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L기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시대를 너무 앞서간 기술은 오히려 시장에서 외면 받기 쉽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너무 혁신적이지 않으면서, 새로운 기술’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VR은 그런 기술 중 하나였다. 시간이 흘러 VR과 홀로그램이란 단어가 익숙해져 버린 지금, 콘텐츠 시장에서 비빔블의 HOLOMR은 정확히 이런 조건을 갖춘 새로운 기술이 될 것이다. 유미란 비빔블 대표를 만나 그들이 만들어갈 1.5세대 콘텐츠 세상에 대해 들어보았다.
-비빔블에 대해 소개해 달라.
“우리는 기존의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 홀로그램의 단점들을 보완한 ‘HOLOMR’이라는 기술을 통해 체험자들에게 새로운 환경을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HOLOMR’은 장비를 장착하지 않아도 홀로그램 형태의 콘텐츠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혼합 현실 시스템으로 체험자는 물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HOLOMR’을 통해 혁신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시장을 만들고자 한다.”
-HOLOMR을 개발한 계기는 무엇인가.
“비빔블에 앞서 ‘CNBOX’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VR을 통한 안전교육 콘텐츠 제작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2015년과 2016년에 국내에 각종 재난 사고가 발생하면서, 많은 업체들이 VR기술에 기반한 교육 콘텐츠 제작을 의뢰했다. 그런데 VR을 통해 이뤄지는 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이 발생했다. 우선 많은 사람이 VR교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컴퓨터 등의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실제 소수만이 체험 가능했고, 이로 인해 두 번째 문제점이 발생했다. 소수만이 VR시뮬레이션 교육을 체험하고 나머지 피교육자들은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교육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VR 콘텐츠는 다수의 교육생들이 효과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어려웠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HOLOMR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HOLOMR이 기존 VR 기술과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기존 VR 기술은 체험자의 1인칭 화면을 또 다른 모니터를 통해 관찰하는 것만 가능했지만, HOLOMR은 실제 VR 속 현장 전체를 을 홀로그램방식이나 혼합현실 방식으로 보여줘 외부 관찰자(관람자)들이 체험자의 행위는 물론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최근 열린 e-Sports 경기에서 진행된 VR 게임을 예로 들자면, 게이머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허공에다 총을 쏘는 자신만의 세계의 장면을 연출하고, 관객들은 실제가 아닌 커다란 모니터를 통한 플레이를 감상하며 체험자의 환경을 상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새로운 VR게임영역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에서 게이머가 플레이 하고 있는 게임 속 상황을 게이머 주변에 홀로그램처럼 띄워 보여준다. 이를 통해 게이머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관객들도 현장감 있고 재미있는 환경의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HOLOMR 방식의 기술은 게임뿐만 아니라 교육 및 공연·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실제 HOLOMR 시스템 테스트 영상 캡처 이미지
-HOLOMR을 어떤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까.
“초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교육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공연이나 전시를 위한 수요가 더 많은 편이다. 특히 기존에 홀로그램을 활용한 전시나 공연 콘텐츠의 경우 홀로그램 속의 콘텐츠들과 인터렉션을 할 수 없는 형태였다. 가령 홀로그램에서 공을 만져 움직이고 싶다면, 공연자가 타이밍에 맞춰 건드리는 척 하는 ‘약속된 공연’을 하는 수밖에 없던 것이다. HOLOMR 기술은 콘텐츠 속의 모든 사물과 인터렉션이 가능하도록 기획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활용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기존 AR과 VR 시장에서 HOLOMR가 내세울 수 있는 장단점과 가능성은 무엇인가.
“각각의 기술들과 비교 경쟁하기보다, 기술마다 사용하기 적합한 상황과 시장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던 대로 VR은 개인 체험자에게 현장감 넘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만 관찰자를 위한 환경을 갖추고 있지 않다. AR은 다수의 관찰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만 인터렉션을 보여주기 힘들고 시스템이 무거우며 비용이 비싼 편이다.
HOLOMR은 각 기술의 단점을 보완해 체험자와 관찰자 모두에게 실감나는 경험은 물론, 구현을 위한 시스템 비용을 줄임으로써 체험자와 관찰자, 공급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술이다. 투명한 막에 화면을 투영해야하기 때문에 어두운 환경에서 사용해야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이미 그러한 상황이 전제되는 콘서트나 전시, 교육 시장에서 활용가치가 더욱 높을 것이라 기대한다.
