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전문가 KB 이환주·하나 이호성, 행장 후보로 전면에
임원 아닌 본부장이 CEO 직행하기도…1972년생 임원도 속출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연말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임원 인사가 속속 발표되면서 주요 금융그룹들이 내년에 어떤 부분을 주로 대비하고 공략할지, 경영 전략의 윤곽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대체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이른바 '영업통'들이 대거 전면에 배치됐고, 전통적 나이·직급 순서를 깬 파격 승진도 늘었다.
내년 경제·금융 등 경영 환경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영업 능력을 키우고 새 시각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인사의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 KB 이환주·하나 이호성 행장 후보, 수십년간 영업 이력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 행장들의 연임 예상을 뒤엎고 새 행장으로 추천된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현 KB라이프 대표)와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현 하나카드 사장)는 모두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영업 전문가들이다.
이환주 후보의 경우 KB국민은행 강남교보사거리·스타타워 지점장을 거쳐 영업기획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등을 역임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영업 쪽에서 두루 경험을 갖춰 그룹과 회장이 추구하는 '영업과 고객 중심 경영' 철학을 실현할 적임자로 선택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호성 후보도 1981년 한일은행 대구지점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뒤 하나은행 무역센터·삼성센터 지점장, 강남서초 영업본부장, 중앙 영업그룹장, 영남 영업그룹장, 영업그룹장(부행장)에 이르기까지 약 40년간 영업 쪽에서만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특히 하나카드 대표로 재직하면서 '트래블로그' 카드를 크게 흥행시키면서 탁월한 영업력을 다시 인정받았다.
하나금융지주[086790] 관계자는 "내년 경기 위축과 함께 영업 환경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트래블로그의 성공 신화를 은행에서도 다시 재연하라는 취지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양동원 하나저축은행 대표 후보 역시 하나은행에서 광주전북영업본부장, 광주전남콜라보장(본부장), 호남영업그룹장(부행장) 등을 두루 거친 영업통이다.
◇ 신한 CEO 나이 58.7→57.5세, 우리은행 임원 56.8→55.7세
나이나 직급 서열을 파괴한 '능력 위주 발탁'도 올해 연말 금융권 인사의 한 특징이다.
예를 들어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 후보, 채수웅 신한저축은행 사장 후보, 민복기 신한DS 사장 후보 등이 본부장급에서 임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표 자리로 직행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예년의 경우 은행 부행장 등 임원급이 각 계열사 CEO로 추천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임원이 아닌 본부장이 사장 후보로 추천된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그 결과 현재 58.7세인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CEO의 평균 나이는 내년에 57.5세로 낮아진다.
파격 인사로 신한은행 임원들도 대거 젊어졌다. 이번 인사에서 10명의 임원이 새로 선임됐는데, 1970년 이후 출생자도 6명이나 포함됐다. 심지어 이정빈·전종수 상무는 1972년생이다.
하나금융그룹에서도 본부장급인 김덕순 현 하나은행 북부영업본부 지역대표와 장일호 하나은행 손님·데이터본부장이 각 하나펀드서비스와 핀크 대표 후보로 내정됐다.
우리은행 역시 이번 인사를 통해 임원 평균 나이(은행장·유임자 포함, 상임감사 제외)가 올해 56.8세에서 내년 55.7세로 낮아질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316140] 임원 평균연령도 56.2세에서 55세로 떨어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플랫폼 기반 디지털 뱅킹으로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유연한 리더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며 "그 결과 능력과 자질을 갖춘 1970년대생 1년 차 두 명의 본부장까지 부행장으로 발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연말 인사로 모든 CEO 자리가 젊어진 것은 아니다. 이환주(1964년생) KB국민은행장 후보는 현 이재근(1966년생) 행장보다, 박찬용(1965년생) KB데이타시스템 대표는 현 김명원(1967년생) 대표보다 두 살씩 더 많다.
◇ 연임보다 교체로 인적쇄신…우리금융은 '전 회장 흔적 지우기' 분석도
앞선 몇 년과 비교해 인사 규모도 커졌다. 인적 쇄신 차원에서 '연임·유임'보다 '교체'가 늘었다.
KB금융그룹의 경우 임기 만료를 앞둔 은행·증권·카드·라이프생명·데이타시스템 5개 계열사의 대표 6명(증권 2명 각자대표) 가운데 4개 사(은행·카드·라이프생명·데이타시스템)의 4명이 바뀌었다.
작년 말의 경우 임기가 끝나가는 9개 계열사 10명의 대표 가운데 4개 계열사 4명의 대표가 연임 후보로 다시 추천됐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단순히 연임 비율이 낮아진 것 뿐 아니라 은행, 카드, 라이프생명 등 주요 핵심 계열사의 대표 절반 이상이 교체된 사실은 여러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고려해 '변화'가 강조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 CEO 연임 비율도 2022년 50%(임기 만료 10명 중 5명), 2023년 100%(9명 중 9명)와 비교해 올해 30%(13명 중 4명)로 뚝 떨어졌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금융시장은 업권간 경계가 무너지고 특히 인터넷 은행의 등장과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차별적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금융기술) 회사들이 속속 뛰어드는 상황"이라며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인사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 차원에서 인적 쇄신을 통한 조직 체질 개선의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우리은행장을 정진완 부행장으로 교체한 데 이어 6개 계열사(카드·캐피탈·자산신탁·에프앤아이·신용정보·펀드서비스)의 대표도 모두 바꿨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전문성, 혁신성, 영업력을 갖춘 후보들을 추천했다"며 "신임 CEO들이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 더 강력한 내부통제 기반을 구축하고 영업성과 창출로 신뢰받는 우리금융을 복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우리금융의 인적 쇄신은 부당대출 혐의를 받는 손태승 전임 회장 재임 중 임원에 오른 인사들의 연임 논란에 따라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우리금융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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