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남미의 작은 나라 수리남 정부는 자국 해안에서 발견된 유전의 개발 이익을 국민과 공유하는 차원에서 1인당 750달러(약 105만원)를 나눠주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앞서 프랑스 석유기업 토털에너지는 수리남 해안에서 105억 달러(약 14조7천억원) 규모의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석유 생산은 2028년 중반부터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총인구 62만여명의 수리남은 국민 5명 중 1명이 빈곤층으로 분류될 정도로 가난한 나라인데 그 나라에서 750달러는 적잖은 돈이다. 수리남의 2023년 기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6천100달러 수준이다.
수리남 대통령은 이번 계획을 발표하면서 '네덜란드병(Dutch Disease)'까지 걱정했다고 한다. 네덜란드병은 1950∼60년대 네덜란드가 북해 유전 발견 후 겪은 경제적 문제에서 유래된 경제학 용어다. 자원 부국이 자원 수출로 일시적으로 경제 호황을 누리지만 결국 물가와 통화 가치 상승 등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이 쇠퇴해 경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수리남의 이웃 국가 가이아나도 2015년 연안에서 석유가 발견되는 '잭팟'을 터뜨렸다. 이후 높은 경제 성장을 누린 이 나라도 지난달 초 국내외 거주 모든 국민에게 10만 가이아나 달러(약 67만원)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첫 탐사시추 작업이 20일 시작됐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8광구 및 6-1광구 북부 지역에서다. 이 지역은 석유·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돼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인 '대왕고래' 유망구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시추작업은 약 40∼50일간 진행되고, 시추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통상 시추 성공률은 20% 정도로 본다.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오징어, 명태 등 해양생물의 이름이 붙은 7개의 유망구조를 발견한 상태인데 시추 성공률을 감안해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도 '탄핵사태'의 불똥이 튀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하는 바람에 '윤석열표 사업'이라는 꼬리가 붙었고, 최근 야당 주도로 감액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첫 시추 사업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 닻이 올랐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대왕고래'를 비롯한 동해 7개 유망구조에는 최대 140억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대왕고래가 바닷속 깊은 곳에서 유전을 꼭 찾아내길 소망해본다. 이왕이면 네덜란드병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대박'이면 더 좋겠다. 연일 우울하기만 소식에 지친 국민들에게 작은 위로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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