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김동률, 윤상의 노래, 제 손을 거쳐 완성됐죠" 국내 1호 여성 엔지니어 곽은정 씨

입력 2018-09-19 16:24   수정 2018-10-10 09:43

<p >[직업의 세계] 국내 1호 여성 엔지니어 곽은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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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홍대 '곽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곽은정 씨 
<p >[캠퍼스 잡앤조이=김정민 인턴기자] 노래 한 곡이 우리 귓가에 들려오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간다. 우리는 전자기기를 통해 쉽게 노래를 들을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끝없는 고뇌와 인내의 시간을 보내며, 완성된 곡을 다시한번 다듬어 제 2의 창작물로 탄생시키는 직업이 있다. 바로 악기연주 또는 효과음을 통해 소리에 색을 입혀 균형을 맞추는 직업 음향 엔지니어다. 브라운 아이즈, 리쌍, 이적, 김동률 등 국내 대표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한 여성 1호 음향 엔지니어 곽은정 씨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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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곽은정 씨는 올해 데뷔한 지 20년 된 베테랑 음향 엔지니어다. 각각의 악기와 목소리를 녹음하는 레코딩 작업과 그 소스를 토대로 믹싱하는 작업 모두 그녀의 일이다. 




<p >언제부터 음악에 관심 있었나.
<p >어릴적부터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었고, 학창시절, 학교 앞 음악 감상실에서 DJ를 하기도 했다.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박자감이 몸에 스며들어 음악이 더 좋아졌다. 한 가지 장르가 아닌 대중가요부터 헤비메탈, 남미 음악까지 골고루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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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당시 음향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지금보다 훨씬 생소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p >사실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음향 엔지니어 직업 자체를 몰랐다. 그 당시 뭘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남들 다 다니는 회사에 출퇴근하는 생활만 피하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가 엔지니어 학원을 권유해 6개월을 다녔는데, 수료를 하고나니 학원 관계자분이 여러 녹음실 전화번호를 건넸다. 한 녹음실에서 1년 정도 일하다 성향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에 일하면서 알게 된 지인에게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그곳이 지금은 없어진 ‘락레코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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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락레코드에서 기계 다루는 법과 여러 기술들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밤샘 작업에 월급도 적었지만 일이 재밌어 고된 걸 몰랐다. 그러다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를 시작했고 윤건 씨의 제안으로 브라운아이즈 1집 작업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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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주변에서 음악 작업 제의가 많이 들어오나.
<p >어시스트로 활동할 땐 일이 많았다. 눈치가 빠르고, 잔머리가 있어 선배들이 많이 예뻐해주신 것 같다.(웃음)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싱어송라이터들과 작업을 많이 했다. 돈보다 마음 편한 게 더 중요한 사람들이라 유독 나를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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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곽은정 음향 엔지니어가 믹싱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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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어시스트에서 믹싱 엔지니어가 되기까지 그 과정은 어땠나.
<p >엔지니어는 보통 레코딩과 어시스트 엔지니어가 있고, 믹싱과 메인 엔지니어가 있다. 믹싱 엔지니어가 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개인적으론 운이 좋아 윤상 씨의 작업으로 5년 만에 데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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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0년 간 프리랜서로 일하다 홍대 스튜디오를 차리게 된 이유가 있나.
<p >유동적인 생활에 피곤함을 느꼈고, 내 것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여기저기 둘러보다 2개월 만에 준비를 마치고, 홍대에 개인 스튜디오를 차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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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한 달 수입은 얼마인가. 
<p >스튜디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월 천 만원 넘게 벌어야 지속 가능하다. 하지만 이 분야 자체 수입은 굉장히 유동적이라 다른 분들의 수입은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 어떤 엔지니어는 노래 한 곡만으로 150만원을 받는 반면 누구는 30만원을 받는 등 차이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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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일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
<p >믹싱 작업을 하면서 문득 그 아티스트의 좋은 음악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물을 내가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좌절을 했었다. 그때 아는 선배 녹음실을 가게 됐는데 별 얘기도 안한 채 그냥 음악만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선배가 '어떤 음악인 것 같냐'고 물어보셨는데 신기하게도 쉽게 답변이 나왔다. 그는 내게 '지금 이게 들리면 그만 두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안 들리던 게 갑자기 들리니깐 다시 해보고 싶은 욕구가 저절로 생기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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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p >처음에는 다큐멘터리 작가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 일을 하고나서 정말 천직이구나 싶었다. 지금도 후회없이 즐겁게 일하고 있다.
<p >본인의 작업 스타일이 있나. 
<p >최대한 녹음실 안에서는 즐거워해야 한다는 주위고, 작업 또한 신속하게 끝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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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 곽은정 기사와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 사진.
<p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동률존박, 브라운아이즈 1집 앨범
<p >함께 작업한 뮤지션은 누가 있나. 
<p >이적, 김동률, 존박, 곽진언, 리쌍, 윤건, 윤상, 선우정아 등 여러 뮤지션과 작업했다. 최근에는 혁오밴드와 함께 일을 했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세계관이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찾을 수 없는 감성을 지니고 있어 나 또한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런 그들 덕에 지루할 틈 없이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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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음향 엔지니어가 갖춰져야 할 역량은.
<p >음향 엔지니어는 기술보다 음악에 대한 고찰, 뮤지션과의 공감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또 감성과 테크닉에 대한 균형을 맞출 수 있게 스스로를 계속 트레이닝해야 한다.
<p >일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p >말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공유할 때가 가장 뿌듯하다. 원했던 결과물이 나오거나 녹음을 할 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절로 박수가 나올 때가 있다. 특히 녹음 전 아티스트와 노래가사에 대한 충분한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일치할 때 쾌감을 느낀다. 
<p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p >음향 엔지니어는 가수, 작곡가 등 다른 직종에 비해 대중매체 노출이 거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음향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 직업은 제 2의 창작가로 불릴 만큼 정말 누구보다 고생하고, 인내심이 요구되는 일이다. 많은 분들이 음악을 들을 때 한번이라도 이런 직업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p >kelly7795@hankyung.com
<p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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