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검열 다룬 저예산 페미니즘 영화에 MZ여성들 열광

입력 2024-12-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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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 검열 다룬 저예산 페미니즘 영화에 MZ여성들 열광
NYT 등, 33세 중국 여성 감독의 '허 스토리' 흥행 돌풍 조명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중국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인 성차별과 정부 검열을 다룬 저예산 영화가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33세 여성 감독 사오이후이가 제작한 영화 '허 스토리(Her Story)가 중국에서 3주 연속 박스오피스를 석권하고 있다.
싱글맘에 대한 고정관념, 여성이 당한 가정폭력, 한탄스러운 중국 검열 등을 담은 이 문제적 작품의 흥행은 쉽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NYT는 전했다.
특히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조차 찬사를 보낸 이 영화는 올여름 전 세계 박스 오피스를 휩쓴 페미니즘 영화 '바비'에 대한 '중국의 응답'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사오의 두 번째 장편영화인 이 작품은 어린 딸을 둔 실직한 싱글맘이 상하이에서 겪는 경험과 고난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논쟁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러스한 장치를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비껴갔다.
처음에는 최소한의 도시에서만 개봉했지만, 여성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입소문에 힘입어 현재 중국 전역에서 상영하고 있다.
중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더우반'에서 10점 만점에 9.1점을 받았으며, 7천700만달러(약 1천102억원)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중국에서 여성 중심 서사의 영화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인민일보는 지난달 말 논평을 통해 이 영화가 일상생활의 유머러스하고 부조리한 면을 잘 묘사했다고 칭찬했다.
이 논평이 영화가 제기한 여성 이슈 측면을 부각하지는 않았지만, 예상외의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NYT는 짚었다.
또 이에 대해 영국 런던대의 중국영화학 학자인 샤오닝 루는 "정치적인 선을 넘지 않는 한 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이 영화는 일부 남성 관객들 사이에서는 남성을 무능하고 광대처럼 표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남성 네티즌들이 주로 이용하는 스포츠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영화는 10점 만점에 4.9점의 평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사오 감독은 한 공식 석상에서 "성별 적대감을 자극하는 데 관심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감독은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누군가 극단적인 의견을 냈기 때문"이라면서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매우 부드러웠다면 그것은 아무 의견도 없는 것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한 옹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에는 이 영화 곳곳에 숨겨진 페미니스트들과 상징을 찾아낸 이스터에그(몰래 숨겨놓은 메시지) 관련 게시물이 수천만 건 이상 게시됐다.
이 영화의 원제인 하오둥시(好東西)는 '좋은 일'이라는 뜻인데, 한자 '하오'(好·좋을 호)를 해체하면 '여자(女子)'가 된다는 해석까지 곁들이며 중국 네티즌들은 상찬을 이어가고 있다.
su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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