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일패스로 유럽 여행 ②]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 쇼핑의 천국이자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 되는 곳. 어떤 여행객을 만나도 ‘취향저격’이 가능한 이탈리아의 다채로운 매력은 기대 이상이다.
유레일 패스는?
유레일 패스는 유럽의 광범위한 철도 및 페리 네트워크를 일정 기간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차 패스다. 유럽 내 최대 28개국 전역에 걸쳐 유연성 있는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글로벌 패스’, 유럽 내 2~4개 인접 국가를 선택해 여행할 수 있는 ‘셀렉트 패스’, 유럽 국가 한 곳을 집중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 ‘원컨트리 패스’ 상품으로 구성된다.
유레일 패스를 이용한다면 유럽 여행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으로 손꼽히는 유레일 그룹의 무료 제공 애플리케이션 ‘레일 플래너 (Rail Planner)’를 설치하자. 사용자 주변의 기차역 검색 및 유레일 패스 소지자를 위한 국가별 혜택, 기차의 출·도착 시작, 유럽 주요 도시의 지도 등 유용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위스 루가노역에서 오전 8시 42분 기차를 탔다. 차창 밖 풍경을 즐기며 노래 몇 곡을 듣다 보니 어느새 스위스를 넘어 이탈리아 땅을 달리고 있다. 기차에 앉아 편하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은 유럽 여행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한 시간여를 달리니 목적지인 이탈리아 밀라노 중앙역에 도착했다. 등에 지고 있던 배낭을 앞으로 고쳐 매고, 앞서 걷는 일행의 뒤를 봐주며 긴장감 속에 걸음을 옮겼다. 만원 지하철에 오르니 소매치기의 빠른 손이 가방을 스쳤다. 다행히 방어는 성공적이었지만 소매치기의 다소 격한 환영 인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내가 이탈리아에 왔구나!’
며칠이나 머물렀다고 그새 스위스의 여유로움에 익숙해졌는지 화려한 이탈리아의 풍경에 어안이 벙벙했다. 막 서울에 상경한 시골쥐 마냥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겨우 한 시간 거리건만 이탈리아 밀라노는 스위스와 색도, 향도, 결도 다르다. 사람들은 시끌벅적 바쁘게 움직이고 명품 브랜드 매장은 세 걸음에 한 번씩 눈에 띄며 쇼핑 본능을 자극한다. 화려하게 치장한 명품 매장 옆에는 책에서만 보았던 웅장한 역사 유적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뒤로는 유니 크레딧 타워, 보스코 베르티칼레 등 이질적인 고층 빌딩이 으리으리하다. 15세기와 21세기가 어색하면서도 조화롭게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다.
한껏 멋을 낸 패션의 도시 ‘밀라노’를 만나다
숙소에 들러서는 옷부터 갈아입었다. ‘패션의 도시’로 불리는 밀라노에 왔으니 그에 걸맞은 옷차림은 기본 에티켓이 아닌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에 위치한 밀라노에는 아르마니, 프라다 등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본점이 위치해있다. 세계 4대 패션 위크 중 하나인 ‘밀라노 패션 위크’가 1년에 두 번 열리고, 도시는 한껏 멋을 낸 사람들로 가득하다.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패션 화보를 촬영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의 패션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최대 도시로 손꼽히지만 랜드마크인 대성당을 비롯해 스칼라극장,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산 암브로조 성당, 브레라 거리 등 주요 관광지가 도보로도 이동 가능한 거리에 모여 있다. 쉬엄쉬엄 걸어 다니며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하루쯤은 자전거를 대여해 여행을 해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한낮의 이탈리아 햇볕은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에 ‘따릉이’가 있다면 밀라노에는 ‘바이크미(bikeme)’가 있다. 밀라노 공공자전거 시스템인 바이크미를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다. 3650대의 일반 자전거와 1000대의 전기자전거를 보유하고 있고, 400여 개의 대여·반납소가 있어 어디로든 이동이 편리하다. 오전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연중무휴 운영되며 일반 자전거 기준, 처음 30분은 무료다. 이후부터는 30분당 0.5유로가 추가된다. 최대 연속 자전거 사용 시간은 2시간이다.
