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한국도예고 ‘더 함’, “전통 도자기에 현대 액세서리 접목하고 싶어요.”

입력 2018-02-19 11:28  






[하이틴잡앤조이 1618=정유진 기자]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한국도예고등학교 ‘더 함’은 “생활에 도자기를 더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곳으로 도자기를 소재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동아리다. 

도예고는 전통 도자기 인력을 양성하는 특성화 학교로 이 분야 최고를 자랑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동아리 ‘더 함’은 아기자기한 도자기 액세서리를 만들어 매년 이천시 지역 축제를 판매함으로써 고등학생들로서는 거금인 500~600만원의 수익을 내곤 한다. 학생들이 직접 벌어 동아리 활동비 및 재료비를 상당부분 조달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더함’ 구성원들은 사람들이 도자기를 비싼 제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어디에서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제품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게 목표다. 

‘더 함’에 들어 온 계기는. 

정민진(2학년)  액세서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 동아리에 들어오게 됐어요. 본연의 도자기 색도 좋지만 색을 섞어 더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김나연(1학년)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도자기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지원하게 됐어요.

박지우(1학년)  아기자기한 물건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액세서리를 좋아하게 됐고 우리 전통 도자기를 현대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가입하게 됐어요. 

정지윤(2학년) 1학년 때 ‘더 함’이라는 홍보포스터를 보고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재료를 섞고 찍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색깔을 만들어 만들 수 있다는 게 무척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이다은(1학년) 우리 동아리만이 생산할 수 있는 머리끈, 귀걸이 등 도자기 소재의 개성 있는 상품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어요.    








동아리 ‘더 함’을 소개해 준다면요. 

고가현(1학년 동아리 회장) 핸드메이드 액세서리를 전문으로 하는 도예고 동아리로 ‘연리무늬 기법’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연리무늬 기법은 두 가지 이상의 색토를 이용해 무늬를 내는 도자기 제작 방법이에요.   

지윤 매년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구성원들간의 회의를 통해 항상 발전하는 동아리에요. 

‘더함’을 통해 만들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요.

민진 지금 만드는 소형 액세서리 외에도 팔찌와 같은 크기가 큰 액세서리를 꼭 만들어 보고 싶어요. 크기가 클수록 만들기는 까다롭겠지만 사실 팔찌나 목걸이 등이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에 더 적합할 것으로 보여요. 

나연 지금까지 만들어 온 제품은 머리끈에 도자기를 붙이는 일반적인 형태인데 새로운 재료와 다양한 디자인을 접목해 더 아름다운 장신구를 만들어 내고 말겠어요.

지윤 제 꿈은 전통 액세서리 디자이너인데 우리 동아리 콘셉트가 전통과 현대의 접목이라지만 전통을 더욱 살린 제품도 기획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노리개 등은 요즘 여성들이 많이 쓰지 않는 제품이지만 우리만의 장점인 연리무늬를 적용해 상용화한다면 의외로 인기 있을 것 같아요. 

박지우(1학년) 액세서리를 담을 수 있는 보석함을 만들어 볼래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도자기 무늬로 보석함을 만든다면 액세서리의 가치가 더욱 빛날 것 같아요. 

더 함’에 지원한 이후 가장 보람된 점이 있다면.

나연 우리가 직접 만든 제품들이 예쁘고 가격도 저렴해서 지역 축제에서 잘 팔릴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공깃돌 같은 경우는 큰 히트를 기록했어요. 

지우 ‘더 함’만의 화목한 분위기로 학교 생활에 활력을 얻었어요. 특히 선후배 관계가 돈독해서 큰 힘이 되곤 해요.

이해원(1학년) 제품을 우리 손으로 직접 포장하고 출시해 매진 됐을 때 가장 기뻐요. ‘더 함’의 노력과 창의성을 인정받은 기분이랄까요. 






반면 힘들었던 기억도 있을 텐데.

김예원(1학년) 도자기를 활용한 화분을 만들었는데 미숙한 기술로 인해 밑바닥이 갈라지고 무겁거나 두껍게 나와서 상품화를 못하고 버려야만 했을 때 가장 속상했어요. 

정지윤(2학년) 연리무늬 기법으로 핑크색과 초록색을 섞었는데 가마 온도를 맞추지 못해서 핑크색이 발색되지 않아서 이도저도 아닌 제품이 돼 버렸어요. 

민진 애초에 의도했던 ‘그리너리’ 색이 충분히 나오지 않은 제품을 그리너리 타입이라고 우겨서 판매했을 때 자괴감이 들었어요. 사기꾼이 된거죠.(웃음) 또 신제품 아이템 실험 도중 결과물이 좋지 않아 중간에 접었을 때도 실망감이 들었어요. 

동아리에 들어와서 발전한 자신의 모습을 꼽아본다면. 

민진 우리가 쓰는 소재 중 ‘D1’이라는 흙이 있는데 잘 갈라져서 도자기로 만들어 내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제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 까다로운 소재도 잘 사용할 수 있어요.  

지윤 막상 도예고가 좋아서 입학했지만 구체적인 꿈이 없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 액세서리 제작에 재미를 붙여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더 함’을 통해 알게 된 것이죠. 

예원 처음에는 세심한 공정이 필요한 작은 액세서리를 만들기 어려워서 주로 큰 것만 도맡아 만들었는데 지금은 작은 제품도 잘 만들 수 있어요. 

