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홍효진 대학생 기자] 누구나 ‘나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숨은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란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도시 역시,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누군가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시가 갖고 있는 이 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가장 많은 사람들의 숨결이 묻어있는 서울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기업이 있다.
우리가 아는 서울 그 이상 알고 싶은 서울을 만드는 곳, ‘안녕 서울’. 그들과 함께하는 도시재생사업과 숨은 서울이야기에 대해 알아보기위해 ‘안녕 서울’ 대표이자 청년 사업가 윤인주 씨를 만났다.
윤인주 대표(사진=홍효진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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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자기소개 해 달라.
“서울의 많은 이야기를 가장 쉽고 재미있게 알리기 위한 콘텐츠를 연구하고 생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대학생들에게 ‘안녕 서울’이 하는 일과 서울 주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안녕서울’이라는 이름의 의미와 하는 일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안녕 서울’의 의미는 ‘서울이라는 도시에게 건네는 인사말이자 서울의 안녕을 기원 한다’는 뜻이다. ‘안녕’이라는 단어는 어떤 언어를 배워도 가장 처음 배우는 언어임과 동시에 어느 나라, 도시에 가던지 가장 처음으로 익히는 단어이다. 마찬가지로 그 공간의 이름도 가장 처음 알게 되는 단어이니, 결국 이 두 가지는 누구나 다 쉽게 배우는 단어인 셈이다. 어떤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안녕’ 이라는 인사말을 건네며 그 사람의 이름을 묻고 기억하는 게 순서인 것처럼, 서울을 알아가기 위한 인사의 뜻과 ‘안녕’이 가진 ‘아무 탈 없이 편안함’ 이라는 의미까지 덧붙여서 ‘안녕 서울’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우리는 도시가 어떻게 변했고 앞으로는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해 연구하고 공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나 건축이라는 개념 자체가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그런 생각으로는 서울이 더 좋은 도시로 발전할 수 없고 미래의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상상의 문도 닫힐 수 있다.
서울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있고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공유하는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안녕 서울’은 도시의 미래에 대해 많은 분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회, 결과적으로 더 건강한 도시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를 설립한 계기는?
“대학교 졸업 이후 1년 동안 쉬면서 건축·도시 관련 팟캐스트에 참여하게 됐다. 일을 하면서 의·식·주 중에 밥도 옷도 다 스타일이 있는데 정작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서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좀 더 쉬운 콘텐츠를 개발하려고 노력했는데 내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 그 이상을 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좀 더 적극적인 일을 해야겠다 싶어 들어간 회사에서 서울역고가 도시재생사업에 관련된 지역 조사를 담당했다. 그 과정에서 사람과 도시를 많이 만나고 또 이야기들을 많이 듣다 보니까 이런 부분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취지에서 <산책 버스>라는 도보여행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했었는데, 시민 분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이 프로그램을 하고나니 서울을 더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져서 회사를 나와 팟캐스트를 통해 만나게 된 친구와 같이 ‘안녕 서울’을 만들게 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소개 해 달라.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기억의 터’의 문화해설 프로그램이 매주 수요일 4시부터 진행하고 있고 또 관련 서포터즈 활동도 하고 있다. 사전에 지원을 통해 모인 ‘기억의 터’ 서포터즈 분들과 스터디, 수요시위 참가, 나눔의 집 방문, 관련 영화 상영회 등의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서울로카(Seoul Local Playing Card)’라는 카드게임을 개발했다. 서울역 일대의 13군데 장소를 설정해서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의 도시변화를 알 수 있도록 트럼프 카드처럼 제작했는데, 게임을 즐기면서 도시의 변화에 대한 몰랐던 사실까지 알게 되니까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 게임은 아직은 시험단계이고 곧 판매할 예정이다.
‘안녕 서울’에서 판매 예정인 <서울로카>의 모습. 사진=홍효진 대학생기자
주민 해설사 양성 과정도 있다. 우리가 시민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서울에 거주하시는 주민 분들이 직접 화자가 되어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작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지원해주신 주민 분들과 같이 지도도 만들고 답사도 다니면서 준비하고 있다. 아직 날짜는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10월 말쯤, 주민 해설사 분들과 함께하는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대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안녕 서울’의 콘텐츠 및 프로그램이 있다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해왔던 활동들을 정리해서 다시 콘텐츠화 할 예정이다.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부분을 상품이나 기타 콘텐츠로 재가공해서 많은 분들과 공유하려고 기획 중이다. 제작된 콘텐츠에 대한 정보는 ‘안녕 서울’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10월에 진행되는 ‘주민 해설사와 함께하는 서울 투어’도 추천하고 싶다. 주민 해설사 분들이 서울에 50년 정도 거주하고 계신 분들이라 지도에 없는 부분들까지 다 알고 계신다. 어떤 길이 있고 또 없어졌는지, 그리고 숨어있는 서울의 역사까지도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어떤 분이 지도를 보다가 “이 부분은 틀렸네. 여기는 길이 없어!” 하고 틀린 부분을 잡아내더라. 그만큼 서울의 구석구석을 다 꿰고 계신 분들이 해설사가 된다.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 예를 들어 인사동이나 강남역처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곳들만 가본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함께한다면 ‘진짜 서울’이 어떤 건지 더 자세히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큰 길에만 익숙해져있는 분들에게, 작은 골목길을 걸어 다니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드리고자 열심히 기획 중이니 많이 참여해 달라.”
