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취업시즌이 시작됐다. 올해는 대기업뿐 아니라 공기업들도 채용 인원을 예년보다 늘려 잡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에서 열린 은행권 공동채용설명회 ‘한경 은행 빅5 잡콘서트’에서 오택
국민은행 인사팀장이 하반기 채용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한경DB
[캠퍼스 잡앤조이=공태윤 기자] 주니어 채용담당자 7인 인터뷰를 기획한 배경은 정현우 NH농협은행 대리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마감날 접수한 자기소개서에는 유난히 오타가 많았어요. 일찍 제출한 자소서와 마감날 들어온 자소서는 질적으로 달랐죠. 자소서의 완성은 간절함의 차이에서 오는 걸 알았습니다.” 채용담당자로서의 통찰력이 느껴졌다. 이후 지난 8월 주요 기업 7곳의 입사 3~7년차 젊은 채용담당자를 만났다.
채용담당자의 업무는 채용공고문을 만들고, 회사 방향과 맞는 자기소개서 문구를 설정한 뒤 채용설명회에 참석하고, 시험 장소와 면접위원을 섭외하고, 면접장을 꾸미는 것까지 폭넓다. 면접 대기장에서 구직자의 긴장된 마음을 다독여주는 일도 그들의 몫이다. 안훈 한화기계 인사기획팀 대리는 자신의 역할을 “의견 전달자”라고 표현했다.
각 기업의 채용 업무를 밑바닥에서 담당하는 실무자 7명을 릴레이로 만나면서 “채용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꼈다. 공채 업무를 실질적으로 맡은 이들을 심층 인터뷰하면서 난공불락으로 불리는 채용의 높은 문턱을 넘어설 수 있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자소서를 쓰기 전에 뭘해야 하나
주올림 현대자동차 인재채용팀 사원은 간절함을 강조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회사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삶의 방향”이라며 “자신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취업시장에 나오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정현 LG화학 인재확보팀 선임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용설명회는 산업과 회사를 알 수 있는 기회”라며 “매년 열리는 9월 채용박람회는 전공과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라며 “1, 2학년도 한 번은 경험 삼아 참가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훈 대리는 “회사 설명회를 적극 활용하라”며 “부족하다 싶으면 인사부로 전화를 해도 좋다. 열정을 보이는 사람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안 대리는 자신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알려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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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사진 왼쪽부터 김정현 LG화학 선임, 도상엽 포스코 대리, 안훈 한화 기계 대리, 이현경 SKT 매니저, 주올림 현대차 사원, 정우현 롯데백화점 대리, 정현우 농협은행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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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재를 뽑고 싶은가
이현경 SK텔레콤 HR실 인재채용팀 매니저는 “자신의 직무 역량을 통해 일에 대한 몰입과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며 “한마디로 일 잘하는 사람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정우현 롯데백화점 경영지원부문 인사팀 대리는 “현장 경험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며 “도서관에서 공부만 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힘으로 용돈을 벌어보고, 영화관 카페에서 함께 협업의 즐거움을 만끽해본 사람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정현우 대리는 “그냥 은행 취업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농민을 위하는 농협의 출범 가치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도상엽 포스코 인재채용섹션 대리는 근성을 강조했다. 그는 “직원 8명 중 한 명은 해외에서 근무한다”며 “문화, 언어 등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해내고야 말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잡초 같은 근성 있는 인재가 포스코에 입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채용시장의 화두인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물었다. 학력, 나이, 출신 지역을 묻지 않고 실력으로 뽑는 방식이다. 김 선임은 “LG그룹은 2014년부터 지원서 접수 때 사진과 가족사항, 인턴 여부와 어학연수 경험도 받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이공계 채용이 많아 학점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서류, 면접 등 모든 전형에서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하고 있지만 전공은 해당 직무 연관성 때문에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사원은 “공채는 특정 기간에 정해진 프로세스를 통해 지원자를 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지원자의 학년, 채용 시기 등에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소통하고 만나기 위해 수시채용 블라인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과 포스코 채용담당자는 “블라인드 방식 면접을 시행 중”이라고 답했다. 이력서에 어학, 자격증란을 없앤 농협은행은 “학교, 학점란도 없앨 것인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SK 롯데 등 주요 기업은 이력서에 사진, 수상 경력, 어학연수, 인턴 경험, 봉사활동, 가족관계, 주소를 없앤 탈스펙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
