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요동치는 금융시장에 '설상가상' 경제 불안

입력 2024-12-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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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워치] 요동치는 금융시장에 '설상가상' 경제 불안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경제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엔 호재도 있고 악재도 있는데 악재보다 나쁜 건 '불확실성'이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호재건 악재건 그 영향이 반영되고 난 뒤엔 재료로서의 가치가 사라지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은 지속적으로 남아 심리를 억누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시장에선 예상됐던 악재보다 예상치 못한 충격이나 미래를 예상하기 힘든 불확실성을 더 두려워한다.



간밤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의 여파로 4일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팔자' 공세가 거세지면서 코스피가 약 2%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달러당 1,442.0원까지 폭등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밤새 30% 이상 폭락해 개당 8천만원대까지 밀렸다가 1억3천만원 선을 회복했다. 국고채 금리도 올랐고 국가 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소폭 반등했다가 안정됐지만 불안감은 남아있다.

금융시장의 단기 충격은 점차 진정되겠지만 문제는 정국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폭이다.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인해 정국은 탄핵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고 그로 인한 극도의 혼란과 불안정이 금융시장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를 짓누르는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시중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금융당국도 증시안정펀드 가동을 준비하는 등 시장안정 조치를 공언했지만, 정치 불안으로 파생되는 시장의 불안과 혼선을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이미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엄혹한 상황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구조개혁 미진, 성장동력 부재 등이 겹쳐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왔던 수출은 증가세가 갈수록 둔화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석 달 새 16조원가량이나 팔아치웠다. 수출이 경착륙하고 내수 부양이 없으면 장기간 불황 국면이 지속되는 'L' 자형의 장기 불황이 예상된다는 민간 연구소의 경고까지 나왔다.

우리 경제가 갈수록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초입 국면과 닮아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성장동력 부재, 기술개발과 구조개혁 미진 등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20일 출범할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고율 관세 부과를 무기 삼아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까지 옥죄며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의 기치를 내걸었다. 격변하는 대내외 여건 속에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의 궤도를 찾아갈 신속하고 긴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hoon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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