-가장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이 있다면?
“서계동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소개하기 위해 <서계동 골목탐험대> 라는 이름의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입구에서 지도를 나눠주면 지도에 표시된 곳을 직접 찾아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다 들으면 도장이나 스티커를 받아서 지도를 완성해오는 방식이다. 게임으로 진행되어 가족 단위로 참여해주신 분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안녕 서울’이 알아낸 서울의 새로운 이야기가 있다면?
“서울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가 알고 보면 누군가의 아는 사람, 또 아는 사람 정도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이용하는 카페 사장님이나 자주 가는 식당 아주머니 같이 평소에 자주 뵈었던 분들이, 저희랑 워크숍을 통해서 만나는 주민 분들과 친구인 경우가 많더라. 서울은 익명성의 도시라고 여겨왔는데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지역을 베이스로 활동하다보니까 여기서 알게 된 사람이랑 또 다른 곳에서 알게 된 사람이 알고 보니 아는 사이였던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결과적으로 우리가 다 아는 사이가 되는 게 아닌가. 이런 경험들을 하게 되면서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리고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파고들자면, 사무실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비둘기 하우스’라는 카페가 있다. 1층은 카페, 2층은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곳인데 여기가 원래는 여인숙 자리였다. 지금 카페를 어머님과 따님이 같이 운영 하시는데, 외할머님께서 30여년 정도 여인숙을 운영하시다가 같은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지금의 비둘기 하우스가 됐다고 한다.
‘비둘기 하우스’의 외부 모습. 사진=홍효진 대학생기자
‘비둘기 하우스’ 바로 옆에 ‘DHL’이라는 택배물류회사가 있는데, 이 자리가 원래는 ‘봉래극장’이라는 이름의 극장이 있던 곳이다. 만리동 고개 쪽으로 조금만 넘어가면 영화제작소도 있었다고 한다. 부부가 같이 운영했는데 남편 분은 감독 일을, 아내 분은 배우 일을 하셨다고 하더라. 남편 분 성함은 신상옥, 아내 분은 최은희씨다. 제작소에 세트장을 만들어놓고 영화를 촬영하셨다고 하는데, 아마 서울역 주변이 60-70년대의 흑백영화에 자주 출연했던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소에서 찍은 영화를 봉래극장에서 상영을 했다고 하니, 서울역 일대가 일종의 영화촌이었던 셈이다.
도로 위를 걷고 있는 이들 뒤로 봉래극장이 보이고 있다.(왼쪽)
봉래극장이 있던 자리에 위치한 DHL(택배물류회사)의 모습(오른쪽)
봉래극장에서 경리로 일하셨던 분이 계신데 그 분이 이번에 주민 해설사로 참여해주신 분들 중 한 분이다. 그 극장을 이 동네 사셨던 분이라면 이용해보지 않은 분이 거의 없다더라. 한번은 저번 모임 때 “우리 언젠가 한번은 극장에서 마주쳤겠네요”라는 농담을 서로 주고받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는 늘 사람과 사람이 맺어지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현재 기획 중인 프로그램이 있다면?
“남산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도시 안에서 남산을 우리가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물어보는 취지에서 만들고 있다. 도시 한가운데에 산이 있지는 않은데 그런 이례적인 풍경이 서울 안에 있지 않나. 걸어서, 혹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쉽게 산을 접근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서울이다.
어떻게 보면 자연이 굉장히 깊게 들어와 있는 도시인데 과연 사람들이 남산을 산으로 인지하고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계절이 변하는 걸 눈이나 비처럼 직접 나가서 보지 않는 이상, 도시는 쉽게 느낄 수가 없다. 하지만 남산에 오르면 그게 가능해지고 남산 산책을 통해 도심 안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소개하고 싶다. 올 11월 11일에 <남산을 오르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주제로 소개할 예정이다. 정확히는 백범광장 쪽으로 올라가는 세 가지의 방법과 공연과 간담회 등을 기획해서 진행하게 될 것이다.”
-서울을 알리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서울이 어떤 도시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업을 하고 싶다. 서울을 이해해야 서울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가 한 사람의 기획자에 의해 변하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도시는 그 공간에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 땅에 내 의견을 피력할 자유가 누구나 있지 않은가. 이기적이지 않은 도시생활을 하기 위해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다. 좀 더 쉬운 콘텐츠를 개발해서 누구나 쉽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창구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사람들이 ‘안녕 서울’을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나?
“쉽고 유익한데 재미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회사라고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요즘 우리가 내세우는 슬로건이 ‘서울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서울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책을 읽을 수도, 관련 영상을 찾아볼 수도, 내용을 공부 할 수도 있지만 이 여러 방법들 가운데 가장 쉬운 방법으로 서울을 이해시키고 싶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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