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의 '달러 패권' 도전…'관세 카드' 꺼내든 트럼프

입력 2024-12-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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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의 '달러 패권' 도전…'관세 카드' 꺼내든 트럼프
러시아, 中과 손잡고 脫달러 결제시스템 구축시도
트럼프 강력 경고…'브릭스에 100% 관세' 엄포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1944년 브레튼우즈 회의 이후 현재까지 미국은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 결제 시스템을 주도하고 있다.
국제 무역결제는 물론이고 원유와 금 같은 상품, 나아가 무기 거래도 달러 결제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은 비정상적인 자금조달과 제재 회피 징후를 신속히 포착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 가운데 달러화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른바 '달러 패권'을 흔들려는 여러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도전은 미국과 패권도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 그리고 달러 기반의 국제결제 시스템에서 배제된 러시아로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반서방경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록을 통해 탈(脫) 달러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브릭스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7.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서방의 주요 7개국(G7)의 GDP보다 큰 규모이다.



올해 의장국으로서 브릭스 정상회의를 개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92년 세계 GDP에서 G7 비중은 45.5%였고 브릭스 국가들 점유율은 16.7%였다. 2023년엔 브릭스 비중은 37.4%, G7은 29.3%를 차지한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는 미국 달러 패권 흔들기의 전초전으로 평가됐다. 달러 결제와 다른 브릭스 자체의 결제 시스템 구축방안이 집중 논의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됐다. 또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약 3천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자산을 동결한 상태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현재 중국 위안화를 주로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루블과 중국의 위안 거래는 급증했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양방향 무역규모는 2천4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로서는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달러 결제 시스템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몰렸다. 이를 해결할 공간으로 브릭스가 활용되는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이른바 '브릭스 브리지(BRICS -Bridge)'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릭스 회원 국가간 결제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미국과 패권경쟁에 나선 중국의 도전은 더욱 직접적이다. 중국은 적극적인 통화 스와프 체결을 통해 아랍권과 중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위안화 결제율은 지난 7월 4.7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결제율에는 아직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갈수록 그 비중이 높아가고 있어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디지털 화폐를 통해 달러 지배력 약화를 시도하고 있다. 막대한 달러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하고 디지털 화폐 보유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대외 거래에서 서로의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사용을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고 디지털 위안화를 국제 결제 시스템의 중심으로 만들려는 중국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질서를 구축해 미국에 도전하려는 것이다.
브릭스의 도전과 디지털 화폐 결제의 확대라는 도전 요소가 있지만 아직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미국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새로운 자체 통화든, 기존 통화든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는 브릭스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관세 카드'가 최고의 무기로 등장한 점이 특징이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과거보다 더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펼칠 것임을 예고하고 있어 달러의 위상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전문가들은 주시하고 있다.
달러 결제 시스템을 굳건히 지키려는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 러시아의 움직임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세력균형과 경제 안보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lw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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