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후원자들 해외 대사로 속속 지명…"외교계 '광대차'가 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속속 발표하는 외교 대사들의 면면을 두고 '놀랍도록 무능한 외교팀', '겉보기에 잡다한 사절단' 등 혹평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자격 검증이 되지 않은 인물들을 속전속결로 대사로 지명했다며 21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한 외교 정책 분석가는 그들을 '외교계의 광대차'(diplomatic clown car)라 부르며 상대국에 대한 의도적인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빠른 속도로 대사 인선을 공개하고 있는데, 특히 최근엔 하루에 5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외교계 경험이 부족한 데다 기존 사업과 이해충돌의 소지마저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80년 제정된 법률에 따라 미 대사 직책의 70%는 직업 외교관에게, 나머지 30%는 외부 '정치적' 인물에 할당된다는 오랜 관례가 있지만, 종종 무시돼 왔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정치적 인물의 대사 지명 비율은 46%로 급증했고, 2기에선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디언은 대부분의 국가가 전문 외교관 중에서 대사를 임명하는 것과 달리, 미 대통령들은 측근들이나 재정 후원자들에게 보상으로 대사직을 제공해왔다고 전했다. 그중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은 그 규모나 적합성 면에서 새로운 비평의 문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국제관계학 데니스 젯 교수는 "대통령 임기 초기에 정치계 인사들이 대사로 많이 임명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면서도 "이렇게 대사직을 한꺼번에 발표하는 대통령 당선인은 본 적이 없다. 일반적으로 백악관에 실제 입성하기 전에는 대사 지명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젯 교수는 "또 다른 놀라운 점은 모두가 얼마나 자격이 부족한지"라며 "누가 봐도 '이 사람은 정말 자격이 뛰어나구나'라고 볼 만한 인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2기 미국을 대표해 해외 공관을 이끌 인물 면면을 보자면 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선수 허셜 워커가 바하마 주재 미 대사로 지명됐다. 트럼프 당선인을 공개 지지했던 그는 2022년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주프랑스 대사로는 트럼프 당선인의 사돈 찰스 쿠슈너가 지명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부친인 그는 과거 탈세, 불법 선거자금 제공, 증인 매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주그리스 대사 후보로는 킴벌리 길포일이 올랐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녀로, 외교 수완보다는 떠들썩한 방송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 축출 이후 전략적 중요성이 커진 튀르키예의 대사로는 자신의 측근이자 억만장자 부동산 개발업자 톰 배럭을 발표했다. 배럭은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아랍에미리트(UAE)를 위해 미등록 외국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2022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주이스라엘 대사로 지명된 마이크 허커비는 기독교 시온주의자를 자처하는 인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중재자로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원에서 대사 후보자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부적합한 인물은 거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러나 상원이 공식적으로 대사 후보를 거부한 사례는 19세기 이후로 없었으며, 종종 비공식적으로 인준 청문회 등에서 지연 전술을 사용해 후보를 저지했을 뿐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미 외교정책 전문가 조 서린치오네는 상원의 거부 가능성을 일축하며, 민주당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적합 인사들의 대사직 임명 등을 경고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전통적인 감독 역할을 포기했다"며 "그들은 철저한 검토 없이 트럼프의 후보자들에게 미리 동의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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