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2017 빅데이터로 내다본 2018 신트렌드...‘일상’보다 ‘여유’가 우선

입력 2017-12-05 13:45   수정 2017-12-07 09:27


‘싱글 이코노미’ 소비의 핵으로

[한경비즈니스=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최근 2년 동안 소셜 미디어에 언급된 행동 서술어 1위는 ‘보다’였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보고 경험하기 위해 어디론가 끊임없이 가고 있다. 

1인 가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여가와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달라지는 삶의 방식으로 가치 있는 시간을 설계하는 요즘 사람들, 2018년에는 그들이 만들어 갈 새로운 트렌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길어진 주말에 주목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1박 2일 주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출근에 대한 부담이 다소 줄어들면서 금요일 저녁을 즐기는 불금 문화가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금요일 풍경이 더 달라지기 시작했다. 금요일 밤 음주 가무를 즐기며 불태우기보다 금요일 퇴근부터 시작되는 2박 3일의 주말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금요일을 평일의 끝이 아닌 주말의 시작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주말이 2박 3일이 되고 금요일과 일요일이라는 완충재가 생긴 후 토요일은 더욱 여유로운 시간이 됐다. 달라진 것은 주말뿐이 아니다. ‘월요병’으로 상징되던 월요일도 지친 하루를 보내는 날이 아니라 다가올 주말에 갈 여행지를 고르고 예약하는 날이 되고 있다. 

여행 예약 사이트인 인터파크투어 데이터를 살펴보면 전체 항공권 예약이 가장 많은 날은 월요일로, 17.6%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다가올 주말을 즐기기 위한 예열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는 ‘일상을 위한 휴식’이 아니라 ‘여유를 위한 일상’으로 여가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주말의 개념이 확장되고 ‘일상’보다 ‘여유’를 우위에 두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행 외의 새로운 주말 시장의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를 분석해 보면 ‘#술자리’가 붙은 사진이 토요일 다음으로 일요일에도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일요일 밤을 개그 프로그램과 함께 조용히 마무리하던 때가 있었다면 이제는 일요일 마지막까지 불씨를 지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심야영화’로 해시태그가 많이 달리는 요일도 바로 일요일 저녁이다. 주말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 심야까지 놓치지 않고 그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가장 먼저 변하기 시작한 곳은 방송이다. 과거에 금요일에나 가능했던 심야 예능이 일요일로 옮겨가면서 오후 10시 이후 시작해 밤 12시에 끝나는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늦은 시간이지만 시청률이 높아 또 다른 황금 시간대로 자리 잡는 추세다.

기업 문화도 영향을 받고 있다. 탄력노동제와 안식 휴가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부담 없는 여가 생활을 위해 월요일 출근 시간을 오후 1시로 늦춘 회사도 생겨났다. 직원들의 월요병이 없어지면서 업무 생산성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한다.

집안일 중 가장 하기 싫은 일은 뭘까. 요리나 청소일까. 또는 빨래일까. 

10억 건의 빅데이터로 분석해 보면 부정 비율 1위는 ‘쓰레기 치우기’가 차지했다. 추운 날씨에는 나가기 싫고 더울 때는 심한 냄새가 나 짜증이 난다. 

반면, 요리와 세탁은 다른 집안일보다 긍정적이다. 요리는 결과적으로 배고픔을 해소하며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탁은 귀찮은 일이기는 하지만 세탁기·건조기·세탁소 등 기계와 서비스의 도움이 가장 활발한 영역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 주부의 등장  

문제는 설거지다. 깨끗이 치우면 뿌듯하긴 하겠지만 과정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집안일이다. 이 때문에 식기세척기가 있어도 사람들은 설거지를 쉽게 하기보다 설거지를 하지 않는 방법을 택하곤 한다. 밖에서 사 먹거나 배달시키거나 조리가 간단한 제품을 찾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식문화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단연 1인 가구의 증가다. 2017년 소비 트렌드의 주요 키워드로 ‘싱글 이코노미’가 꼽힐 만큼 이들의 영향력은 컸다. 배달 대행이나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1인 가구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국의 식문화 트렌드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1980년대생 새내기 주부들이다. 양성평등 교육을 받고 성장한 그들은 무엇보다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남은 재료나 음식이 쓰레기로 전락하는 집 밥보다 사 먹는 음식이 맛과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몸에 좋으면서 맛도 좋은’ 음식을 찾으려고 애쓴다. 밥을 해 먹는 시간을 줄이고 자기 시간을 갖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인스턴트 음식을 먹기 싫어하는 마음이 충돌하는 것이다. 

이런 니즈와 맞아떨어지며 최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식재료 배달 서비스다. 식재료 배달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메뉴에 맞춰 이미 다듬어진 재료를 필요한 만큼만 담아 이른 새벽에 배달해 준다. 

냄비에 담아 끓이거나 포함된 양념에 버무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장보기의 번거로움과 재료 손질의 어려움을 줄여 주고 동시에 비닐류 봉지에 담긴 인스턴트식품에 대한 죄책감도 없애 준다. 요리와 설거지에 들어가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식재료 배달 서비스가 처음부터 주부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식재료·반찬 배달 서비스는 사실 1인 가구를 공략해 등장한 서비스였다. ‘혼자 사니 재료나 도구도 부족할 테고 간단한 것을 선호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혼자 사는 사람은 오늘 주문하면 내일 새벽에 도착하는 식재료 배달보다 주문 후 30분이면 도착하는 즉석 배달 음식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식재료 배달 서비스인 배민프레시가 소셜 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게 된 것도 메인 요리보다 반찬류를 내세워 주부들에게 아이 간식과 반찬 고민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로 인식되면서부터다. 

노인 가구를 포함해 한국 사회의 1인 가구 비율은 점점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인 가구 인구 비율보다 중요한 것은 1인 가구 삶의 방식이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1인 가구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혼자 사는 젊은 싱글뿐만 아니라 직장 때문에 가족을 두고 혼자 지방에 사는 직장인, 가족들이 다 나가고 혼자 식사하는 주부 역시 1인 가구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이제는 인구 통계학 기준의 1인 가구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1인 가구 확장형으로 4인 가구를 꾸려 가고 있는 모든 가구가 집밥을 아웃소싱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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