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살장' 악명…철제 압축기와 밧줄 발견·지하에는 썩은 물 가득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이후 이 정권이 정치범들을 수감했던 감옥의 참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반군 등이 다마스쿠스 인근 세드나야 감옥을 촬영한 동영상에는 교수형과 고문, 성폭행 등이 대대적으로 자행됐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세드나야 감옥은 아사드 정권 폭압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아사드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끌려온 정치범들이 수감됐다. 이들은 대부분 생사도 모르는 채 그대로 연락이 끊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다마스쿠스를 장악한 반군은 세드나야 감옥의 수감자들을 석방했다. 반군은 앞서 진격 과정에서 점령한 도시마다 중앙 감옥을 열고 죄수들을 풀어줬다.
수감자 석방과 함께 공개된 영상을 보면 세드나야 감옥에는 사람의 뼈를 부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철제 압축기가 있고 바닥에는 고문 방법을 알 수 없는 붉은색 긴 밧줄이 버려져 있다.
올가미 모양으로 끝이 묶여있는 모습의 밧줄도 발견됐다.
감옥의 중앙에는 끝이 없어 보이는 나선형 계단이 있고, 계단을 둘러싼 쇠창살 뒤에는 감옥의 각 동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문이 있다. 반군에 따르면 각 동은 각기 다른 고문에 특화돼있으며 외부로 통하는 창문은 없다고 한다.
감옥 지하에 있는 독방은 썩은 물로 가득 차 있어 수감자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갔음을 추정케 했다.
수감자들은 돌바닥이 피와 땀으로 범벅된 감옥에서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허락 없이 말을 하거나 잠을 자면 담요와 옷은 압수됐고, 친척을 서로 고문하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처형당했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풀려난 한 수감자가 뼈가 부러진 탓에 걸을 수 없어 엉덩이를 바닥에 댄 채 몸을 질질 끌면서 이동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세드나야 교도소 실종자 협회(ADMSP)가 2022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세드나야 감옥에서는 3만명이 넘게 처형되거나 고문, 열악한 의료 시설,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됐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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