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발표에 따라 민간기업의 채용 프로세스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전국 공공기관을 상대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및 지방 공기업은 채용 시 입사지원서에 출신지역, 가족관계, 신체적 조건(키, 체중, 용모(사진부착 포함)), 학력 등에 대한 요구를 원칙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면접위원에게 응시자의 인적정보를 제공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
블라인드 채용은 일단 332개 공공기관에는 이달부터 바로 적용되고, 8월 이후에는 지방 공기업까지 적용된다. 추후에는 민간기업에도 블라인드 채용이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 제작 및 채용 컨설팅·인사담당자 교육 등을 지원하며 민간기업으로의 확산에도 적극 나설 계획을 밝혔다.
이미 국내 대기업 중 일부는 ‘열린 채용’, ‘탈(脫)스펙’ 등의 일환으로 블라인드 채용과 유사한 형태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력서 사진 부착을 금지하고, 스펙 관련 기입란을 삭제한 기업도 상당수다.
주요 대기업, 이력서에 사진 부착란 삭제, 스펙 기입란도 최소화
삼성, SK 등 주요 대기업의 상당수는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 사항 중 하나인 ‘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를 이미 시행 중에 있다.
삼성그룹은 이력서에 사진과 신체조건 항목, 가족사항 등을 기입하지 않는다. ‘열린 채용’의 일환으로 해당 항목을 삭제한 것이다. SK그룹 역시 2015년부터 서류전형에서 스펙 관련 항목을 최소화했다. 어학점수, 해외연수, 논문, 수상경력 등을 기입하지 않고, 사진도 첨부하지 않는다.
롯데그룹도 2015년 상반기부터 사진, 외국어 성적, 수상 경력, 봉사활동 등의 입력란을 삭제했다.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효성, CJ 등도 서류 전형에서 사진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2014년부터 객실승무원 이력서에서 사진 부착란을 삭제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지원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외모보다 지원서 내용에 집중하기 위해 사진 부착란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사진 부착란 삭제뿐만 아니라 스펙 기입란도 과거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SK그룹은 입사지원서에 어학점수, 해외연수, 논문, 수상경력 등을 기입하지 않는다. LG그룹은 2014년 하반기부터 학교, 학과, 학점 등 최소 요건만 이력서에 기입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학점, 영어성적, 전공 등을 기입하지 않는다.
△ 삼성 입사지원서의 일부. 이수한 과목의 학점을 입력하도록 되어있다.
대기업 ‘학력’ 기입 필수, 인사팀 “출신 학교도 가리면 뭘 보고 판단하나”
사진 부착이나 가족관계, 출신 지역 입력 등을 금지하는 것에서 대기업의 채용 전형은 블라인드 채용과 일정 부분 유사하다. 하지만 ‘학력’에서만큼은 아직까지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기업이 없다. 대부분의 기업이 서류전형에서 최종 학력을 기입하는 것을 필수로 하고 있다. 학교뿐만 아니라 학번, 학점까지 기입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삼성은 출신학교를 비롯해 학번과 전문 학사 이상의 학위과정에서 이수한 모든 과목과 학점을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SK 역시 나이, 성별 등 개인 신상정보와 학교, 전공, 학점 등은 기입하도록 한다. LG도 ‘스펙을 보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스펙 관련 기입란을 삭제하면서도 학교·학과·학점 등은 입력을 필수로 하고 있다.
모 기업 인사 관계자는 “피면접자에 대한 정보가 현재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편인데, 채용 전형의 타당성도 신뢰하기 힘든 상황에서 출신 학교까지 가려버리면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의 신뢰성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며 학력 블라인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BETTER YOU 취업컨설팅의 송진원 노무사 겸 취업컨설턴트는 “학력 외 나머지 정보가 매우 신뢰할만 하고 효과적일 때에는 학력을 배제한 채용 전형의 타당성이 확보된다”라며 “현재는 피면접자에 대한 여러 정보가 주어져야 그 사람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더욱 높은 타당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전면 도입에 관해서는 “일단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여러가지 소규모의 전형에 한하여 적용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공채와 같은 메인 전형에서는 여전히 학력에 대한 평가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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