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硏·한경협·무협, 내년 전망 보고서…한목소리로 "우려"
반도체 등 주요 산업, 美 보호무역·中 경쟁 등 심화 '도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제조업 및 수출이 내년 초 국제 통상과 국내 정치 파고 속에 적지 않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 부진에 더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주요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수출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정치 혼란으로 인한 정책 리더십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제조업 경기·수출 '경고등'…주력 반도체도 '빨간불'
22일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과 주요 경제단체·협회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한국무역협회는 각각 내년 전체 및 내년 초 수출·산업 관련 전망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같은 날 발표된 세 보고서의 한국 경제·수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은 기대보다는 우려에 방점이 찍혔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국내 주요 업종별 전문가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지수(PSI) 조사 결과 내년 1월 제조업 업황 현황 PSI가 75로 12월 전망치(96)보다 21포인트(p)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11월(70)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전문가들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제조업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의 내년 1월 PSI 전망치는 12월 전망치(124)보다 무려 59p 떨어진 65로 나타나 산업 주춧돌인 반도체 업황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업황 PSI는 이미 이달 82로 전월(100)보다 18p 하락하면서 지난달까지 이어온 18개월 연속 기준치(100) 상회 기록이 깨진 상태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이날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분기(1∼3월) EBSI는 96.1로, 4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EBSI는 작년 4분기 97.2에서 올해 1분기 116.0으로 급등하며 기준선(100) 위로 치고 올라온 뒤 2분기 108.4, 3분기 103.4를 유지했는데, 내년 1분기 전망치는 기준선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10개 품목이 기준선을 밑돌아 내년 1분기 수출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반도체 EBSI는 올해 1∼4분기 103.4, 148.2, 125.2, 135.2 등으로 기준선을 크게 웃돌았으나 내년 1분기 전망치는 64.4로 주저앉았다.
철강·비철금속 제품(64.1), 의료·정밀·광학기기(74.8), 농수산물(77.7), 전기·전자제품(85.3), 섬유·의복 제품(87.9), 기계류(91.9), 무선통신기기·부품(94.0), 석유제품(98.9) 등 산업도 내년 1분기 수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경협 역시 이날 매출액 1천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수출 전망 조사'에서 한국의 내년도 전체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내년도 수출 증가율 전망치 2.2%보다 낮은 것이다.
내년 바이오·헬스(5.3%)와 일반기계(2.1%), 석유화학·석유제품(1.8%), 전기·전자(1.5%), 선박(1.3%) 업종은 수출 증가가 전망됐지만 자동차·부품(-1.4%), 철강(-0.3%)은 수출 감소가 예상됐다.
◇ '트럼프 2기' 통상파고 거셀 전망…"정부·국회 지원 필요"
내년 수출·제조업 부진이 예상되는 것은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에 따른 도전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경연 조사에서 수출 감소를 전망한 기업들은 수출 부진 이유로 '주요 수출대상국 경기 부진'(39.7%), '관세 부담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30.2%), '원자재·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11.1%) 등을 꼽았다.
특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경협 설문에서 내년 수출 여건이 제일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으로 48.7%가 미국을 꼽았다. 중국(42.7%)은 그 뒤를 이었다.
무역협회 역시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자국 우선주의 심화로 수입 규제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수출 주력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분기 반도체 수출 둔화를 우려한 무역협회는 중국의 범용 D램 수출 증가로 경쟁이 심화하고 전방 산업 재고 증가 등 여파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허슬비 무역협회 연구원은 "주요 수출 기업들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출기업들은 주요국 통상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원자재 수급 관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화 등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환경조성에 주력하고, 국회는 기업 활력을 저하하는 규제 입법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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