랜드마크인 밀라노 대성당(Milan Cathedral)은 필수 코스다. 밀라노 대성당은 1386년 밀라노의 영주 잔 갈레아초 비스콘티의 지휘 아래 착공이 되어 1951년에 완성됐다. 높이 157m, 너비 92m의 밀라노 대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고딕 양식의 교회로 손꼽힌다. 축구장의 1.5배 넓이로 실내는 4만 명의 방문객 수용이 가능하다. 직접 성당을 마주하니 몇 개의 숫자로는 완전히 표현되지 않던 그 웅장함이 와닿았다. 몇 세기를 거쳐 완성된 성당의 거대함과 화려함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대성당의 바로 옆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 거리라 불리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Galleria Vittorio Emanuele II)’가 위치해 있다. 두오모 광장부터 스칼라 광장까지 이어지는 200미터 길이의 아케이드 쇼핑몰인데 반짝이는 유리 천장과 중앙 십자로의 8각형 모자이크 바닥이 눈길을 끈다. 쇼핑몰 하나에도 예술적 감각이 녹아있다니. 아케이드 안에는 프라다 1호점인 ‘프라텔리 프라다(Fratelli Prada)’를 비롯해 구찌, 베르사체, 루이비통 등의 명품 매장이 들어서 있다. 카페와 레스토랑, 서점 등도 있으니 대성당 관광 후 들러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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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니의 판제로티는 꼭 먹어봐야 해
밀라노 대성당 옆 골목에 있는 빵집 ‘루이니’. 이곳의 인기 메뉴는 밀라노의 길거리 간식 대표주자인 판제로티다. 판제로티는 이탈리아 남부 폴리아 지방의 전통음식으로 반달 모양의 밀가루 반죽 속에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 등을 넣어 구운 뒤 살짝 튀겨내 만든다. 쉽게 말해 튀긴 피자라고나 할까? 맛은 당연히 없을 수가 없다.
비알레띠 모카포트 저렴하게 득템
이탈리아 여행의 필수 쇼핑 리스트인 비알레띠 모카포트. 이탈리아 가정에 하나씩은 있다는 ‘모카포트(Mocha Pot)’는 가정에서 간단히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밀라노 대성당 옆에 위치한 비알레띠 매장에 가면 다양한 디자인의 모카포트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패피’라면 10꼬르소꼬모는 가야지
패션 저널리스트 카를라 소차니가 1990년 문을 연 복합공간이다. 개성 넘치는 편집숍과 야외 정원 느낌의 카페가 눈길을 끈다. 밀라노를 대표하는 편집숍으로 손꼽히는 곳이니만큼 ‘패피’라면 한번쯤 들러 구경해볼 것을 추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로맨틱한 도시 ‘피렌체’
밀라노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낭만의 도시 ‘피렌체(Firenze)’로 향했다. 밀라노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이탈리아 중부의 도시 피렌체는 로맨틱한 이미지가 가득한 곳이다. 일단 이름부터 남다르다. 피렌체라는 이름은 ‘꽃 피는 마을’이라는 뜻의 ‘플로렌티아(Florentia)’에서 유래했다. 피렌체의 영문 이름이 ‘플로렌스(Florence)’인 이유이기도 하다.
태생부터 향기로운 피렌체는 소설과 영화로 유명한 ‘냉정과 열정사이’를 만나며 이탈리아 최고의 낭만 여행지로 떠올랐다. 남자 주인공 쥰세이는 여주인공 아오이에게 “너의 서른 번째 생일날, 연인들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인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고 말한다. 그리고 10년 후 둘은 이곳에서 재회한다. 소설과 영화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청춘들에게 두오모 성당은 ‘사랑’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두오모 성당(Firenze Duomo)의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으로 ‘꽃의 성모 교회’를 뜻한다. 140여 년에 걸쳐 완공된 두오모 성당은 피렌체에서 가장 높고 화려한 건물이다. 성베드로 성당, 세인트폴 대성당, 밀라노 대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성당이기도 하다. 내부에는 화려한 모자이크와 천장화 ‘최후의 심판’ 등이 남아있고,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아름다운 피렌체 전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463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는 혹독한 과정은 필수지만 전망대에서의 벅찬 풍경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하다.
