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전국에서 내노라 하는 실력 인천여상 탁구부, “프로 선수 못지않죠?”

입력 2017-12-11 16:23   수정 2018-02-23 13:44




[하이틴잡앤조이 1618=정유진 기자]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이하 인천여상) 탁구부는 평범한 고등학교 동아리라기에는 이력이 매우 특별하다. 학생 대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탁구를 시작했으며 인천지역에서 탁구 유망주로 성장해 온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인천여상의 탁구부는 전국에서도 유명하다. 지난 9월에는 ‘보람상조 배 회장기 전국남녀학생탁구대회’ 단체전에서 여고부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또 학교에서는 탁구 프로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매년 2000만 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으며 같은 인천지역에 있는 인하대학교 탁구부 선수들이 정기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기부도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인천여상 탁구부원들을 단순히 나이만 보고 어리다고 또는 전체 6명밖에 안된다고 얕보면 큰 코 다친다. 이들 학생들의 탁구경력은 7년이 가장 짧다는 것. 이런 그들에게 ‘탁구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삶의 전부’ 라고 답했다.



인천여상 탁구부를 소개한다면요.

허유진(3학년)  인천지역 고등학교 중에서 탁구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학교에요. 전통과 역사가 깊으며 아마추어 및 프로 선수로 뛰고 있는 선배들도 많아요.   

문도희(2학년) 인천여상 하면 ‘탁구부’, 탁구부 하면 ‘인천여상’ 이라는 등식이 정착 된지 오래됐죠.  

채하은(3학년) 실력 향상을 위한 탁구대를 비롯한 최상급의 장비들이 있으며 학교에서도 탁구부를 많이 지원해 주고 있어요.  

탁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주세요

유진 우리 학교 탁구부 후배들은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거나 부모님께서 탁구와 관련된 일을 하시죠. 저 역시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하게 됐고요. 부모님께서 먼저 탁구를 배우셨죠.

서민주(1학년) 동네 문화회관에서 탁구를 치게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탁구를 워낙 잘 쳐서 탁구 프로 코치에게 레슨을 받을 정도였으니까요. 

박서영(1학년) 제 경우는 집에서 반대가 있었어요. 초등학교 2~3학년 때 시작하려고 하다가 부모님이 반대를 하셨죠. 하지만 결국 허락을 받아 탁구채를 잡을 수 있게 됐죠. 

하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탁구를 시작했는데 3학년 때 가장 성적이 좋았어요. 초등학교 개인전 3등을 했죠. 그 때가 가장 전성기였던 것 같아요.  

탁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서영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게임을 할 때마다 제게 숨어 있는 승부욕을 끌어 올릴 수 있어서 탁구 칠 때 진정한 저를 만나는 것 같아요. 

민주 탁구대를 두고 둘이서 합을 맞춰볼 때가 가장 즐거워요. 서로 교감하고 합을 맞추다 보면 탁구에 매력에 쏙 빠져 들죠.  

유진  직사각형의 나무로 만든 대의 중앙에 그물을 치고 상대편 공간에 플라스틱 공을 라켓으로 쳐 넘겨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가 탁구인데요. 승패를 떠나서 경기를 마치고 나서 끝났다는 성취감과 쾌감을 느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유정은(3학년) 작은 공에 여러 가지 변화구를 넣어서 상대방을 하나 둘씩 제압하기도 하고 전략을 뒤흔들 수도 있어 흥미로운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필살기와 기술을 익히면 적은 힘을 들이고도 승리를 맛볼 수 있죠. 



가장 기본이 되는 탁구 자세나 좋아하는 탁구 기술들을 소개해 준다면요. 

유진 저는 키가 커서(170Cm 이상) 하체는 기마자세를 하고 상체는 가슴을 앞으로 당겨 안정된 자세를 취하면서 탁구대에 맞춰 낮추려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알려드리고 싶은 자세는 커트(Cut)자세예요. 탁구에서 상대의 공에 역회전을 걸어 넘기는 타법인데요. 라켓 면은 백스윙을 할 때 눕혀진 상태를 유지하고 라켓의 높이는 최대 어깨부근까지 올려주면 되죠. 

서영 서브 리시브(Serve receive)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자세죠. 그런데 초보자의 경우에는 리시브를 할 때 상대 서버의 라켓을 끝까지 보지 않고 치는 사람들이 많죠.(웃음) 또 모든 서브를 발 워킹과 움직임 없이 오직 팔로만 리시브하려고 하기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하죠.  

정은 탁구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있지만 간단한 것만 소개하면 파, 쇼트, 드라이브 등이 있죠.  이 중에서 파와 쇼트는 각각 포핸드와 백핸드로 치기만 하면 하고요. 드라이브는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기술이기도 한데요. 속도가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한 기술이죠. 

탁구는 어떤 스포츠 인가요.

도희 이 질문에 적절한 대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탁구로 남·북간 통일을 이룬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코리아’에서는 탁구여제 현정화와 북한 선수 리분희 씨가 탁구를 통해 하나가 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탁구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복식이 있고 남북이 모두 강한 종목이어서 결국 통일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던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서영 하체와 상체를 함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신운동에 가까워요. 탁구는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죠. 우리 탁구부원들 중에는 뚱뚱한 사람이 없다는 게 그 증거예요.

