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 만든 이흥현 대표 “카드뉴스는 계속 진화 중”

입력 2017-07-13 19:07   수정 2017-07-14 13:53








△ 합정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흥현 투블루 대표를 만났다.  


[캠퍼스 잡앤조이=이신후 인턴기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나타나며, 사람들은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포맷(사진, 동영상 등)을 선호하게 됐다. 몇몇 언론사가 사진과 텍스트를 접목한 ‘카드뉴스’를 내세우며 트렌드를 형성했다.

스타트업 투블루는 지난해 4월 ‘tyle.io(이하 타일)’이라는 카드뉴스 디자인 자동화 서비스를 출시했다. 파워포인트나 포토샵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도 카드뉴스, 동영상을 손쉽게 만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5만여명의 사람이 타일을 이용 중이다. 이흥현 투블루 대표(한양대 광고홍보학과 졸업·35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타일’을 서비스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부터 카드뉴스를 쉽게 제작해주는 서비스를 하자고 결심했던 것은 아니에요. 타일 이전에 다른 서비스들을 벌였다가 잘 안된 적이 있었죠. 제가 창업을 결심했을 때부터 함께한 친구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과 고민해보니 트렌드에 편승한 사업, 뭔가 좋아 보이고 멋있을 것 같아 시작한 사업 등의 실패 이유를 찾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팀원들과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며 사업을 기획하다보니 카드뉴스라는 답에 도출할 수 있었어요.

- 잘하는 게 ‘카드뉴스’라니, 어떤 의미인가요

광고홍보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특히 시각화된 커뮤니케이션이요. 사람이 같은 말을 할 때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 것과 메신저를 통해서 이모티콘과 함께 보내는 것 둘 다 느낌이 다르잖아요. 의미도 다르게 전해지는 경우도 있고요. 또 대학생 때 스티브 잡스가 발표하는 모습에 매료돼서 그를 분석한 적도 있었어요. 저희 때는 PPT 화면을 줄줄 읽고 넘어갔는데, 잡스의 화면은 발표의 부수적인 도구로, 그러나 디자인 감각을 살려서 쉽게 만든 것처럼 보여요. 그러면서 발표자에게 이목을 집중하는 효과도 주죠. 이러한 시각화된 커뮤니케이션을 분석했고, 잘 알려고 노력했다는 의미예요.

- 타일이 시각화된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도움을 주나요

카드뉴스가 이제는 트렌드라기보다는 기본적인 정보전달 수단 중 하나가 됐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자리잡았고요. 처음 카드뉴스가 등장한 곳은 언론매체지만, 지금은 회사나 정부기관이 홍보용으로도 쓰잖아요. 일반인도 포토샵을 다룰 줄 알면 카드뉴스를 만들기도 하고요. 그만큼 카드뉴스의 전달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이 안다는 뜻인데, 문제는 카드뉴스를 만들려면 포토샵이나 파워포인트 등 프로그램의 기능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직장인은 프로그램을 배울 시간이 없고, 학생은 배우려면 돈이 필요해요. 또 디자인은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도 있어서 카드뉴스를 만드는 것을 어려워하죠. 타일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해주고자 나온 서비스예요. ‘이미지, 폰트, 레이아웃 다 제공해줄게. 한 달에 얼마씩만 내면 돼! 그러면 너도 빠르게 여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거야’하는 서비스랄까요. (웃음)

- 타일이 제공하는 카드뉴스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었나요

먼저 그동안 나온 모든 카드뉴스의 형태를 취합하고 분석했어요. 이후 뼈대와 알고리즘은 우리가 만들고, 전문가에게 이론적인 조언을 들었죠. 선호하는 디자인이 사람마다 제각각이긴 하지만, 정량화된 느낌은 있거든요. 어떠한 레이아웃을 봤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지, 어떤 디자인이 편안한지, 불편한지, 지루한 디자인은 무엇인지 등과 같은 것들을 피드백 받고 연구했어요.

앞으로도 타일이 시각화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생각입니다. 계속해서 패턴을 다양화, 고도화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분석해나갈 거예요. 사람들이 어떤 도구를 통해 소통하려는 것은 불변이라 그때그때 시대에 맞는 툴을 제공해드리고 싶고요.



△ 회사 운영에 대해 논의 중인 이흥현 대표(왼쪽)와 우혁준 공동대표. 


- 전공이 광고홍보학인데 소프트웨어 개발도 한 건가요

현재 직원 수가 저를 포함해 6명이에요. 마케팅 담당 1명, 회사 운영 및 영업 등을 담당하는 공동대표 친구, 개발자는 저를 포함한 4명, 이렇게 구성돼 있어요. 다같이 타일을 개발하긴 했지만, 문과생인데 어떻게 개발자가 됐냐는 질문이 많아서 미리 얘기할게요. 제가 광고홍보학을 전공했지만, 컴퓨터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을 배웠어요.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플래시, 데이터베이스 등도 배웠고요. 학생 때부터 시간표를 만드는 툴이나 출력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어요. 동기들이 편리하다며 좋아해주더라고요. 그때의 뿌듯함을 갖고, 이 지식을 펼칠 수 있는 기업에 입사하려고 했는데 그때 관련 채용공고가 없었어요. 제가 배운 것들이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모양이에요. 결국 창업을 하게 됐고, 여기까지 왔네요. (웃음)

- 카드뉴스 디자인을 자동화하는 곳이 타일만 있진 않아요. 타사와 차별성을 두는 게 있다면

2016년 4월 타일을 대중에게 공개하며 카드뉴스 디자인 자동화 서비스를 최초로 제공한 곳이 됐어요. 이후 타 업체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더라고요. 그로 인해 카드뉴스 툴에 대한 시장이 형성됐다고 생각해요. 트렌드에 지나지 않던 카드뉴스가 타일로 인해 시장이 열렸다는 의의를 두고 있어요. 저희 팀원이 카드뉴스 강의도 출강 중이거든요. 강의 시장도 형성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또 겉모습은 비슷할 순 있겠지만, 저희가 철학적 고찰을 더 했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을 서비스할 때 외양만 있는 게 아니라 철학적인 고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모든 것에 계속 의문을 던졌어요. 포토샵을 보면 각종 도구툴이 있잖아요. 레이어툴도 있고요. ‘이게 왜 있어야 하지? 없으면 작업을 못하지 않나? 꼭 툴이 있어야 하나? 번거로운데. 없어도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자동화할 순 없을까?’ 하는 식으로 의문을 던져 도구툴이 없어도 카드뉴스를 만들 수 있는 타일을 만든 거예요.

-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IT업계에 몸담고 있어 기술이 낳은 부가가치를 실감하고 있는데, 이제는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잖아요. 그만큼 앞으로의 경쟁도 심화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가 제대로 형성된다면 이 기술은 사람의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쓰여요. 지금은 부의 분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서 소수의 사람만이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고 있죠. 열심히 살아도 돈을 못 버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사회를 변화시킨다면 모두가 인간적인 삶을 사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진=이승재 기자

글=이신후 인턴기자

sin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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