피렌체의 또 다른 로맨틱 스폿은 아르노 강의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다. 이곳은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난 장소로 유명하다. 1274년 10세의 소년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보고 첫눈에 반하지만 그녀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걸지 못한 채 돌아선다. 그렇게 9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은 우연히 길에서 다시 마주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베키오 다리다. 베아트리체를 다시 마주친 이후 단테는 그녀를 향한 사랑의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절절한 단테의 러브 스토리를 떠올리며 베키오 다리를 걷다 보면 그곳을 찾은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걸어 두었다는 자물쇠도 볼 수 있다.
다리 인근에는 화려하게 빛나는 보석 가게가 줄지어 들어서 있다. 과거에는 푸줏간, 대장간, 가죽 처리장 등이 있던 자리였는데 1593년에 페르디난도 1세가 시끄럽고 악취가 난다며 모두 추방해 그 자리에 금세공업자들이 들어왔다고 한다.
해가 질 무렵에는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으로 향했다. 미켈란젤로 광장은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버스로 약 40분이 소요되는데, 체력이 받쳐준다면 쉬엄쉬엄 피렌체 구경을 하며 걸어갈 것을 추천한다. 좁은 골목골목에 위치한 상점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언덕을 오르며 만나는 갖가지 꽃들도 근사하다. 초록의 잔디와 나무 그늘 아래에 누워 여유를 즐기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숨이 헐떡이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이면 드디어 광장에 도착한다. 붉게 물든 하늘과 아르노 강, 피렌체 시내의 주홍빛 지붕이 어우러진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 모습을 배경 삼아 찍은 사진은 그야말로 ‘인생샷’이다. 혼자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으니 앳된 얼굴의 커플과 노년의 부부가 연달아 사진 촬영을 부탁해왔다. 이제 막 연인이 된 듯한 소년과 소녀도, 흰머리가 근사한 노년의 부부도 설레는 표정이 역력하다. 피렌체가 더욱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 피렌체 200% 즐기기
달콤한 젤라또 먹고 또 먹기
이탈리아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 중 하나는 젤라또. 어느 가게에서 먹어도 기본 이상은 하기 때문에 끌리는 곳이라면 들어가 볼 것. 젤라또를 구입 후 트리니티 다리에서 아르노 강을 바라보며 먹는 그 맛은 최고.
숨은 빈티지 숍 찾아가기
피렌체 곳곳에는 꽤 괜찮은 빈티지 숍이 숨어있다. 그중 하나인 ‘TartAn VintagE’는 친절한 여주인장이 영국에서 공수한 다양한 의류와 가방, 신발, 넥타이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영국 스타일의 빈티지 패션에 관심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해볼 것. 월요일, 일요일은 휴무이며 오후 2시 30분에 문을 연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에서 쇼핑하기
피렌체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에게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은 필수 코스다. 1221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마리아노벨라 성당의 수도사들이 만든 약국에서 비롯된 브랜드다. 국내에도 없는 제품군이 다양하고,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 호텔 추천
밀라노 Hotel Manin (www.hotelmanin.it)
1904년부터 콜롬보 가족이 소유, 운영해 온 호텔 Manin은 밀라노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건물들 사이에 위치해 있다. 호텔 앞에는 인드로 몬타넬리 공원이 있어 조깅을 하거나 산책하기에 좋다. 라스칼라 오페라 극장, 밀라노 대성당까지는 걸어서 10분이면 이동이 가능해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호텔이다.
피렌체 Hotel glance (www.glancehotelflorence.com)
2016년에 리모델링을 마친 현대식 호텔이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이며, 가죽 시장 바로 앞에 위치해있다. 베키오 다리와 대성당까지도 도보로 10분이면 도착해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호텔 옥상 수영장에서 바라보는 피렌체 야경도 놓치지 말 것.
취재 협조 이탈리아 관광청(www.italia.it), 밀라노관광청(www.comune.milano.it), 호텔 마닌(www.hotelmanin.it), 이탈리아 관광청(www.italia.it), 토스카나주 관광청(www.visittuscany.com/www.toscanapromozione.it), 피렌체 관광청(www.firenzeturismo.it), 피렌체 컨벤션 뷰로(www.destinationflorence.com), Eurail 유레일 한국 홍보사무소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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