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 함락되면 수도 고립…정부군, 외곽 공습하며 필사적 저지 시도
전쟁 대비 식료품 사재기에 물가 폭등…난민 37만명까지 불어나
미, 자국 교민에 "민항기 이용가능한 지금 시리아 떠나라" 경고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시리아 주요 도시 두 곳을 이미 점령한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제 3의 도시 홈스로 진격하면서 지난 달 말 재점화한 내전이 결정적인 기로에 섰다.
지금까지 반군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온 정부군이 홈스마저 내준다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본거지인 수도 다마스쿠스는 다른 정부군 기지로 가는 경로가 막혀 고립 신세가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군은 중부로 병력을 재배치하고 홈스 인근까지 도달한 반군을 향해 공습을 퍼부으며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중부 거점 도시 하마를 장악한 반군은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도시 홈스로 진격 중이다.
반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홈스에 집결한 정부군은 반군이 장악한 북쪽을 향해 공습을 퍼부으며 저지를 시도하고 있다.
시리아 국영 사나 통신은 정부군의 지원군이 홈스에 도착했으며 도시를 방어할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정부군을 돕는 러시아군도 합세해 홈스 북부 외곽 지역에서 공습에 나서면서 어린이 5명을 포함한 민간인 20명이 숨졌다고 시리아 내전 감시 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밝혔다.
홈스를 둘러싼 전투는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아사드 정권의 생존 여부를 판가름할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중서부에 위치한 홈스가 반군의 손에 들어간다면 남부에 동떨어져 있는 아사드 정권의 본거지 수도 다마스쿠스는 서해안에 위치한 다른 정부군 기지와 러시아군 기지로 접근이 막히며 고립된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제롬 드레본 선임 분석가는 "만약 홈스가 무너진다면, 아사드 정권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모르겠다"며 홈스 함락 시 아사드 정권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군은 동부에 배치됐던 병력을 급히 중부로 재배치하는 등 결전에 대비하고 나섰지만, 반군의 기세를 목격한 시민들은 임박한 전쟁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날 반군의 진격 소식에 홈스와 다른 도시를 잇는 주요 도로들은 홈스를 빠져나가려는 정부 지지자들로 가득찼다고 WSJ이 전했다.
반군이 2주도 채 되지 않아 두 개 주요 도시를 점령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수도 다마스쿠스 시민들은 언제든 수도 복판에서도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잠겼다.
AFP에 따르면 전쟁 대비에 나선 주민들이 식료품 등을 사재기하면서 이 지역의 식료품 가격은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 반군과 정부군의 휴전 이후 평화가 이어지며 활기가 넘쳤던 다마스쿠스의 식당가들은 이제 저녁이면 버려진 것처럼 휑한 모습이었다고 AFP는 전했다.
대학가의 기말고사, 축구 경기 등의 주요 일정도 무기한 연기됐다.
다마스쿠스 주민 샤디는 "단 일주일 만에 벌어진 모든 일들은 너무 압도적이며 우리의 이해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면서 "걱정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지만 침착함을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재점화한 내전에 난민도 급증하고 있다.
반군이 역습에 나선 지난 달 27일부터 시리아 전역에서 발생한 난민은 최소 37만명으로 추산된다고 유엔이 이날 밝혔다.
시리아 전역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 국무부는 이날 시리아 내 자국민들에게 "상업 항공편이 이용 가능할 때" 시리아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홈스 전투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이란과 러시아 입장에서도 이번 내전에 개입 정도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홈스가 위치한 홈스 주는 레바논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이란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에 무기 등을 조달하는 중요한 경로이자 요충지기 때문이다.
이에 그간 이스라엘과 전쟁 여파로 여력이 없던 헤즈볼라도 시리아 정부군을 돕기 위해 홈스에 병력을 파병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시리아 군사 당국자를 인용해 헤즈볼라 엘리트 병력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홈스에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시리아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침략 시도에 여러 차례 노출된 악연이 있는 이라크도 반군의 공세가 거세지자 정부군을 도와 전쟁에 개입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반군을 주도하고 있는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은 이미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알카에다 등과 연계를 공식적으로 끊고 이라크 침략에도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라크 정부가 이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현재 시리아와 국경 지역에 정규군과 민병대 병력 수천명을 보내 보안을 강화한 상태다.
한편 북쪽에서 홈스를 향해 진격 중인 반군은 이날 남부에서도 요르단과 인접한 핵심 도시 다라를 80% 장악하는 등 전방위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동부에서도 정부군 병력이 홈스 방어를 위해 빠져나가면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이 점령지를 넓히는 등 아사드 정권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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