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벌룬, 정말 행복해지나요?

입력 2017-07-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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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 김영찬 대학생 기자] 인류의 첫 범죄 이야기인 선악과 이야기는 유혹 앞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뱀의 유혹에 빠진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따먹고 만다. 

이렇듯 인간의 첫번째 죄는 ‘유혹’으로 말미암는다. 인간의 첫번째 죄가 유혹에 말미암은 것처럼 인간은 유혹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유혹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그 호기심은 종국에 중독을 일으키곤 한다. 술, 담배, 마약. 인간은 이것들이 자신들의 몸에 해를 끼치는 것을 앎에도 쉽게 빠지고 만다. 

특히 마약은 환각작용을 일으키고 심각한 중독증상을 낳으며 개인의 판단능력을 흐리게 만든다. 때문에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검경 마약수사 합동수사반에 따르면, 2016년 마약사범 수는 총 1만 4214명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 했다. 또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따르면, 2017년 4월까지 국내 마약류사범 단속누계는 총 4423명으로 전년 동기(4121명) 대비 7.3%증가했다. 마약에 대해 법적으로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지만 마약사범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해피 벌룬이 뮌데?

마약만큼 인간을 유혹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드물어 보인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처럼 강력한 환각을 유발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니 오히려 ‘어떤 느낌인데?’라는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최근 이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법의 테두리를 절묘히 이용해 인기를 끌었던 물건이 있다. 바로 ‘해피벌룬’이다. 해피벌룬은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의 한 호텔에서 한 남성이 해피벌룬을 흡입해 사망에 이르렀던 사건 이후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경찰은 이 남성의 몸에서 고무관과 아산화질소 캡슐 수백개를 발견했으며 17개는 이미 사용한 상태였다고 발표했다.

마약은 아니지만 환각효과를 노리고 치료용 의약품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해피벌룬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해피벌룬은 아산화질소를 주입한 풍선이다. 풍선 속 이산화질소를 흡입하면 마약을 한 것과 유사한 환각작용을 보인다해서 ‘웃음풍선’, ‘해피벌룬’이라 이름불리게 됐다. 

아산화질소는 마취 보조가스의 주성분으로 과다 흡입할 경우 구토, 호흡곤란, 저산소증,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가격은 5000원 내외로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해피벌룬은 대학 주점가, 유흥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건국대학교 축제에서 버젓이 가판대에 해피벌룬을 올려놓고 판매하고 있었으며, 한양대학교 축제 주점에서는 해피벌룬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주점을 돌아다니며 해피벌룬을 판매하고 있었다. 

해피벌룬을 흡입해본 A양은 ‘홍대 술집에서 팔길래 호기심에 해봤다.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고, 쿵쾅쿵쾅 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모든 것이 EDM 음악처럼 들리기 시작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반면 B군은 ‘ 강남 일대에서 구해서 해봤는데 별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여러개를 흡입해야 느낌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주변 사람들 역시 B군의 말처럼 서너개는 해야 느낌이 온다는 후기를 남겼다. 이는 아산화질소는 과다흡입시 호흡곤란, 저산소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인스타그램 등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해피벌룬에 관한 후기들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유혹, 그리고 중독

해피벌룬에 관련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이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환경부와 식약처는 아산화질소를 환각 물질로 지정해 의료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통과된 후에는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려면 최소한 8월이 돼야하기 때문에, 이 틈을 타 ‘마지막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입법예고와 더불어 해피벌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뀜과 함께 거리에서는 해피벌룬을 찾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를 노리고 단속을 피해 해피벌룬을 판매하고 있다. 전에는 술집 안에서 판매하거나 거리에서 노점형태로 판매했지만, 현재는 단속을 피해 온라인 직거래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중고나라’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1대 1 직거래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직접 아산화질소 캡슐과 휴대용 주입기를 구매해 해피벌룬을 제조해 흡입하거나 룸 형식의 술집에서 은밀하게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당신이 찾는 행복은 행복이 아닙니다”

풍선 속 공기를 마시면 행복해진다는 해피벌룬. ‘해피벌룬’이라는 이름에 주목하고 싶다. 현대인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현실을 잊고 ‘행복’을 주는 풍선에 자연스레 호기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물론 ‘해피벌룬’ 속 행복은 이들이 찾는 행복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모든 사람들은 행복해지고 싶다. 하지만 해피벌룬과 같은 마약성 물질에 의존한 행복이 진실한 행복이 될 수 없다. 단지 불안한 상태로부터의 회피에 불과하고 약물이 가져다 주는 행복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해피벌룬으로 불거진 문제들은 인간의 호기심과 불안해지고 각박해진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준다.

인간은 유혹과 호기심에 흔들리는,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더군다나 중독된 상태면 이성적인 판단은 불과할 것이다. 이런 약점들을 파고드는 마약성 물질들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법의 삼각지대를 이용한 제 2의, 제 3의 해피벌룬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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