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이영규 대학생 기자] 현직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이때, 당분간 취업시장이 열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청년들은 꿈이 사치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안정적인 현실’만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 현실이 아닌 꿈을 택한 이가 있다. 불안해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다. 옥천의 한 대학 융합디자인과 13학번 김민기씨의 일상을 따라가봤다.
아침 일찍 아르바이트를 위해 카페로 나서는 김민기(25) 씨는 복장을 갖추고 나갈 준비를 한다. 자취를 하다 보니 아침은 거르고 나가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발걸음을 옮긴다.
김씨는 13학번으로 올해 휴학을 신청했다. 전문대학 특성 상 벌써 졸업을 했을 시기이지만 졸업 대신에 휴학을 선택했다. 전공은 융합디자인이지만 김씨의 목표는 색소폰 연주가가 되는 것이다. 음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데 연주가가 꿈이라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의 꿈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지금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라 지인들이 다들 의아해했어요. 사실 연주가란 꿈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꿈꿔왔어요. 관악부에 들어가 처음 색소폰을 접하고 많은 매력을 느꼈지만 당시 많이 방황한 탓에 성적에 맞춰 대학에 들어갔죠. 이후 군악대 하사를 전역해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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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어요.”</i>
<i>“혼자 살다보니 빠져나가는 돈이 많아요.”</i>
그의 하루 일과는 오전 9시 카페에서의 아르바이트로 시작된다. 본가가 내수읍에 있지만 1시간 30분정도 거리의 청주 사창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사는 곳이 ‘읍내’다 보니 연습할 만한 장소와 레슨을 받을만한 학원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생활비를 필요로 해 평일에는 8시간 정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월급은 100만 원 정도. 하지만 월세, 공과금, 휴대폰 요금, 교통비, 식비 등의 지출을 제외하면 22만 원 정도 남는다. 25살이 생활하기에는 터무니 없다.
5시에 퇴근을 하면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7시부터 있을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위해 악기를 가지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공연 전 2시간 정도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그는 항상 인터넷 뉴스를 본다.
“대통령 당선 후 뉴스를 자주 챙겨보고 있어요. 시급 인상 공약 때문이죠. 저 같은 학생들에게 시급 인상은 반가운 공약일 수밖에 없어요. 지금으로는 생활하기 너무 빠듯하거든요. 하지만 당장
실현 가능할 것 같진 않아요. 때문에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의 문제를 잘 해결해 주셨으면 해요.”
버스킹은 7시부터 09시까지 총 2시간 동안 이뤄진다. 아무래도 취미가 아닌 진로로 선택한 일이다 보니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해 공연을 한다. 장비가 부족해 무대 장비를 갖추기 전까지는 눈에 익히는 정도로만 연주를 할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주하는 그의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버스킹을 끝내고 집에 도착하면 10시. 바로 침대에 누워 음악 공부를 시작한다. 평소 작곡에도 흥미가 있던 김씨는 시간 내서 틈틈이 작곡 공부를 하고 있다. 책상이 없다 보니 주로 공부하는 장소는 침대이다. 새벽 1시가 돼서야 고단했던 하루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기 전 그는 항상 많은 생각을 떠올린다.
“이런 제 모습을 한심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주위 친구들 또한 예외는 아니에요. 하지만 안정적인 삶을 산다고 그게 행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각자 꾸는 꿈이 있잖아요. 저는 단지 제 목표를 준비하는 것을 뿐이에요.”
“물론 다른 직업에 비해서 돈은 많이 벌 순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나이 들고 후회하는 것 보다 지금의 선택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더 이상 편견을 갖고 바라봐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장은 제가 무시를 당하겠지만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저를 인정해 줄 거라 생각해요.”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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