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풀무원 PM “전문점 핫도그를 가정간편식으로… 몇 달을 핫도그만 먹었죠”

입력 2018-01-24 11:01   수정 2018-02-01 09:20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1인 가구의 증가로 ‘혼밥’과 ‘혼술’이 트렌드가 되면서,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도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간단한 조리법으로 다양한 메뉴의 음식을 가정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정간편식은 이제는 ‘냉동식품’이나 ‘패스트푸드’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지난해 풀무원이 출시한 ‘생가득 모짜렐라 핫도그’도 소비자들의 ‘가심비’를 겨냥했다. 출시 첫 달부터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탄 핫도그는 반 년 만에 700만 개가 팔렸고, 지난해 출시된 풀무원의 전체 신제품 중 판매 1순위를 기록했다. 또한, 지금까지 핫도그 카테고리 내 MS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냉동 핫도그의 맛이 전문점만 할까?’라는 인식을 바꾸고자, 제품 개발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은 이지현(28) 풀무원 PM(Product Manager)을 만났다.



이지현 PM은 풀무원 식품마케팅본부 도우&소스CM(Category Manager) 내에서 도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핫도그, 피자, 또띠아, 브리또 등 빵 관련 제품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로 입사 5년차를 맞았다.

“PM은 신제품의 개발과 상품화를 추진하는 담당자예요. 어떤 제품을 출시할지를 기획하는 것에서부터 유통, 판매촉진, 홍보 등 전 과정에 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습니다. 처음 풀무원에 입사했을 때, 그동안 제가 마트에서 즐겨 먹었던 제품이 옆자리에 앉은 선배의 손에서 만들어진 제품임을 알고 깜짝 놀랐죠. ‘나도 꼭 소비자들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어야지’ 결심했어요.”

이 씨가 개발한 ‘생가득 모짜렐라 핫도그’는 모짜렐라 스트링치즈와 소시지를 핫도그 빵의 상·하단부에 각각 나눠 넣어, 하나의 핫도그로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또 빵의 겉면에는 빵가루가 붙어 있어 집에서 먹을 때도 전문점 핫도그를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난해 7월 전국 매장에 출시됐는데, 첫 달부터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한 달 후부터 매달 평균 100만 개씩 판매되며 출시 5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700만 개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88억원에 달한다.

“‘생가득 모짜렐라 핫도그’는 최근 핫도그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맛과 영양을 차별화했어요. 최근 홍대, 이태원 등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핫도그 전문점에서는 어묵, 떡, 치즈 등 다양한 속 재료의 핫도그가 판매되는데, 마트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핫도그는 맛과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아 소비자들이 진부함을 느끼고 있었죠. 특히 전문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치즈 핫도그 제품이 존재하지 않아, 치즈로 경쟁사 대비 차별화를 진행하기로 했어요. 이 같은 차별화 전략에 풀무원의 ‘최소첨가원칙’을 적용해 건강함을 더한 것이 인기요인이라고 생각해요.”



신제품의 개발과 상품화를 위해 제품PM은 가장 먼저 국내외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시장 상황을 조사하고, 시장 진입 타당성 분석 등을 통해 어떤 타깃에게 어떤 콘셉트로 신제품을 출시할지를 확정한다. 콘셉트가 확정되면 연구원과 회의를 통해 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 씨는 “특히 좋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제품의 손익구조도 함께 설계하는 것”이라며 “조직의 매출과 이익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의 원가구조를 함께 파악해 제품의 소비자가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어느 정도 제품의 스펙이 갖춰지면 시장에서 이 제품이 통할 것인지 소비자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후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출시가 가능하고, 조사결과를 토대로 제품을 보완해 재조사 후 출시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제품 디자인 진행과 프로모션·홍보 전략 수립, 실적 관리 등을 통해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도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왼쪽)이지현PM이 프로모션에서 걸그룹 다이아와 함께 촬영한 사진.

 (오른쪽)제품 개발을 하며 셀 수 없이 많은 핫도그를 먹었다. 사진= 이지현PM 제공



“모짜렐라 핫도그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한 제품 설계 과정부터 난관이었어요. 기존 국내 핫도그 공정에는 치즈를 꽂는 생산 공정이 없었거든요. 연구원과 협업을 통해 핫도그에 치즈를 꽂을 수 있는 설비를 설계해 도입하고 안정화하는 일이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복병은 또 있었다. 풀무원의 원칙인 ‘바른 먹거리’ 기준이었다. 시중에 판매하는 일반적인 빵가루와 치즈는 모두 첨가물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화학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아야 한다는 풀무원의 원칙에 맞춰 치즈를 인위적으로 늘어나게 하는 첨가물, 향과 색소 보존료를 넣지 않았다. 

빵가루 하나를 두고도 끝없는 시도가 이어졌다. 전자레인지로 돌려도 바삭하고 실망스럽지 않은 맛을 구현하기 위해 온갖 가루를 다 핫도그에 붙여보면서 테스트했다. 가장 맛이 좋고 바삭한 빵가루를 선택하기 위해 핫도그만 먹다 자정을 넘기는 날도 허다했다. 

특히 패키지 디자인에 제품의 키포인트가 제대로 녹아 나올 수 있게 신경을 썼다. 위는 치즈, 아래는 소시지가 들어있다는 점을 한눈에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디자이너와 대화하는 등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쳤다. 

프로모션 과정에서 시식행사도 차별화했다. 롯데마트에서 ‘핫도그 전문점’을 콘셉트로 푸드트럭 형태의 매대를 마련하고, 소비자에게 핫도그에 직접 소스를 묻혀 나눠주는 이색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전문점 수준의 냉동 핫도그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또 제품 타깃인 중·고생을 공략하기 위해 걸그룹 다이아의 팬미팅에서 ‘다이아가 쏜다. 같이 먹자 모짜렐라 핫도그’ 푸드 트럭을 운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한 이 씨는 대학생 시절부터 ‘내가 진짜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를 알기 위해 다양한 인턴 활동과 대외활동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IMC(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아 광고공모전이나 삼성전자, 구글 등에서 각종 대외활동을 하면서 IMC를 접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 광고전략팀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IMC를 더 배웠는데, 이때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홍보·광고하는 업무보다, 직접 개발한 제품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열정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제품개발부터 IMC 기획까지를 포함한 PM업무를 할 수 있는 기업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풀무원에 입사했다. 

그는 “제품PM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머릿속에서 구상했던 제품 콘셉트가 실물로 출시되었을 때와 직접 출시한 신제품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때”라며 “앞으로도 계속 해서 제품의 품질을 혁신하고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신제품이 출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신이 지원하는 회사 혹은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식품회사에서의 스펙과 경험은 없었지만, 대신 마케팅에 대한 스펙과 경험으로 열정을 나타냈고, PM의 꿈을 식품회사 풀무원에서 이루고 싶다는 것을 어필했어요. 식품에 대한 경험이 없더라도 관련 직무에 대한 열정을 식품에 어떻게 매치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yena@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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