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전국상의 회장 회의' 열려…"기존 방식 뛰어넘는 파괴적 제도혁신 필요"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강태우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일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프리존을 훨씬 더 크게 메가 단위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 안에 상당히 많은 문제를 풀어낼 방법론을 만들어 문제를 한꺼번에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통해 "사회적인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일석다조'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지금 같은 방법을 되풀이해봐야 해법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며 저성장 고착화를 경고하고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 지역경제가 엄중한 상황"이라며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파괴적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모든 방식은 돌 하나, 화살 하나로 새 한 마리 잡자고 계속하는 것"이라며 "그나마도 명중률이 안 좋아서 돌 던지고 화살을 쏴도 새를 못 잡는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메가샌드박스는 영어로 '올인원 이노베이션 플랫폼'(All-in-One Innovation Platform)"이라며 "어떤 문제를 해결한다는 게 꼬리를 물고 있는 다른 문제들까지 같이 고려해서 풀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메가샌드박스는 대구·경북, 강원권, 충청권 등 광역 단위 지역에 특화된 미래 전략 산업을 선정해 규제를 유예하고, 관련 교육·인력·연구개발(R&D) 등 인프라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 회장은 "요즘 인공지능(AI)이 많이 나오는데, 첨단기술과 전통산업 융합을 촉진해야 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서부터 민생 문제까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어진 강연에서 대구를 AI 시범도시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대구 시민이 챗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을 사용해 생산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업이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거나, 데이터를 합성시키는 데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대구를 AI 시범도시로 만든다고 하면 참여자 숫자는 대구 시민 한 100만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시민들이) 나와 있는 AI를 매일매일 써보고 피드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러한 피드백은 새로운 모델,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특히 이를 활용하기 위해 수많은 AI 스타트업들이 (대구로) 오지 말라고 해도 모여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56개 전국상의 회장 등이 참석했다.
홍 시장은 "대구경북을 통합해서 대구경북특별시가 되면 대구경북 전체를 규제프리존 지역으로 만드는 법안을 제가 만들어서 정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수도권보다 훨씬 좋은 기업투자환경이 생기고 거기에 덧붙여 (좋은) 교육환경, 의료환경, 그리고 복지 환경, 문화환경도 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가샌드박스 모델의 개념과 사례에 대한 전문가 발표도 이어졌다.
박형곤 딜로이트 파트너는 주제 발표에서 "메가샌드박스는 단순히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 전반에 걸친 혁신을 도모하는 새로운 접근"이라며 "신기술·신산업 모델을 특정 영역 내에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지역경제에 미래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민간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정부와 지자체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인프라 및 정주 환경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역 정책의 초점이 바뀌어야 한다"며 민간 주도의 거버넌스 마련을 주장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게 지역경제와 상공인을 대표하는 전국상의 회장들의 역할"이라며 "메가샌드박스 도입을 비롯해 각종 기업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을 통해 한국경제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상의는 대(對)국회·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전국 광역상의 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외협력위원회·글로벌협력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이를 토대로 상법, 자본시장법, 노동법 등 국회 현안에 즉각 대응하는 한편, 공급망 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공유하고,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지원 등에 나설 계획이다.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과 관련, "글로벌 정상과 CEO가 모이는 계기이며 이 기회를 잘 이용해서 대한민국의 위기 속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위중득기(危中得機)를 해야 할 시기"라며 전국 상의의 역할을 당부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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