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베디드시스템 개발기업인 ‘하이버스’는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이하 도제교육)’ 참여 기업이다. 도제교육은 학교중심 직업교육과 산업현장중심 도제식 직업교육을 접목한 직업교육모델이다. 이 회사의 김유현 현장 교사는 지난 2016년부터 용산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을 맡아 교육해 왔다. 김 교사를 만나 도제교육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하이버스’는 어떤 기업인가?
하이버스는 임베디드 시스템(특정 목적을 가진 전자장치)을 개발하고 생산·제조해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 대학교,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에 필요한 여러 기자재를 지원한다.
기업현장교사로서 어떤 일을 하나?
기본적으로 각 부서에 있는 팀장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현장 교사는 일주일에 한 번 공통기초교육과 사물인터넷, 드론 등과 관련한 특강을 진행한다. 또 매주 학생들의 업무를 고용노동부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고, 특정 분야에 소질이 있거나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기자재를 지원해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과 융합시켜 실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기업현장교사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하이버스는 작년까지 한국폴리텍대학교 남인천캠퍼스와 일학습병행제를 진행했다. 일학습 병행제는 전문대에서 실시하는 도제
교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시 HRD(인적자원개발) 담당자로 일하면서 학생들의 출석관리, 인사관리, 교사 훈련비용 측정 등의 일을 한 바 있다. 이 경험을 살려 현장교사로 참여하게 됐다. 용산공고는 작년 3월부터 도제학교를 실시했다.
하이버스에서 학생들은 어떤 교육을 받나?
교육커리큘럼은 ▲디스플레이 사업부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사업부 ▲솔루션 사업부 등 총 세 개의 분야에서 실시하며 한 부서에 각각 2명씩 배정된다.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시장조사, 기초 하드웨어 교육, 설계 교육 등의 수업을 듣는다. ODM사업부는 실제 제품을 패키징하고 조립하며 솔루션 사업부는 학생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연구한다. 교육 중 아이디어가 좋은 사례는 상업화 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학생이 제시한 사업을 가공해 고객에게 준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의 적성을 알아보기 위해 순환보직 체제로 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시대와 트렌드에 맞는 제품 개발이 회사의 주력 사업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사물인터넷 제품이나 지능형드론과 같이 평소 접하기 힘든 고가의 신규 아이템, 미래지향적인 아이템 등을 접하게 하면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다.
김유현 하이버스 임베디드시스템 사업부 교육팀 과장
회사 업무와 도제교육을 병행하는데 힘든 점은 없나?
힘든 점은 크게 없다. 도제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회사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도제학교를 경험한 학생들은 어떤 반응인가?
근무태도 및 인사 등 학생이 지켜야 할 기본 예의는 잘 실천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 또 도제교육이 시작단계이다 보니 학교와 기업체, 언론 등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에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 사업이 정책적으로 중요하다 보니 학생들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다.
기업현장교사로서 도제학교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가?
도제학교의 큰 장점은 현장실무를 직접 체험하고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어린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 한 분야에만 매몰될 수 있어 전공에 대한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도제학교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학생 수요를 예측하고 산업 트렌드에 맞는 기술을 도입하는 등 관련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제학교가 시행된 지 올해로 3년째인데 아직까지 초기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을 꼽을 수 있을까?
우리 회사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자재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기 때문에 도제교육을 하는데 큰 부담은 없다. 하지만 도제교육에 참여하는 일부 기업들은 일을 병행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또 기업현장교사는 일정 시간의 교육과 연수를 받으면 현장교사 자격이 부여되지만 단기교육이라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서 외부강사를 파견한다던지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도제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 회사마다 도제교육을 전담하는 전문 인력이 생기면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타 기업에 도제교육을 추천하고 싶나.
회사가 도제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투자할 의지가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일단 학생들이 열정적이며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앞으로 도제교육의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
도제교육을 긍정적으로 보는 회사로서 이 제도가 빠르게 안착 할 수 있도록 교육에 지속적으로 투자 할 계획이다. 또 AI(인공지능)나 지능형 드론과 같이 학교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중점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도제교육은 현장경험+취업+병역 혜택 '엄 지척'"
도제학교 직접 경험해보니까 어때요?
관훈 알고 싶은 것들을 깊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하드웨어 전문가에게 1대 1 코칭을 받으면서 실력도 늘고 있기 때문이죠. 업무는 어려운 게 없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상사 분들을 대하기가 어려웠어요. 점심을 먹거나 함께 있을 때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분위기가 어색했죠.
준영 맞아요. 평소 만져보지 못한 고가장비나 제게 필요한 기자재들을 회사에서 지원해줘서 좋았지만 어르신들을 대하기가 어려웠어요. 아직 학생이고 사회생활을 전혀 해보지 않아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죠.
현재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게 조금 힘들었지만 현장 선생님들께서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반복적으로 가르쳐주셔서 좋았어요.
윤수 돈을 벌어본 적이 없었는데 한 달 동안 일한 대가를 직접 손에 쥐어보니 기분이 새로웠어요.
도제학교를 통해 스스로 변화된 점이 있다면?
관훈 도제학교에 참여하기 전에는 취업을 위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러다 회사에서 직접 일을 해보니 어떤 자격증을 따면 제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전자캐드기능사를 공부하고 있어요. 또 전자 데이터시트가 영어로만 작성해야하는데 영어를 잘 하지 못하니까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영어공부도 하고 있어요.
준영 회사에 와서 팀별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직무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어요.
글 구은영 인턴기자 eyg0261@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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