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홍효진 대학생 기자] 우리는 ‘시각장애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시선은 연민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는 없어도 더 넓은 마음으로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갇힌 시야 속에 사는 건 그들이 아닌 우리일지도 모른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도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 ‘도트윈’은 시각장애인이 더 이상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을 함께 꾸려가는 공동체라는 생각을 담아 가죽제품 위에 점자를 새겼다. ‘손끝으로 전하는 진심’, 점자 가죽제품 브랜드 ‘도트윈’의 박재형(연세대 13) 대표를 만났다.
- 자기소개 해 달라.
“고객이 원하는 문구를 점자로 변환해 가죽제품에 각인해 판매하는 선물 브랜드 ‘도트윈’의 대표 박재형(오른쪽 사진)이다. 디자인, 제품, 사용자 경험 등을 통해 시각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회사를 운영 중이다.”
- ‘도트윈’은 무슨 뜻인가.
“‘도트(dot)’와 ‘비트윈(between)’의 합성어로 ‘점으로 이야기하는 관계’라는 뜻이다. 선물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그리고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될 수 있다. 점 네 개로 그 둘의 관계를 이어보자는 의미로 짓게 됐다.”
- ‘점자’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잘 모르는 이들에게 점자는 암호로서의 매력과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문자다. 이를 제품에 새기면 손끝의 촉감을 통해 점자가 가진 특별한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앞으로도 점자의 특성을 제품에 연결지어, 진심을 전달하는 언어로 활용하고 싶다.”
- ‘도트윈’의 제품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고객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선물하고자, 직접 점자를 해석해볼 수 있는 해석표를 같이 제공하고 있다. 해석을 통해 많은 고객들이 점자를 알게 되고 제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도트윈’의 제품과 점자 해석표 사진. 사진=박재형 씨 제공
무엇보다 기부사업에 대해 주변에서 질문이 많이 들어오는데, 제품 자체가 기부와 연계되고 있진 않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대부분의 인식이 ‘도움이 필요한 연민의 대상‘인데, 그런 방향으로 브랜드를 이끌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연계해, 펀딩 금액의 일부가 인식개선사업에 쓰이는 단발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외의 사회복지 차원의 기부활동은 없다.“
- 창업을 한 계기가 있다면.
“부모님이 가죽공방을 오랫동안 운영하고 계신다. 그런 환경 때문에 ‘가죽’이라는 소재가 가장 가깝게 느껴지더라. 실제로 지갑, 옷 등 사람의 피부와 맞닿는 곳에 많이 이용된다는 면에서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소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점자는 손으로 만져지는 언어이기에 촉감이 중요한데, 가죽이 아닌 곳에서는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 결정적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출전한 ‘소셜벤처경연대회’ 참가 경험이다. 지금의 정확한 ‘도트윈’ 모델은 아니었지만, 가죽에 점자를 새긴 아이디어 자체는 지금과 동일했다. 이후 2015년 3월, 크라우드 펀딩의 결과가 좋아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론칭했다.”
-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진심을 담은 선물을 하세요’라는 모토로 운영 중이기 때문에 90% 이상의 고객이 선물을 하기 위해 이용한다. 시각장애인의 직접 구매보다는 그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그들을 위한 선물용으로 많이 구입하는데, 만족스럽다는 후기를 남겨줄 때마다 굉장한 보람을 느낀다.”
- ‘도트인’ 운영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궁극적으로는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나라 인식개선사업은 대체로 호소적이다. 나는 최대한 이 방법을 피하자는 생각으로, 비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가장 익숙할 수 있는 점자부터 더 재밌고 친절한 방법으로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의 뜻을 제품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이나 서비스 형태로도 담아내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비 시각장애 아동과 시각장애아동이 함께하는 놀이프로그램과 시각장애인의 지인의 입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들려주는 채널을 기획 중이다. 함께 놀면서 서로 알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그들의 삶을 바라보자는 생각이다. 많은 이들이 시각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닌, 일상 속에 함께하는 공동체의 일원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창업을 희망하는 대학생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자신이 창업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을지 스스로 진단해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대학생은 상대적으로 경험도 적은 편이고 젊은 나이에 자신감 하나로 도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창업 자체의 무게가 남들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용기를 갖고 있는지 계속 고민해보는 게 중요하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 해보자’는 이상적인 생각보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서 창업에 뛰어들기를 바란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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