언변보다는 경험
정현우 대리는 “단어가 화려하면 가벼워 보인다”며 “대신 자신만의 솔직한 경험을 쓰면 호기심이 간다. 내용이 좋은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도 매니저는 “자기소개서가 상향 평준화됐다”며 “문장이 화려하다고 뽑는 게 아니라 지원자의 준비 과정과 회사에 얼마나 관심있는지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주 사원은 “채용은 언변 좋은 사람을 뽑는 과정이 아니다. 표현력은 조금 부족해도 그 사람의 고민과 경험이 담겨 있다면 그는 매력적인 지원자”라고 강조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와 학점, 어학성적 등 스펙으로만 뽑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안 대리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마다 다양한 직무가 있고 채용 기준이 다르다”며 “해외영업팀에서 사람을 뽑을 땐 당연히 외국어 능력을 많이 볼 수밖에 없고 생산기술직은 어학보다는 관련 자격증에 비중을 둔다”고 했다. 직무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자소서의 핵심은 차별화
서류심사와 면접 자료가 되는 자소서에 대해서는 설득력과 호기심을 강조했다. 채용 담당 실무자들은 “솔직한 자기 경험을 담으면 잘 읽힐 수밖에 없다” “사실 위주로 진정성이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수상 경력과 프로젝트 경험 등 뭔가 실질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팩트(Fact)가 담긴 자소서가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신만의 시각을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 대리는 “협력사 5곳에서 대학 2학년 때부터 현장 경험을 한 친구가 있었다”며 “기계산업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충성도까지 보여줬으니 당연히 가점을 줄 수밖에 없지만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우현 대리는 “특이한 경험을 튀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적합한 경험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인턴 경험과 팝콘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면 백화점에서는 팝콘 ‘알바’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도 대리는 “지원 회사와 직무에 대해 자신의 시각으로 개념 정리를 한 사람이 있었다”며 “당연히 다른 자소서와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 사원은 “화려한 경험과 이력이 좋은 자소서는 아니다”며 “남들이 봤을 땐 평범하지만 자신만의 고민과 열정이 묻어나는 자소서가 단연 눈에 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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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지난 1일 서울 연세대 교정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설명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보고 있다.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시즌이 시작되면서 우수 인재를 뽑으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기업들의 자소서 항목 주요 내용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지원동기 △본인의 장단점 △성장배경 △목표달성 경험 △실패경험 △입사 후 포부 등으로 이뤄진다. 채용설명회 때마다 취준생들의 단골 질문은 “정말 자소서를 다 읽느냐”다. 주올림 현대차 사원은 “채용 조건에 맞지 않거나 성의 없는 이력서를 제외하곤 자소서로 지원자를 판단하려 한다”며 “자소서는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원동기는 구체적으로
구직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원동기 작성 요령을 물어봤다. 정우현 롯데백화점 대리는 “지원 회사의 환경과 업무 형태가 자신과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나는 이런 역량이 있는데 입사하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식의 미래건설적 지원동기가 좋다”고 말했다.
정현우 농협 대리는 “포괄적인 지원동기는 관심이 없다는 것과 같다”며 구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은행 지점 고객 경험을 강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예를 들어 사업하는 아버지가 은행 대출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아 성공을 거뒀는지를 자신의 지원동기와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줘라
자소서에 성장배경이나 장단점, 실패경험, 입사 후 포부를 묻는 이유를 물어봤다. 안훈 한화기계 인사기획팀 대리는 “장단점은 조직 적응력을 보기 위한 것”이라며 “실패 경험은 리더 혹은 팀원으로서 과업이 떨어졌을 때의 자세와 대처능력을 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정우현 대리는 “지원자의 태도, 자세와 가치관이 성장 과정에 드러난다”고 말했다. 영업관리 지원자라면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습관, 연구개발직이라면 꼼꼼하고 무언가 파고드는 성격이 드러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입사 후 포부는 1년이나 5년 혹은 10년 등 단계별로 세분화해 작성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현우 농협 대리는 “농협은 타인을 위한 배려,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 등이 성장 과정에 녹아 있는지를 본다”며 “다만 성장 과정을 굳이 농촌과 연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금융을 통해 농촌에 기여하겠다는 포부와 의미가 담긴다면 좋은 자소서라는 설명이다.
