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이태권 대학생 기자] 직장인 A씨는 요즘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즐겁다. 출근하기 전 문을 열어보면 한 주 동안 입을 깨끗한 흰 셔츠들이 문고리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위클리셔츠’의 셔츠구독 서비스를 신청한 그는 월 4만 9천 원에 세탁부터 다림질까지 된 셔츠 3장을 매주 배송 받는다. 반납할 셔츠는 문고리에 걸어두면 새벽에 직원이 회수하고 새 셔츠를 걸어둔다. 제공되는 셔츠는 6개월마다 폐기된다. 이용자들에게 일정한 품질의 셔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필요한 물건들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정기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배송 기술의 발달로 집에서 편안하게 물건을 주문할 수 있는 ‘정기구독’ 서비스는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생수나 식료품 등 단순 소비재만 배송하던 수준을 넘어 이제는 의류뿐 아니라 꽃, 미술작품, 취미 콘텐츠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일상에서 즐기는 ‘꽃 정기구독’, 플라워 서브스크립션 스타트업 꾸까(Kukka)
‘꾸까(Kukka)’는 꽃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월 9,900원에서 29,900원의 비용으로 전문 플로리스트들이 만든 꽃을 2주마다 구독할 수 있다. 물을 머금은 플로럴폼으로 물처리를 한 생화를 박스용 단열재로 포장해 소비자들에게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혹 싱싱하지 않은 꽃이 배송됐을 경우 100% 꽃을 다시 보내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assurance program·품질보장제도)도 시행하고 있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꾸까는 지난 2014년 런칭 이후 꾸준히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매월 ‘꽃 정기구독’ 이용자가 약 4만 명 정도이며, 주 고객층은 2030대 여성 고객이다.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가 핵심이지만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제공 ‘꾸까’
박춘화 꾸까 대표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가격과 접근성 때문에 꽃을 일상에서 즐기기 어려웠다”며 “정기구독 서비스는 (기업 입장에서는)수요를 미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꽃을 대량 구매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는 집과 사무실 등 어디든 택배를 통해 편하게 꽃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꾸까의 핵심 가치인 ‘꽃의 일상화’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꾸까’에서 서비스 중인 ‘꽃 정기구독’ 제품 (사진제공 ‘꾸까’)
최근 ‘꾸까’는 꽃뿐만 아니라 식물을 정기 구독할 수 있는 ‘꾸까 그린’을 런칭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9월 한 달에만 신청자가 3천여 명에 이를 만큼 인기다. 꽃이 흔들리는 걸 방지한 특수 포장박스와 꽃 관리법 카드 등 고객 의견을 반영한 피드백도 꾸준히 적용 중이다.
박 대표는 “꾸까의 최종 목표는 ‘꽃을 일상 속의 문화로 만드는 라이프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며 “정기구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꽃을 소재로 한 모든 영역에 도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취미’를 정기 배송해드립니다, 취미 큐레이터 서비스 ‘하비인더박스’
다양한 DIY 키트 등 ‘취미’를 배달하는 정기구독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하비인더박스’는 가죽 공예, 드립커피 키트, 픽셀아트 등 ‘DIY 취미’를 배송하는 취미 정기구독 스타트업이다. 다양하고 새로운 취미 콘텐츠를 직접 연구하거나 전문 업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집에서도 혼자 쉽게 할 수 있는 취미 키트를 매달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사진 제공 ‘하비인더박스’
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하비인더박스’는 이제 겨우 만 1년차 스타트업이지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업 초기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한 이들은 300만 원이었던 목표금액을 훨씬 넘긴 1천200만 원을 투자받으며 시장성을 검증받았다. 게다가 크라우드 펀딩 자체가 얼리어답터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현재 ‘하비인더박스’의 회원 수는 1천200여 명 정도다. 최근 들어 3~6개월 등 장기 서비스를 신청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고, 재구매율도 높아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서비스를 제공해온 1년 사이 업력도 쌓이고 포트폴리오가 생기니 협업 제안이 들어오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올리브영 강남점에도 입점해 오프라인 판매도 진행하고, 신한은행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B2B 시장 진출 가능성도 확인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하비인더박스’는 조유진, 구윤혜 공동대표와 함께 최근 개발자와 디자이너도 합류해 어엿한 정식 팀도 꾸려졌다.
