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공격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 비판…"계속해서 법만 따를 것"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아카네 도모코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은 2일(현지시간) ICC를 향한 미국과 러시아의 위협과 제재를 겨냥해 ICC의 존재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카네 소장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3차 ICC 당사국총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과 러시아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고 표현했다.
ICC가 공개한 아카네 소장 연설문을 보면 그는 ICC에 대한 공격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카림 칸 검사장 등에 대한 러시아의 체포영장을 언급했다.
아카네 소장은 "몇몇 선출 당국자들이 국제법과 법적 틀에 따라 사법적 의무를 충실하고 근면하게 이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부터 체포영장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러시아는 이를 주도한 칸 검사장 등을 상대로 한 형사소송과 수배령 등으로 대응했다.
아카네 소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며 ICC를 비판했던 미국도 입에 올렸다.
그는 "법원이 마치 테러 조직인 것처럼 또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부터 가혹한 경제 제재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조치는 모든 상황과 사건에서 재판소의 운영을 빠르게 훼손하고 그 존재 자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는 재판소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려는 모든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우리의 기능을 정치화하려는 노력들을 단호히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모든 상황에서, 항상 법만 준수해왔고 앞으로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ICC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미 하원은 지난 6월 ICC 관계자에 대한 경제 제재와 미 입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지난달 네타냐후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은 ICC를 '사기꾼', '정치적으로 동기화된 집단'이라 부르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차기 정부가 ICC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정부에서 ICC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전쟁범죄 의혹 수사에 반발, 당시 파투 벤수다 검사장 등 ICC 관계자들에게 미국 내 자산동결과 여행 제한 제재를 가한 바 있다.
7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124개 회원국이 참석, ICC 예산과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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