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표 내고 스타트업 창업한 김주형 대표…“신발에서 속옷까지 사이즈 문제 해결”

입력 2017-11-26 20:54   수정 2017-12-08 10:59


[캠퍼스 잡앤조이=이영규 인턴기자] 삼성전자는 취준생들의 꿈의 기업이다. 삼성을 목표로 취업준비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어렵게 입사했지만 ‘나만의 회사를 갖고 싶다’며 사표를 내고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가 있다. 바로 김주형 디파인드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누군가는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하지만 그는 스스로 ‘무한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김주형 디파인드 대표

1979년

2017년 디파인드 대표(현)

2014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책임 디자이너

2012년 삼성전자 이미징사업부 선임 디자이너

2006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입사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명함에도 “나만의 회사 꿈꿔”

김주형 디파인드 대표는 대학 2학년 때 삼성전자에서 운영하는 ‘디자인 멤버십’에 선발돼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제품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 이 회사에서 디자이너 경력을 시작하고 싶다고 결심한 김 대표는 2006년 결국 삼성전자에 입사했고 이후 12년 동안 수많은 제품들의 디자인을 맡아 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생활이었지만 김 대표의 마음 속에서는 항상 창업을 향한 열망이 있었다. ‘내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었다. 

“사내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니 기존 업무방식에 아쉬움이 많았어요. 상품기획과 개발 스펙이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빠르게 디자인을 하다 보니, 때로는 고객을 위한 디자인보다는 제품 데코레이팅을 하는 기분이었죠. 조직 내에서도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한정된 직무 영역 내에서 표현해야 한다는 한계를 느꼈고, 이런 갈증을 나만의 회사를 만들어 해소하고 싶은 욕심이 커져갔죠”

조직의 한계에 갈증을 느낀 김 대표는 꾸준히 창업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온라인에서 구매한 딸의 신발이 사이즈가 맞지 않아 자주 반품하는 아내를 보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항상 인간의 삶에서 가장 불편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해온 김 대표는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판단했다.

사내 혁신프로그램 우수 아이디어 선정, 자신감 얻어 라스베이거스까지

그는 마음 맞는 엔지니어, 디자이너와 팀을 꾸려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다듬었고 삼성전자 사내 혁신 제도 중 하나인 ‘C-lab’ 프로그램에 선발되었다. 김 대표가 개발한 서비스는 ‘슈픽’이라는 어플로 사진을 찍어 발을 3D 데이타로 만들고 신발 내부를 재 측정한 데이터와 비교해 발 사이즈를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오프라인의 경우 고객 접전, 매장 인테리어, 서비스 등 고객에게 좋은 상품을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필요하지만 온라인은 모두가 동일한 환경에 놓여지게 된다. 김 대표는 사각형 화면 안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제품 이미지와 낮은 가격, 쿠폰발행 등 이벤트가 아닌 가상에서 신발을 신어볼 수 있고 사이즈 매칭이 가능한 서비스를 생각했다. 그 아이디어가 지금의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사내에서 많은 임직원들이 자신의 서비스에 공감하는 것을 느꼈다.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긴 김 대표는 해외 패션쇼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갔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패션쇼에서 서비스를 검증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내 프로그램을 통해 동료들이나 고객에 대한 사업검증은 됐지만 실제 우리 서비스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신발 브랜드 관계자들의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어요. 패션쇼에서 해외 브랜드와 신발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수 많은 러브콜을 받았죠. 처음에는 단순히 사이즈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의외로 사업적인으로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신발사이즈만 개선? “목표는 모든 신체 사이즈 측정”

한국에 돌아와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하다고 느낀 김 대표는 결국 지난 10월 삼성전자를 그만뒀고 11월 ‘디자인과 디벨롭먼트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한다’는 뜻의 ‘디파인드’를 설립했다. 그 후 ‘슈픽’의 서비스 이용이 낯설 수 있는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자신들의 서비스를 베타버전으로 만들어 앱 스토어에 공개했다. 

보통 신발을 구매할 때 종류를 선정하고 디자인, 색상, 그리고 가격을 고민한 다음 최종적으로 사이즈를 확인한다. 하지만 슈픽은 오히려 발 데이터를 먼저 만들고 사이즈에 대한 정보를 우선해 제품을 보여주는 형태다. 김 대표는 현재 사업은 신발 사이즈 측정이지만 이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다른 신체 부위로 올라가 점점 사업영역을 넓혀갈 것이라 설명했다.

“우리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신발 사이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어요. 향후 모든 신체부위의 사이즈 측정을 개선할 생각이에요. 반지, 장갑, 옷, 속옷, 심지어 가발 사이즈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은 디자인과 개발이다 보니 형태만 달리할 뿐 사이즈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있어요. 신발은 최종목표를 가기위한 과정일 뿐이죠”

스타트업 사업진행 “현재는 매출에 신경 쓰지 않는다”

디파인드는 아직 설립 초기라 특별한 매출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아직은 매출에 욕심이 없어요. 6개월 정도는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예산과 자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에요. 신발 브랜드와 유통사를 연계하는 사업을 내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죠. 실제로 우리의 서비스를 통해 반품 감소와 마케팅 효가가 입증되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거라고 봐요. 지금 미래를 위해 더욱 연구에 집중할 때라고 생각해요.”



김 대표는 스타트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섣부른 스타트업 창업은 말리고 싶어요.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은 문제나 다른 대안이 있는 사업에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죠. 그리고 먼저 일반 기업에서 조직원들과 함께 일을 만들어 가는 팀워크를 배운 후 창업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삼성전자에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다른 직무의 동료들과 협업한 경험이 스타트업 창업에 큰 도움이 됐어요.”

spdlqjc34@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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