하은 탁구는 일정한 규격의 탁구대에서 작고 가벼운 공을 라켓으로 주고받으며 경쟁하는 스포츠인데요. 좁은 장소에서도 즐길 수 있어서 대중적이고요. 운동 자체가 별로 과격하지 않아서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종목이에요.  



운동할 때 어려운 점은 없나요.  

유진 동·하계 훈련이나 체력 운동을 할 때 가장 힘들어요. 산, 모래사장에서 뛰고 체력 쌓는 게 보통일이 아니거든요.

서영 맞아요. 체력 운동을 할 때마다 구토가 나올 정도로 단련을 하기 때문에 우리뿐만 아니라 운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정은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고 실력을 키웠는데 자꾸 시합에서 떨어지고 제 실력을 뽐내지 못했을 때는 힘이 빠지죠.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성적이 따라주지 못하거나 코치 선생님께서 꾸중을 들었을 때 마음이 약해지죠. 

 

반대로 가장 즐거울 때는 언제인가요. 

민주 결과가 좋을 때 가장 좋지요. 하지만 경기를 마치고 코치님께서 맛있는 음식을 사줄 때가 더 즐거워요. 체력 소모가 많이 되기 때문에 씨름부 선수처럼 많이 먹어요.(웃음) 코치님을 포함해 7명이서 라면 24개를 끓여 먹거든요. 

정은 맞아요. 저희들 사이에 정운민 코치님의 어록이 있어요. 정 코치님은 늘 ‘3고’를 말씀하시는데요. 3고는 빨리 먹고, 많이 먹고, 체하지 말고 라는 말이죠.   

 

존경하고 닮고 싶은 선수나 선배가 있다면요. 

서영 일본 탁구 선수인 ‘후쿠하라 아이’ 씨를 닮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오른손 전진속공형 선수에요. 일본 탁구선수 최초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 올림픽 등에 국가대표로 4회 연속 출전한 선수죠.

유진 포스코 에너지 소속인 전지희 선수를 존경해요. 탁구전형이 저와 왼손잡이로 같고 늘 멋진 경기를 소화하죠. 전 선수는 7살 때부터 탁구를 시작했고 원래는 중국 허베이 성 출신인데 중국에서 청소년 국가대표를 지낸 후 중국 국가대표 발탁이 어렵게 되자 포스코에너지 김형석 감독의 권유로 한국인으로 귀화했어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김민석 선수와 함께 혼합복식 동메달을 획득했죠.   

정은 미래에셋 소속인 정영식 선수요. 얼굴이 잘생기고 키도 크고요.(웃음) 게임을 할 때 보면 뒷심이 강해서 이미 지고 있는 경기일지라도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나에게 탁구란.

하은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밥줄과도 같죠. 끝까지 제가 해야 할 일이며 꼭 이루고 싶은 꿈이죠. 

민주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관련 정보를 모으는 행위)같은 거죠. 다른 탁구선수들의 연습하는 모습 경기하는 장면 등을 자주 보고 따라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은 탁구는 제게 인생이죠. 시작을 했기 때문에 끝까지 저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10년 넘게 탁구를 해왔기 때문이죠.  

각자 개인 목표가 있다면요. 

도희 선수생활 이후에는 탁구 코치가 돼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아니면 다른 제2의 인생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유진 내년에 졸업을 하는데요. 대학에 가서는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석하고 싶고요. 국제대회 경험도 쌓고 싶어요. 

서영 남은 고등학교 2년 동안 열심히 운동해서 실업팀으로 입단하는 게 꿈이에요.  

내년 탁구부에 들어오게 될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 준다면요. 

민주 제가 군기 반장인데요 반면에 탁구부의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죠. 탁구부에 들어오게 된다면 잘 해줄 거에요. 선배들에게도 그렇게 배웠고 때리거나 혼내는 일도 없었거든요. 매일 매일이 행복하고 즐거울 거라 생각해요.  

서영 운동은 힘들지만 탁구부 인원이 적기 때문에 정말 가족처럼 지내게 될 거라 믿어요. 저희들 역시 다 한동네 친구 언니 동생이니까요. 

[Interview]

김양선 탁구부 지도교사, “인천 지역 탁구 유망주 찾아요.”






“인천여상 탁구부의 위상이 예전만 못해 탁구 유망주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인천지역의 실력 있는 학생들이 체육 특기자 학교에 진학하거나 타 도시 학교로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양선 인천여상 탁구부 교사는 신입 학생들 모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교사는 “인천여상의 탁구부는 인천지역 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운영하는 곳”이라며 “실력 있는 학생들이 많이 와줘서 탁구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천여상 탁구부에 진학한 학생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 운동을 꾸준히 해온 학생들이며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라고 덧붙였다.  

인천여상의 탁구부의 명성은 오랜 역사와 더불어 실력 있는 학생들을 많이 배출해 쌓아올렸다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당진 ‘보람상조 배 회장기 전국 남녀중고 학생 탁구대회’ 단체전에서 3등을 기록했으며 2015년에는 전국체전 동메달도 획득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게임에서 이기는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한다.”며 “그 동안 쌓은 실력을 보여주고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승리를 통해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이를테면 ‘고기를 잡는 방법보다는 낚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가 직접 탁구를 지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의 기술적인 면보다는 개개인의 성격 파악 등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여학생들이라 감정 기복이 있기 때문에 예민한 부분들을 잘 챙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탁구뿐만 아니라 제 2인생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대학까지 가서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체육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지도자로서나 생활체육 감독 등 다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선수 은퇴 이후의 삶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injin@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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