△모든 제품은 구성, 기획 단계부터 직접 실험 후 구성한다. (사진제공 ‘하비인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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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하비인더박스’가 선보인 콘텐츠 또한 다양하다. DIY 네온사인 만들기부터 핀홀카메라 만들기, 드립커피 키트, 아트토이 컬러링 등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선보이고 있다. 매달 바뀌는 콘텐츠 키트는 하나같이 모두 제품 구성, 기획 단계에서부터 직접 실험해본 뒤, 이용자가 혼자서도 하기 쉽게 재료와 도구 및 설명서와 함께 배송된다. 혼자 하기 어려운 경우는 첨부된 QR코드를 통해 동영상을 보고 따라할 수 있게 가이드가 제공된다.
조 대표는 “현대인들이 바쁘다보니 취미가 별로 없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시기에 사람들이 ‘욜로(YOLO)’처럼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트렌드가 생기고 있다”며 “하비인더박스는 이런 트렌드에 맞춰 진입장벽을 낮춘 다양한 취미 콘텐츠들을 통해 고객들이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백문이 불여일감이 우리의 아이덴티티다. 보는 것과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감’과는 큰 차이가 있는 만큼 고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취미를 찾고 시작할 수 있는 ‘트리거’ 역할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분야별 전문가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사람들이 취미를 공유할 수 있게끔 하는 ‘취미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값비싼 미술품도 저렴한 가격에 ‘구독’한다…미술품 대여서비스 ‘오픈갤러리’
단순 소비재가 아닌 미술품을 정기적으로 대여하는 서비스도 있다. ‘오픈갤러리’(대표 박의규)는 국내 최초의 ‘미술품 렌탈 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국내 인기 작가의 원화 그림을 작품 가격의 1~3% 수준의 합리적 요금으로 정기 구독할 수 있다. 작품 크기에 따라 월 3만 9천 원에서 40만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대에 맞춰 3개월 단위로 바꿔가며 빌린다. 빌렸던 작품을 구매할 때는 대여한 기간만큼의 비용을 제외하고 구매할 수도 있다.
△사진 제공 ‘오픈갤러리’
기존 미술 시장이 소수의 유명 작가와 부유한 소비자 중심이었던 반면, ‘오픈갤러리’의 서비스는 일반 대중이 역량 있는 여러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정기구독을 통해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색상, 주제, 크기, 가격 등에 맞춰 작품을 검색한 후 주문하면 전문 큐레이터와 배송 전문 인력이 직접 찾아가 작품 설치부터 해설, 작품관리에 대한 주의사항까지 안내한다.
지난 2013년 말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오픈갤러리’는 런칭 이래 연 평균 200~300%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오픈갤러리’와 협업 중인 작가는 약 600여 명이며,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작품만 1만 3천여 점이다. 일반 개인 고객이 약 70%에 이르지만 병원, 기업, 정부 기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도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작품들은 소속 큐레이터들이 작가 이력, 작품성, 대중성 등 다양한 방면을 고려해 선정한다. 이른바 대중적인 작품부터 고유의 개성이 뚜렷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이용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 인기를 끌고 있다.
△모든 작품은 전문 큐레이터가 직접 방문하여 설치를 진행한다. (사진제공 ‘오픈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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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갤러리 관계자는 “최근 공간에 대한 투자가 늘고 그림을 인테리어의 중심으로 여기는 트렌드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미술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시작을 어려워하는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아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시장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오픈갤러리의 서비스를 통해 역량 있는 작가들은 보다 쉽게 대중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이용자들은 정기구독을 통해 간편하게 미술을 즐기는 건강한 미술 생태계 구축이 우리의 지향점”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의 미술 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하고 진출시키는 플랫폼의 역할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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