해원 연리무늬를 처음 접할 때 어려움을 겪었어요. 색깔을 잘 맞춰야 완성품이 예쁘게 나오는데 그게 어려웠죠. 하지만 이제는 미세한 색조 차이도 잘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 능력이 향상됐죠.  

나에게 ‘더 함’이란.

지윤 꿈을 찾게 해준 ‘길잡이’라고 생각해요. 

다은 어렸을 때부터 애착을 가지고 있어서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인형’ 같은 존재입니다. 

민진 ‘삶’ 그 자체죠. 앞으로 나이 들어서도 도자기를 계속 만들 것이기 때문이죠.

가현 못 보던 것을 보게 해준 ‘망원경’ 같아요. 이제는 다른 사람이 만든 도자기를 감상할 때도 어느 정도의 노력이 들어갔는지 짐작할 수 있거든요.






연습에는 얼마나 투자하나요.

민진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40분부터 9시 30분까지 일주일에 약 3시간 가량 실험을 하고 제품도 만들고 포장도 해요. 하루 종일 만들 수도 있지만 본업인 도예고 교과 과정에 다른 실습도 있기 때문에 모든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어요. 

액세서리 부자재는 어떻게 구하나요.

예원 필요한 부자재는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충당해요.

민진 은침, 테슬, 오리, 에폭시, 흙, 안료 등의 소재에 1년에 4~50만원이 들어요.

액세서리 만들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가현 일반 도자기는 예술성을 좀 더 강조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액세서리는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만큼 실용성에 무게를 둬요. 여기에 가볍고 예쁘고 색상까지 잘 어울리면 금상첨화죠.

‘더 함’이 생산하는 제품 종류는요.

다은 머리끈, 화분, 귀걸이 등이 대표적이에요. 반지는 만들기는 어렵지 않지만 깨지기 쉽고 손가락 굵기가 사람마다 제각각이어서 유통이 힘들어요. 특히 도자기는 구우면 사이즈가 줄어들기 때문에 제약이 있어요. 

도자기의 매력은요.

지윤 정성이 들어가는 만큼 배신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어요.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는 것과 같죠. 

민진 수공예일뿐더러 매번 작업 환경이 미세하게나마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매력이죠. 




‘더 함’에 어떤 후배가 들어왔으면 좋겠나요. 

다은 지금은 여학생들만 있는데 무거운 자재를 운반할 때 힘이 부쳐요. 성실한 남자 후배도 들어오면 좋겠어요.

민진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친구라면 누구든 환영이에요

예원 기물을 소중히 다루고 동아리 수업에 성실히 임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민진 지난해 실패했던 유리 보석함 등 신제품을 만들어 내놓고 싶어요. 

나연 작년에는 1학년이라 미숙했는데 올해에는 후배들이 들어올 예정인 것만큼 우리 동아리 발전을 위해 솔선수범할거에요.

지윤 교내 동아리 중 수익금 1위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싶어요.

다은 나만의 개성있는 색깔과 모양을 만드는 게 목표에요.

가현 아이템을 개발해서 미니어처 등 새로운 상품에 도전해 볼 겁니다. 

[Interview] 

이진희 ‘더 함’ 동아리 담당 교사. “자율적인 활동으로 아이디어 샘솟는 동아리를 만들고 싶어요.”





한국도예고의 자랑 액세서리 동아리 ‘더 함’을 담당하는 이진희 담당 교사는 “우리 학교는 20명의 교사가 20개의 동아리를 1인 1동아리 형태로 전담하고 있다.”며 “2016년부터 ‘더 함’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학생들이 원가 계산을 하지 못해서 기준점을 잡아줬다.”고 회상했다. 그는 “열정과 순수함으로만 가득한 학생들에게 원가 개념을 세부적으로 알려주기 위해 ▲흙, 부자재, 유악 등의 재료 값 ▲가마 운영 비용 ▲인건비 ▲협동조합 세금 등에 대해 교육했다.”며 “특히 학생들이 투자한 시간을 인건비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교사에 따르면 ‘더 함’은 이천도자기축제, 청소년비즈쿨대회, G세라믹라이프페어 등 1년에 3번 출품을 한다. 그는 “우리가 출품하는 행사에 우리 학교 다른 동아리도 함께 나가기 때문에 아이템이 겹칠까봐 고민이 많다.”며 “그릇, 접시, 화분 등 학생들의 전공이 같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아리 지원 방법에 대해서는 “학기 초 3월 경 부원을 모집하며 동아리별로 직접 신청을 받는다.”며 “예비 부원들은 동아리 체험을 먼저 해보며 적성에 맞는지 생각해보고 면접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이 ‘더 함’의 정식 구성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결국 우리 동아리의 목적은 창업 또는 도자기를 활용한 제품 생산 노하우 등을 길러주는 것이기 때문에 최신 트렌드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항상 공부한다.”며 “지난해 귀걸이를 처음 제작했고 금이나 테슬 등 고급 소재를 접목해 품질과 상품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기 초에 동아리 운영 방법을 함께 논의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 이 교사의 교육 방침이다. 

그는 “우리 학생들이 ‘더 함’ 활동을 통해 창업과 대학진학 등의 꿈을 모두 이뤘으면 좋겠다.”라며 “나중에 모두 성공해서 학교에 돌아와 후배들에게 그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라고 희망했다.    

injin@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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