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작가, 20대와 소설을 말하다...“인생은 게임이나 영화보다 소설을 닮아있다”

입력 2018-06-22 15:09  




△ 사진=한국경제DB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김미정 대학생 기자] 김애란 작가는 탄탄한 20대 팬층을 거느린 국내 여성작가 중 한 명이다. ‘두근두근 내인생’, ‘바깥은 여름’ 등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최근 독일 리베라투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얼마 전 김애란 작가가 20대와 만나 소설, 그리고 청춘에 대해 이야기 나눈 북콘서트 내용을 정리했다. 

조숙한 아이에서 철없는 어른으로 <칼자국>

김애란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는 자전적 요소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대표작인 ‘칼자국’ 또한 김 작가가 겪은 스무 살의 이야기다. 김 작가는 “갓 성인이 된 스무 살이 자신의 부모를 굽어보며 평가할 때 드는 연민, 고마움, 신경질, 애틋함 등을 ‘칼자국’ 속에 담았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초기 작품에는 이러한 가족 소설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김 작가는 그 때를 회상하며 “서른이 넘은 눈으로 스무 살의 자신을 보았을 때, 또래에 비해 성숙하다고 생각했던 자신도 결국엔 철없는 어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건 없는 세대 <성탄특선>

요즘 젊은이를 흔히 ‘사건 없는 세대’라고 말한다. 거대한 담론보다는 개인적인 일과 공간에 관심이 집중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최근 김 작가는 이와 관련된 도시 소설을 다수 집필했다. 집이 아니라 방에 살고, 방이 아니라 칸에 사는 20대의 이야기다. 대표적인 단편 ‘성탄특선’은 가난한 커플의 서울 모텔 순례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남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하룻밤 묶을 곳을 찾아 종로, 영등포, 구로, 신림을 떠돈다. 그들은 행복해하다가도 금세 우울감에 빠지고, 티격태격하면서도 결코 헤어지지 않는다. 20대의 젊은 연인들이 얼마나 사랑하는가, 어떻게 사랑하는가가 아니라 ‘어디에서’ 사랑하는가를 보여주는 단편소설이다. 김 작가가 지금의 청춘을 바라보는 모습을 잘 나타낸 작품이기도 하다.

 



△ 5월 28일 가천대학교에서 열린 북콘서트 (사진=김미정 대학생 기자)


20대와 ‘노량도’ <베타별이 자오선을 지나갈 때>

시험에 합격해야 탈출이 가능한 ‘노량도’. 20대의 현재와 욕망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곳이다. <베타별이 자오선을 지나갈 때>는 이런 공시생의 삶을 닮은 단편소설이다. 12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의 20대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시대를 이기는 작품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성장소설의 의미가 변해가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과정’을 중시했다면 지금은 ‘결과’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삶을 큐브에서 시작해 큐브로 끝난다고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른다”며 어두운 청춘을 보내는 20대의 마음을 대변했다.

김애란 작가가 말하는 20대에게 ‘소설의 자리’란

문학은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뚜렷한 대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실제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소설은 어떻게 바쁜 20대들의 마음에 스며들 수 있었을까. 

김 작가는 소설이 바쁜 20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에 대해 “소설은 여러 개의 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두보의 시 중 ‘떨어지는 꽃 잎 한 장에도 봄이 깎인다’라는 구절을 예로 들며 “‘꽃잎이 떨어지네’ 하는 삶과 ‘떨어지는 꽃잎에 봄이 깎이고 있네’라고 생각하는 삶은 다르다. 그런 문장이 많아질수록 나에게 여러 개의 봄이 생기는 것이고, 이를 통해 세계와의 접촉면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작가는 “인생은 게임이나 영화보다 소설을 닮아있다”면서 “미션을 클리어 했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도 아니고, 때때로 배반의 형태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쁜 일, 상처받는 일을 경험해 말이 아니라 소리 밖에 나오지 않을 때 소설을 찾아야 한다. 글은 그 소리를 말로 바꾸어준다”고 조언했다.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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