자소서 성패는 첫 문장이 좌우
의외로 기업별로 서로 다른 자소서의 분량을 어느 정도까지 채워야 하는지 고민하는 취업준비생이 많다. 실무자들은 “너무 짧게 쓰면 성의 없어 보이지만 자소서가 지식 자랑을 늘어놓는 곳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처음에 과도하게 힘을 주면 용두사미가 되기 쉬운 만큼 서론과 본론, 결론을 잘 배분해서 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자소서는 자신을 보여주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정우현 대리는 “800자로 제시됐다면 600자만 써도 무방하다”며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모티콘, 특수기호 등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두괄식으로 작성하되 눈길을 끄는 첫 문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류접수가 끝나면 인사담당자들은 서류전형을 통해 합격자를 발표한다. 자소서 검토 시즌은 매년 추석연휴와 겹쳐 인사담당자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서류 합격자 발표는 많은 기업들이 인적성시험을 2~3일 앞두고 하는 경우가 많다. 미리 필기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면접의 핵심은 직무능력
기업별로 채용 방식과 절차가 다르다. 예를 들어 LG그룹은 3개 계열사까지 지원 가능하다. 3곳 모두 서류전형을 통과해 인적성검사를 본 뒤 면접 날짜가 다르다면 최종 3개 회사까지 합격할 수 있다. LG인적성검사 탈락률은 계열사마다 다르지만 높은 편은 아니다. 롯데그룹은 올해 하반기부터 인적성(L-TAB)을 별도로 치른다. 서류 합격자를 늘리고 필기시험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업마다 인적성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노하우를 물었다. 김정현 LG화학 선임은 “1차 면접은 지원분야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직무역량 면접과 외국어(영어 또는 중국어) 면접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현경 SK텔레콤 매니저는 “다양한 상황,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혼자 있을 때의 모습 등을 통해 지원자의 모습을 보려 한다”며 “마케터는 커뮤니케이션, 개발자는 개발 능력, 빅데이터 지원자는 데이터 분석력 평가 등으로 직무마다 특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위원은 과제평가를 하느라 지원자가 동료를 위해 신발 정리를 하는지 모른다”며 “면접 때는 직무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안훈 대리는 “행동경험 사례를 통한 구조화 면접과 역량면접을 본다”며 “필요에 따라 어학면접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계산업은 해외 수주가 많아 거래하는 해외 기업 문화와 시장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우현 대리는 “역량면접이 당락의 50% 이상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는 “토론주제는 백화점의 최신 트렌드를 묻는다”며 “지난해 주제는 ‘혼술남녀’ 등 1인가구 공략전략이었다. 스펙태클 오디션에 나온 주제는 꼭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접 복장도 중요
취준생의 또 다른 고민인 면접 복장에 대해서는 기업별로 반응이 엇갈렸다. 이현경 SK텔레콤 매니저는 “자율복이며 면접위원도 넥타이를 안 맨다”며 “청바지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와도 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면접은 누가 일 잘하는 사람인지를 뽑는 시간이기에 지원자가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복장을 하고 오면 된다는 설명이다.
정우현 대리는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이라고 공지한다”며 “면접위원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패션 감각이 있어 깔끔하고 단정한 복장이면 된다”고 말했다. 정현우 대리는 “은행 면접은 천편일률적이다. 여성은 자신만의 헤어스타일, 남성은 셔츠나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면 좋다”고 말했다. 다만 현란한 스트라이프 양말은 금물이라며 앉아 있을 때의 모습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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