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만 판 ‘한 우물 전략’으로 취업 성공… SK엔카닷컴 최연소 신입사원 김지광 씨

입력 2017-11-28 11:37   수정 2017-12-04 09:18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공대생이 컴퓨터를 해야지, 한국사 공부를 하다니. 김지광(25) 씨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일찍이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오롯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 학창시절 내내 여러 종류의 컴퓨터 게임과 애플리케이션, 칵테일 머신까지 개발한 김 씨는 지난 5월 SK엔카닷컴 신입사원이 됐다.



교통사고로 군 면제...SK엔카닷컴 실적 그래프 보고 ‘이 회사다’ 점찍어

입사 8개월 차를 맞은 김지광 씨는 SK엔카닷컴 IT팀 모바일파트에서 iOS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SK엔카닷컴은 중고차 매매상과 개인의 중고차를 광고,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고차 오픈마켓이다. 

그는 회사의 최연소 신입사원이다. 휴학도 한 번 하지 않고 지난해 3월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한 후, 1년여의 취업 준비 기간을 거쳐 입사에 성공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교통사고가 나 군대를 가지 못 했어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빨리 취업하기를 결심했던 건 아니에요. 어린 시절부터 꼭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거든요. 빨리 취업해 실제 업무를 하다 보면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어요. 취업을 준비하며 가고 싶은 회사의 자회사와 계열사 정보까지 모조리 훑어보다가, SK엔카닷컴의 실적 그래프를 보고 ‘이 회사다’ 싶었죠. 급격한 성장세를 보니 이 회사가 저를 성장시켜줄 곳이라는 느낌이 왔어요.”



김 씨가 취업을 위해 내세운 것은 ‘한 우물 전략’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그는 늘 친구들 사이에서 ‘컴퓨터 잘 하는 애’로 꼽혀왔다. 친구들과 함께 하기 위해 롤플레잉 게임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게 됐다. 

“단순히 이미 알려진 알고리즘을 외우는 것을 넘어 새로운 알고리즘을 짜내거나, 한 문제에 대해 수많은 알고리즘을 제시하며 이들을 비교·분석하고, 결국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고 싶었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사다 풀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고리즘을 공부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아 독학했죠.”

중학생 때부터 직접 프로그래밍… 칵테일 머신까지 개발

대학에 입학한 후 그가 가장 좋았던 건 하고 싶지 않았던 역사 공부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만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김 씨는 “전공 수업에만 매진해 다양한 과제와 프로젝트를 하면서 직접 프로그래밍하고 개발하는 과정들이 무척 즐거웠다”며 “원래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는 탓에, 전공과목과 교양 과목의 학점 편차가 매우 컸다”고 웃어보였다.

대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칵테일 머신’을 직접 개발한 경험이다. 지난 2015년,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대학에서 배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관련 지식을 결합해 칵테일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머신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회로를 직접 설계한 후, 청계천 세운상가를 찾아 회로에 맞는 부품 하나하나를 사 일일이 납땜했다. 아크릴 공장 측 관계자와 상의해 만든 머신의 케이스는 여섯 종류의 술과 음료를 담아 여섯 종류의 칵테일을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머신과 연결할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 휴대폰 어플을 개발해 블루투스 모듈로 머신과 연결했다. 어플에는 칵테일의 종류가 나열돼 있는데, 마시고 싶은 칵테일의 종류와 도수를 선택하면 머신이 자동으로 칵테일을 제조하는 형태였다. 같은 해 이 머신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마크 주커버그의 ‘페이스북’처럼, 교내 SNS 어플도 개발했어요. 함께 학식을 먹을 사람을 찾거나 미팅을 주선하고,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끼리 수업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어플이었죠. 친구들에게 배포하긴 했는데, 홍보도 부족하고 디자인도 별로였는지 인기를 끌지는 못 했네요.(웃음)”



“비전공자라도 실력만 있다면 지원 가능, 특별한 개발 능력 쌓길

SK엔카닷컴의 채용 전형은 서류 전형-1차 기술면접-2차 임원 면접(PT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내년부터는 개발자 채용에 코딩 테스트가 추가될 예정이다. 김 씨는 서류전형에서는 자신이 진행했던 각종 프로젝트와 개발했던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기술면접에서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이나 프로그램 개발 시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상세히 설명했고, 임원 면접에서는 회사가 제시한 과제에 대한 PT 발표를 진행했다. 회사가 제시한 과제는 개발자 전형이었음에도 사업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김 씨가 제안한 사업 내용은 외국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차분히 제가 구상한 내용들을 설명했던 것이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SK엔카닷컴은 개발자를 채용할 때 학벌이나 스펙을 보고 지원자를 평가하지 않는다”며 “비전공자여도 실력만 있다면 지원이 가능한 만큼, 이 분야에서 자신이 어떤 노력과 경험을 해왔고, 자신만의 특별한 개발 능력을 갖췄는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프트웨어 패러다임 변화의 키워드는 AI… AI와 접목한 서비스 개발 목표

요즘 김 씨는 회사 업무가 끝난 6시 30분 이후에도 회사에 남아 ‘AI(인공지능)’ 공부에 매진 중이다.(SK엔카닷컴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다) 입사한 후 처음 IT팀 소속 신입 직원이 됐을 때, 팀장은 김 씨에게 ‘앞으로 회사에서 무엇을 할 지’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가 팀장에게 AI에 대해 공부해서 이를 업무에 적용해보고 싶다는 계획을 말했더니, 팀장은 AI 학습에 최적화된 데스크톱을 직접 구매해줬다. 

그는 “회사 업무가 아니더라도 직원 개개인의 ‘열정 관리’를 위해 회사가 지원해주는 점이 매우 좋다”며 “헬스장 이용 비용이나 운동화 구입비와 같은 운동비, 도서비 등 자기계발비를 제한 없이 지원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아직 나에게는 먼 이야기지만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는 월 10만 원이 지원돼 직원들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는 앞으로 AI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 이를 SK엔카닷컴 서비스에 어떻게 접목할지를 꾸준히 생각하는 인재가 되고 싶어요. 저는 하고 싶은 것 하나에만 집중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스펙을 쌓기 위해 공대생도 한국사 시험을 준비하곤 하잖아요. 취업 준비생들이 채용 시장의 패러다임을 보면서, 버려야 할 것은 과감히 버리고 ‘한 우물’만 파면서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렸으면 좋겠습니다.”

yena@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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