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젤리를 접수한다! ‘젤리충들의 모임’ 만든 젤리대왕 박승은

입력 2017-09-08 19:30   수정 2017-09-12 09:24


[꼴Q열전]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말캉말캉 쫀득쫀득, 거부할 수 없는 마성의 식감. 달콤 상큼 짜릿하게 혀를 감싸는 매력적인 맛. 한 번 손대면 멈출 수 없는, 마약 같은 존재감을 자랑하는 너의 이름은 ‘젤리’. 젤리를 사랑한다면, 젤리를 사랑하고 싶다면 주저 말고 방황 말고 ‘젤리충들의 모임’으로 오라!     



△ 사진 = 김기남 기자


‘젤리충들의 모임(@jellychooong)’은 젤리를 사랑하는 남녀노소가 모여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다. ‘젤리충(페이지 내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젤리충’이라 부른다)’들은 신상 젤리나 해외의 희귀템 젤리 정보를 공유하고, 직접 맛본 젤리 평가한다. 지난 4월 페이지가 개설됐는데 5개월 만에 페이지 팔로우 숫자가 1만 8600을 넘어설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젤리충들의 모임’ 운영자 박승은(24) 씨는 페이지의 인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2월 서울예대 방송영상과를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하고 있어요. 회사일도 많은데 페이지 운영까지 하느라 하루 종일 정신이 없죠. 매일 휴대폰만 보고 있다니까요.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에 페이스북 댓글 알람이 수백 개가 떠있어요. 젤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놀랍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요.”



△ 사진 = 김기남 기자

남친은 떠나고 젤리는 남았다

박 씨는 소문난 ‘젤리대장’이다. 그녀가 일하는 사무실 책상에는 커다란 젤리 통이 놓여있는데, 정수기 물을 갈 듯 매일 매일 다양한 종류의 젤리를 리필 한다. 그녀는 출근 직후에는 잠을 깨기 위해, 오전에는 배가 고파서, 점식 식사 후에는 디저트로, 오후에는 나른함을 잊고자 젤리 통에 손을 댄다. 국내에서 출시된 젤리 중에는 안 먹어본 것이 없을 정도다. 

“젤리에 빠지게 된 것은 구남친과 연애를 하면서부터죠. 지금은 헤어졌지만, 예전에 사귄 남자친구가 젤리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밥을 먹은 후에는 무조건 젤리를 사먹었고, 손에  젤리가 들려있었어요. 남자친구를 따라 젤리를 먹다보니 어느새 젤리에 중독이 돼버렸나 봐요. 150일 정도 사귀고 헤어졌는데, 젤리 생각만 계속 나더라고요.” 



△ '젤리충들의 모임' 페이지의 커버 사진. 젤리충이 직접 만들어 보내 준 사진이다.

남친은 떠났지만 젤리는 여전히 그녀의 곁에 남았다. 이별 후 박 씨는 ‘젤리충들의 모임’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별 후의 헛헛함을 젤리로 달래려는 마음이었다. 소박하게 몇몇 사람들과 젤리 이야기나 나누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볼까 했는데, 예상 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엄청났다. 인기 유튜버의 곤약젤리 콘텐츠를 공유했을 뿐인데 도달 수가 100만 이상을 기록했고 하룻밤 사이에 5000명의 팔로워가 생겼다. 

“사탕이나 초콜릿만큼 젤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젤리 관련 페이지는 하나도 없었어요. 젤리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젤리충들의 모임’으로 몰리게 된 것 같아요. 젤리충들의 취향은 굉장히 명확해요. 연예인이나 패션 등의 콘텐츠에는 전혀 관심이 없죠. 젤리나 장난감 젤리의 일종인 액괴(액체괴물) 등의 콘텐츠에만 열광해요.” 



△ 페이지 가장 상단에 있는 젤리충들의 선서. 운영자 박 씨가 직접 그림판으로 만들었다. 


젤리충이라면 1일 3젤리는 기본이죠  

‘젤리충들의 모임’ 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젤리충들의 선서’다. 진정한 젤리충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선서문에 나와 있는 원칙을 마음속에 새기고 일상에서 실천해야한다. ‘식후 땡 말고 식후 젤리’, ‘젤리충이라면 기본 1일 3젤리’, ‘사랑하는 지인들에게 젤리충 전도하기’, ‘나의 지방이들에게 보탬이 되어주는 젤리느님께 항상 감사하기’ 등이다. 

“오이를 싫어하는 모임을 보니 선언문이 있기에 따라해 봤어요. 모두 제가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내용으로만 썼죠. 식후에는 무조건 편의점으로 달려가 젤리 디저트를 먹고, 친구들에게 젤리를 권하는 행동 등이요. 젤리를 먹으면서 살이 3kg이나 쪘지만 젤리를 끊을 수는 없죠.(웃음)”

‘젤리충의 모임’ 페이지에는 매일 1~2개의 콘텐츠가 업로드 된다. 박 씨가 직접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만든 콘텐츠도 있지만 대부분은 젤리충의 제보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젤리충들이 마치 특파원처럼 신상 젤리나 외국에서 구한 젤리 등에 관한 정보와 사진을 박 씨에게 메시지로 전달하면 이 중 일부를 선별해 페이지에 게시한다. 



△ 사진 = 김기남 기자

취향에 맞는 젤리를 찾고 싶을 때에도 박 씨에게 문의하면 된다. ‘젤리를 좋아하는 임산부인데 신맛이 나는 젤리를 추천해 달라’, ‘외국에서 먹은 젤리인데 이름을 알려 달라’ 등의 메시지를 받으면 박 씨가 페이지에 게시를 하고 친절한 젤리충들이 나서 댓글을 달아준다. 

“제보나 문의 말고 개인적인 고민 상담을 메시지로 보내는 분들도 많아요. 젤리충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모든 댓글에 대댓글을 달다 보니 친근하게 생각하시나봐요. 젤리충 중에는 초등학생도 많아 ‘젤리야, 안녕’, ‘젤리야 너는 여자니, 남자니’라며 말을 걸기도 하죠. ‘초통령’의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1만 8천 젤리충과 함께 박 씨가 그리는 빅 픽처는 ‘젤리데이’를 만드는 것이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를 넘어서는 ‘젤리데이’를 대중화시키려는 야망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탕, 초콜릿, 빼빼로를 주듯 젤리를 선물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박 씨는 열심히 달릴 생각이다. 

“올해 12월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제과업체들과 함께 젤리데이를 만들어 퍼뜨리고 싶어요. 아마 개인이 이런 ‘OO데이’를 만든 것은 최초가 아닐까 싶어요. 젤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겠죠?”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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