흔히 VR이 다음 세대가 혼합 현실이라고 한다. 혼합 현실이란 현존하는 현실 세계에서 가상의 오브젝트를 띄워 줌으로써 ‘현실적인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것을 말하는데, 현재까진 HOLOMR이 이 시장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을 진행하면서 얻은 구체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HOLOMR은 개발 중인 상황이라 성과가 없지만 최근 일본에서 진행된 개발 중간발표에서 와세다 대학과 일본 VR 혼합현실 업체의 멘토링을 통해 HOLOMR의 일본시장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 평가 받았다. 일본의 경우 기존의 VR 콘텐츠가 활발히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이보다 진보한 HOLOMR을 통한 콘텐츠 제작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업체들이 많다고 한다. 또한 국내 공연 및 교육 시장에서도 몇 군데의 업체를 만나 협의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비빔블의 전신이자 HOLOMR 개발의 계기를 만들어 준 씨엔박스는 VR 콘텐츠 제작하는 업체로 다양한 콘텐츠 사례들이 있다. 청와대와 함께 제작한 VR 영상콘텐츠의 경우 고퀄리티의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니즈 때문에 청와대부터 의뢰가 들어와 대통령의 하루 일과를 담아낸 VR 콘텐츠를 기획했다. 이밖에도 벤츠의 브랜딩 콘텐츠나, 중앙 교육 연수원에 납품한 안전교육 콘텐츠가 씨엔박스의 대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분야의 기업과 협업하고 싶은가.
“아직 HOLOMR 시장이 확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빔블만 이 기술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 기술을 SDK형태로 만들어 시장에 제공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업체가 HOLOMR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했으면 좋겠다. 성공적으로 HOLOMR이 콘텐츠 시장에 자리 잡는다면, 기존의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바로 우리의 협업 파트너이자 고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비빔블의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비빔블은 한국고유의 단어 비빔에 Able의 가능성과 앙상블의 조화로운 뜻을 담고 있다. 우리는 회사 이름 그대로 신선한 기술과 다양한 콘텐츠를 조화롭게 만들고 싶은 욕심을 늘 가지고 있는데, 그 첫 번째 프로젝트인 HOLOMR시스템은 기술의 새로움에 비해 아직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올해 중반 까지는 완벽한 구현을 위해 하드웨어 업체와 NDA협약을 맺어 R&D를 진행함과 동시에 4월 데모데이 이후 시범 콘텐츠가 완성되는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HOLOMR을 대중에 알리기 위한 다양한 전시 공연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빔블의 비전이 궁금하다.
“궁극적으로 HOLOMR이나 VR 형태 외에도 기술들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세상에 더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어떠한 기술과 어떠한 콘텐츠의 결합이 적합한지 알기 위해선 더 많은 시장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경험을 쌓게 된다면 기술과 콘텐츠를 융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고 싶다.”
-CKL 기업지원센터에 만족하는 부분과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시고 계셔서 만족도가 높고 바라는 점은 특별히 없다. 새로운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9층에 그러한 환경이 조성돼 있어 테스트에 부족함이 없고, 내부적으로 법률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바로 상담 및 해결해줄 수 있는 채널이 있어 유용하다. 사무실도 서울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기업 간의 네트워크는 물론, 많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서 만족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비빔블의 비빔은 우리가 익히 아는 비빔이라는 한국고유 단어에서 비롯됐다. 사실 비빔밥은 익숙한 기존 재료들을 뒤섞어 새로운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인 요리다. 그리고 그 재료가 무엇인가에 따라 ‘육회 비빔밥’이나 ‘산채 비빔밥’처럼 불리는 명칭이 조금씩 달라진다. 비빔블의 이번 재료는 우리에겐 이제 익숙해진 ‘홀로그램’과 ‘VR’인 듯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만들어낸 HOLOMR 이라는 요리는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임이 틀림없다. 유미란 대표는 그렇게 기존의 다양한 기술과 문화를 결합해 혁신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그래서일까. 인터뷰가 끝날 때쯤 이 작은 스타트업이 HOLOMR으로 뒤섞을 다음 요리가 기대된다.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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