스타 웰스의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 도미닉 파팔라도는 "신흥국 채권과 신흥국 주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중국에 대한 노출도"라면서 "올해 중국 주식의 변동성이 신흥국 주식과 채권 간의 성과를 가른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내년의 경우 미국의 경제정책과 성장세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전망이다.
내셔널와이드 펀드 그룹의 마크 해켓 투자 리서치 책임자는 "성장이 약하면 금리가 하락하고 기업도 수익을 내기 어려워져 주식보다 채권의 상대적 성과가 더 커질 것이며, 성장이 좋아지면 결국 금리가 상승하고 수익이 개선돼 채권보다 주식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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