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군에서 화생방(방사능·생물학·화학) 무기를 총괄하는 고위 간부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대로변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타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모스크바 남동부 랴잔스키 대로의 아파트 입구 근처에 있는 스쿠터(킥보드)에 장착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과 그의 보좌관 등 2명이 사망했다.
키릴로프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 모스크바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한 러시아 군 관리 중 가장 고위급이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스베틀라나 페트렌코 수사위 대변인은 "테러, 살인, 불법 무기 밀매 관련 조항에 따라 형사 사건이 시작됐다"며 "이 범죄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와 검색 활동이 수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폭발로 이 건물의 1∼4층 유리가 깨지고 주위의 차 여러 대가 파손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눈 쌓인 도로 위에 키릴로프와 그의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있는 사진들도 공개됐다.
수사위는 폭발 장치가 원격으로 조종된 것으로 보고 현장 주변의 감시카메라 영상을 수집하며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논평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AFP 통신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내부 소식통이 "키릴로프의 제거는 SBU의 특수작전"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SBU는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한 혐의로 키릴로프를 기소하기도 했다. SBU는 2022년 2월부터 전장에서 4천800개 이상의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기록됐다고 주장했다.
2017년부터 러시아군 화생방전 방어 부대를 책임진 키릴로프는 지난 10월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야만적인 화학 무기를 사용하도록 도왔다는 이유로 영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영국과 미국은 러시아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위반해 우크라이나군에 독성 물질인 클로로피크린을 사용한다고 비난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모스크바에서 전례 없는 범죄가 저질러졌다"며 수사관들은 킬릴로프가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SBU의 표적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날도 기자들과 만날 예정이었던 키릴로프는 여러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생물학 무기를 연구하고 있고 핵 안전 규정을 위반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에서 키릴로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 등 서방의 금지 물질을 이용한 범죄를 폭로하는 데 수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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