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9급 운전 공무원 강병성 씨 인터뷰
‘최고 169대 1’ 일반직 공무원 못지 않은 경쟁률
혹시 몰라 따둔 1종 대형면허 덕에 공무원 길로
영어 시험 없어 단기간에 준비 가능
대형버스 운행 경력 요구하는 추세
의경 자원 입대해 ‘의경 버스’ 모는 것 추천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취업 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시대. 공무원 시험 직렬은 크게 행정직과 기술직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기술직은 경쟁률과 합격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준비한다면 비교적 쉽게 합격을 노려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직 공무원 중에서도 ‘운전직 공무원’이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반 기술직 9급 운전 공무원 강병성(35) 씨를 만나 운전직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운전직 공무원은 제설차나 정부 의전용 차량 같은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차량을 운행, 관리하는 공무원이다. 2012년까지 10급 경력직 공무원으로 분류됐지만, 2013년부터 9급 일반직 기술직군으로 변경됐다. 일반 9급 공무원에 준하는 연봉과 복리후생 혜택을 받는다.
강병성 씨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서울시 행정국 총무과 별관운영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9급 운전직 공무원인 강 씨는 서소문 청사 내 공용 차량에 관한 업무 전반을 담당한다. 공용차량의 배차와 연료대금이나 하이패스 대금 정산부터 차량의 정비와 검사, 사고 처리, 차량의 배차와 법규 위반 공용차량의 부서통지 및 현황 관리까지 모두 그가 도맡는다. 강 씨의 손을 거치지 않는 공용차량은 없는 셈이다. 강 씨는 “서소문청사 주차장 운영 관리 업무도 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베이스 기타 연주하다 공용 차량의 운전대를 잡기까지
30대 중반의 늦깎이 나이에 공무원이 된 강 씨는 공무원이 되기 전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던 ‘예술인’이었다. 그는 지난 2009년 데뷔한 ‘아마도이자람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면서 여러 장의 앨범도 냈다. 전공이 음악도 아니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강 씨는 “음악이 전부였던 20대 때는 내가 공무원이 될 줄 몰랐다”며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를 전공한 사람이 공무원이 되리라고는 내 주변 사람들조차 알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공무원의 길로 접어든 것도 어찌 보면 영화를 전공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14년 결혼을 한 후 영화와 음악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할 무렵, 영화 촬영을 위해 지원된 발전 차량의 운전기사가 그에게 ‘운전직 공무원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했다. 그가 영화 촬영을 위해 1종 대형면허를 따 놓은 것을 알고 한 말이었다. 운전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1종 대형면허가 있어야 한다.
그 말을 들은 후부터 강 씨는 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시험 준비에는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시험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독학으로 준비했다. 강 씨는 “필기시험은 ‘기술사’ 수준의 문제와 답을 통째로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모의고사 문제를 계속 반복해 풀었다”며 “서울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기출 문제를 풀어보면 어느 정도 수준의 문제가 출제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력 추가로 어려워지는 추세… “군 입대 전이라면 의경 지원도 TIP”
운전직 공무원 시험은 타 직렬에 비해서 학습해야 하는 시험과목이 단 2~3과목에 지나지 않아 학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공무원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영어과목이 없어서 비교적 단기적으로 학습이 가능하다.
운전직 공무원은 ‘공개 채용’ 또는 ‘경력 경쟁채용’으로 선발되며 지역별로 응시자격 조건이 다르다. 공채의 경우 만 18세 이상 1종 대형운전먼허 소지자라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필기 시험 문제는 100% 객관식으로 출제된다. 경채 시험 과목은 사회(법과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 자동차구조원리 및 도로교통법규 총 2과목이고, 공채 시험 과목은 국어, 한국사, 자동차구조원리 및 도로교통법규 총 3과목이다.
최근 서울시의 경우 운전직 공무원 채용을 경채로 진행하며 ‘1종 대형운전면허 취득 후 운전경력 1년 이상인 자’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버스 규격은 승차정원 36인 이상이거나 차량의 길이·너비·높이가 모두 소형을 초과해 길이 9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강 씨는 “과거에는 1종 대형운전면허만 있으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서울과 광주, 전남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험을 보려면 1년 이상의 대형버스 운행 경력을 추가로 요구하는 등 응시자격이 까다로워지는 추세”라며 “현실적으로 운전직 공시생들이 대형버스 운행 경력을 쌓기 위한 방법이 많지 않은 것도 어려운 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 이 때문에 최근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공시생들이 마을버스 운전 기사로 취업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마을버스는 대형버스 규격 조건에 맞지 않아 마을버스 경력이 1~3년 있어야 시내버스를 몰 수 있고, 여기서 더 경력을 쌓아야 고속·셔틀·관광버스로 이직이 가능하다.
이에 강 씨는 대형버스 운행 경력을 쌓기 위한 팁으로 ‘의경 버스 운전’을 추천했다. 그는 “대형면허를 취득한 뒤 의경에 지원해 의경 버스를 운전하는 것은 대형버스 운행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아직 군대에 가기 전이라면 이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운전직 공무원은 어디에든 있습니다. 동네 주민센터, 구청, 시청이나 군청, 도청 어디를 가도 차량을 운행하고 관리하는 인원이 있으니 궁금한 점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찾아가 물어보세요.”
언제, 어디에나 있는 운전 공무원… “시민과 가장 가까운 삶”
“운전직 공무원은 시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시정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필요로 하시는 곳들을 운전을 해 직접 찾아가기 때문입니다. 시민을 위하는 마음과 봉사정신을 갖고 근무한다면 매우 보람찬 일이 될 거예요.”
강 씨는 운전직 공무원에게 꼭 필요한 것에 대해 ‘봉사 정신’과 ‘친화력’을 꼽았다. 일반직 기술직군으로 변경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최근에 임용된 운전직 공무원들과 이전부터 근무하시던 분들의 세대차이가 존재하고, 이 때문에 친화력이 있어야 근무하기 편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강 씨는 “그러나 이전 기수와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다른 직렬에 비해 승진을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직 공무원은 일정하게 매년채용의 기회가 있고, 앞으로도 도청, 시청, 군청, 구청에서 차량운행이나 차량관리인원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찍부터 대형면허 자격과 응시 요건에 맞춘 준비를 해두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저는 운전직 공무원이 된 후의 삶을 ‘안빈낙도’라고 표현할 만큼, 매우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저도 혹시 몰라 따두었던 1종 대형운전면허 하나로 공무원의 길에 접어들 수 있었잖아요. 항상 적극적으로 주변의 일들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yena@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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