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헤지펀드 입장문 "고려아연 배당금 늘어도 주주 배분 부실"
공개서한·타주주 연대 검토…3년 전 SK케미칼에도 행동주의 활동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비철금속 기업 영풍[000670]이 국내 자산운용사에 이어 해외 헤지펀드에서도 주주가치 제고 요구를 받았다.
싱가포르 헤지펀드 운용사인 메트리카파트너스는 3일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 입장문에서 "최근 머스트자산운용이 영풍에 대해 시작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을 지지하며 영풍이 주주환원 정책과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메트리카는 직간접적으로 영풍의 지분 약 1.5%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6년 출범 이후 꾸준히 한국 시장에 투자를 해왔으며, 특히 2021년 SK케미칼[285130]를 대상으로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벌이며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지분 매각을 요구해 주목받았다.
메트리카의 데이미언 에드워즈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입장문에서 "영풍은 주가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이고, 고려아연[010130] 성장에서 나온 과실을 나누는 데 인색했다"며 "영풍이 받는 고려아연 배당금이 2019년부터 최근 사이 약 560억원에서 1천560억원으로 크게 올랐지만, 정작 자사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은 이 기간 내내 연 170억원으로 변화가 없다"고 비판했다.
에드워즈 CIO는 영풍이 올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맺은 경영협력 계약이 미공개된 내용이 많아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계약은 MBK·영풍 연합이 향후 고려아연의 지배권을 확보하면 기업 경영은 MBK가 맡고, 고려아연 최대주주였던 영풍 측은 지분을 특정 조건에 따라 MBK에 넘기는 것이 골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 지분을 둘러싼 특정 권리를 주고받는 것이 계약의 핵심인데, 이런 중요 지분의 양도는 주주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나 이에 관한 공개 설명이 없다"며 "MBK와 영풍이 소수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계약 구조를 짰는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메트리카는 또 회사 측이 주주환원율 목표 등을 명시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발표하고, 주가 저평가 문제의 해결과 경영진 보상을 연계하며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등의 거버넌스 개선안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메트리카는 이런 요구안을 협의하고자 앞서 영풍과 비공개 면담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면담을 재추진하고 이 시도가 실패하면 공개 주주 서한의 발송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영풍 주주명부를 입수해 다른 주주들과 기업가치 개선과 관련해 견해를 나누고 연대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고려아연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했던 영풍이 정작 자사 주주가치는 소홀히 한다'며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했고, 이번 주 영풍 측과 대표 간 미팅을 할 예정이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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