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 창업DNA 평가]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바탕으로 한 600여년 역사의 성균관대학교는 자연과학에 특화한 제2캠퍼스 설립을 계기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성균관대는 지금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자연과학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창업투자를 통해서다.
- 성균관대가 이번 조사 대부분 항목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비결이 무엇인가.
“현재 우리학교 창업보육센터에 50개 기업이 입주해있는데 이중 한 곳이 코스닥에 상장했다. 또 2016년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이 132억, 고용인원 192명이었다. 이중 9개 회사가 9억3700만원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3~5년의 초기기업인 점을 감안할 때 큰 성과다.
※ 성균관대 창업지원 실적(교육부 ‘2016 대학 산학협력활동 조사보고서’)
캡스톤 총지원금 2위, 캡스톤 이수학생 9위, 창업 전담인력 4위, 국내 출원 특허 수 6위, 국내 등록 특허 수 8위, 해외 출원 특허 수 7위, 해외 등록 특허 수 7위, 창업 강좌 수 9위, 창업 강좌 이수학생 수 4위, 창업동아리 수 7위까지 전체 19개 중 10개 통계자료에서 상위 10위권 랭크.
우리 창업지원단의 모토는 ‘펀(fun)창업’이다. 취업이 안 되서가 아니라 즐거워서 창업을 해야 한다. 그 방침으로 창업동아리를 늘리고 캡스톤 운영도 확대하고 있다. 서울 캠퍼스 경영대학 1층에 ‘스타트업 캠퍼스’도 열었고 3월 6일에는 명륜동에 창업지원공간인 ‘킹고 스타트업 스페이스’도 오픈했다. 개인적으로 대학 창업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가 창업동아리다. 창업은 씨앗이 잘 뿌려져야 하는데 그 씨가 바로 동아리다.”
- 창업동아리는 어떻게 지원하나.
“창업현장실습 제도를 확대한다.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창업까지 할 경우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또 더 많은 단과대학이 창업 강좌를 전공이나 계절학기 교양 학점으로 대체하도록 할 계획이다. 창업 강좌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동계 계절학기에 창업관련 과목 2개를 개설했는데 수강생이 무려 120명에 달했다.”
- 특허 성과도 남다르다.
“특허는 꽤 오래 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우리 대학의 큰 특징은 해외특허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 1위이지만 사업화비율은 선진국의 3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수가 좁음에도 전체 특허 중 85%가 국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대학은 최근까지 해외특허 비율을 25%에서 최대 50%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
- 보육기업 중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3D 센싱 카메라 설계 및 생산 전문업체인 ‘나무가’다. 2015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창업보육센터 출신 기업에게는 매우 흔치 않은 일이다. 플랫폼 스타트업인 ‘포인블랙’은 회사설립 1년이 채 안 돼 엔젤투자를 10억 이상 받았고 올 들어 매출액도 급증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와 미래부에서 4억 원을 유치한 ‘큐에스택’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줬다.”
- 학생기업이 매출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데 방법이 있다면.
“학생 창업가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마케팅이다. 마케팅에 능한 전문멘토가 채널을 뚫어줘야 한다. 우리 학교에도 100여 명의 멘토가 있다. GMA(Global Market Access)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창업의 길도 열어준다. 일례로 우리 대학은 중국의 유명 액셀러레이터인 ‘테크코드’와 MOU를 맺고 중국 진출도 연결해 주고 있다. 올 1월에 벌써 10개 기업을 중국에 보냈고 작년 진출 기업 중 일부는 현지 법인설립도 앞두고 있다. 일본과도 협업해 올 1월 현지 IR과 데모데이를 도왔고 일본 VC와의 투자계약을 이끌어 냈다.”
- 교원 창업은 어떻게 지원하나.
“이번에 교원창업 관련 제도를 대폭 개선한다. 겸직 기간을 늘리거나 휴직 기간을 인정하는 것 등이다. 교원 인사고과에도 창업부문의 배점을 늘릴 계획이다. 단, 성공 후의 재정 기부금도 의무사항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창업 리스크를 학교가 지원하기 때문에 성과를 다시 학교와 후배에게 일부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창업지원단 박찬석 단장이 대표적인 교원창업 성공 케이스다. 코스닥 상장으로 4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달성했는데 학교에 3차례나 기부금을 내 학교의 재정과 고용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도왔다. 다른 교원들의 반응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중 한 곳은 기업가치 1조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 성균관대는 두 캠퍼스가 전공별로 특화돼 있다. 창업에 있어 장단점이 있을 듯하다.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지만 최근 트렌드인 ‘융복합’ 연구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최근 셔틀버스를 늘리거나 인사캠퍼스에 창업공간을 확대해 이곳에서 두 캠퍼스 학생들이 협업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기존의 깊이는 유지하면서 문·이과 통합까지 일궈낸다면 성균관대의 잠재력이 곧 폭발할 것이라 본다. 제2캠퍼스 신설은 우리 학교에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번엔 창업이 성균관대의 두 번째 ‘혁신’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생창업가의 미래가 어떨 것이라 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이 담론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말이 많다. 결국 규제를 대폭 허물어야 한다. 지난해 급증한 인터넷은행 역시 선진국은 이미 20여 년 전에 개설하기 시작했다.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대학이 미래의 성장 동력인 학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대처방안을 잘 가르쳐둬야 한다.”
- 현재 학생 창업 지원제도의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미국과 이스라엘 등 창업 선진국에 비해 민간의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려면 대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 창업선도대학이나 대학원 창업 등을 활성화 해 교육의 성과가 창업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팁스(TIPS;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를 적극 활용해도 좋다. 단 무작정 권고만 할 게 아니라 R&D자금이나 사업화자금 등으로 유인책을 줘야 한다.”
- 올해 창업지원단의 목표는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앞으로 자체적으로 우수기업을 발굴해 인큐베이팅 한다. 자격 미달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킨다. 전담 액셀러레이터도 채용한다. 좋은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킹고 스카우터 제도’도 운영한다. VC나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좋은 기업을 추천받는 것이다. 스카우터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2017년 22개 보육 기업 중 절반을 일반 선발, 절반을 스카우터를 통해 뽑았는데 스카우터 발굴 기업 매출이 단순 선발 기업의 무려 84배, 투자금액은 약 6배, 고용인원도 2배 차이가 났다.”
- ‘창업DNA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소를 꼽아준다면.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기업가정신을 평가하기 위해 늘 나눠주는 설문지가 있다. 이중 한 질문이 ‘천만 원이 있다면 무엇을 할지’인데, 주식이나 땅 투자를 답하는 경우 어느 정도 기업가 정신이 있다고 본다. 꼭 맞는 건 아니지만 기업가정신의 기본은 도전과 모험정신이다.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당장 창업에 도전해보라.”
- 마지막으로 조언해 준다면.
“교수로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우리 학교 취업률이 74%로 전체 1등이다. 이 취업률을 기록하기까지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취업시장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특히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상이 도래했다. 가끔은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관심을 가져보자. 그게 창업일 수 있다. 창업을 이미 시작한 학생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강의시간에 자주 인용하는 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다. 소설 속의 노인은 청새치를 잡으려 84일간 사투를 버리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온다. 창업 준비생이라면 노인의 용기에 박수를 큰 감동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기업가정신 교육이 중요하다. 故정주영 회장, 최근에는 김범수 의장까지 구체적인 인물을 통해 이런 정신을 공부하는 게 도움 된다.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는 것도 중요하다.”
tuxi0123@hankyung.com
사진=이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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