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정수민 대학생 기자] 가출 청소년의 회고록 <내가 나이에 따라 변할 사람 같냐>의 저자 류연웅 씨. 첫 소설집 출간을 앞둔 그는 스물한 살이다. 2012년 겨울, 고양예고 문창과 합격 소식을 듣고 함께 있던 친구들에게 약속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을 지키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소설을 통해 ‘우리는 세상에 그저 산책을 하러 태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산책을 따라가 봤다.
- 자기소개 해달라.
“인천을 빼놓고 나를 소개할 수가 없다. 나는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랐으며, 현재도 인천에 살고 있다. 지금은 첫 소설집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한지 5년 만에 책을 내게 됐다.”
- 펀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작년 여름방학에 인천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 한 친구가 집에 쌓여 있는 책들 중에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너는 왜 책을 내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문창과생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책을 내는 구조를 설명하게 됐다. 등단을 하고,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한참을 얘기하다 보니 그건 그저 내가 배운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빨리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등단이라는 절차가 있는데, 그에 반하는 방법으로 소설을 출간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작품의 질을 독자에게 묻기 전에 평론가, 심사위원들을 거치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단이라는 절차가 나쁘다고 얘기할 순 없다. 다만 시스템 안에서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시스템 밖으로 나가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다. 어쩌면 이게 진짜 옳을 수도 있지 않나. ‘이 글로 등단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내 첫 책은 어떤 내용이 될까’ 라는 기대로 바뀐다면 기쁠 것 같았다.”
- 홍보는 어떻게 진행했는가?
“처음엔 SNS 만으로 홍보가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멍청했다. 모르는 트위터 유저 한 분이 내 텀블벅을 공유해줘서 홍보가 많이 됐다.”
-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가정동에 대한 추억이 궁금하다.
“가정동은 합정과 홍대를 합친 크기 정도 되는 마을이다. 1980년대엔 잘 사는 사람들이 살았는데, 2000년에 정부가 뉴타운을 짓겠다며 보상금을 조금 주고 다 몰아냈다. 마을 사람들은 계속 시위를 버렸지만 내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결국 다 쫓겨났다. 문제는 인천시에 돈이 없었다. 5년가량 빈 건물로 마을이 방치됐다. 흉물스럽게 남은 건물을 보면서 기분이 묘했다. 어느 샌가 그곳은 가출 청소년들의 터전이 됐다. 또 다른 소규모 마을이 형성된 것이다. 가출한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마을에 나는 뒤늦게 발을 들여놓았다. 지금은 건물을 다 밀어내 대부분이 공터고, 일부는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다.”
- 소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2부 도입부에 내가 가출하고 마을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가출을 하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마도 엄마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엄마가 나에게 자신의 꿈을 투영해 공부만 시키는 게 싫으면서도, 엄마가 내 걱정할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때 ‘가출팸’ 아이들이 내 죄의식을 밟아줬다. 부모들에게 ‘얘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애’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편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책의 중심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 다양한 연결고리를 다 잡아주고 있다. 읽어보면 안다.”
- 꿈이 있나?
“잘 모르겠다. 고등학생 땐 대학 가는 게 꿈이었다. 대학생이 된 지금은 모르겠다. 일단 책을 내야한다. 가장 가까운 꿈은, 예고 문창과 안에서 청소년들이 예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업 안에서 목표를 학습 받고,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보여주는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내년 상반기에 문단 관련된 소설집을 낼 거다. 하반기에는 예고 문창과와 관련된 장편을 쓰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바쁘게 지내는 게 목표다.”
- 책으로 독자를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명한 작가 되고, 문학상 받는 것보다 행복 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 얼마 전에 친구들에게 ‘출간을 축하한다’는 얘기를 듣고 추억 얘기를 하면서 행복했다. 그리고 읽어주셔서, 후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 정성만큼 글로 다 보답해드리고 싶다.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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