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자퇴 후 모교서 강의···수험생들에게 위로 건네는 ‘Studyingsim’ 운영자 심지현 씨

입력 2018-09-28 11:32  


[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이예린 대학생 기자] “이제는 제가 고래만 한 크기의 사람이라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져요.” 서강대학교에 재학 중인 심지현(22) 씨는 자신을 하나의 틀에 가두지 않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깨닫고 있다. 

심 씨는 ‘Studyingsim’ 이라는 공스타그램을 운영하며 수험생들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위로를 건네고, 플래너를 직접 제작해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는 일을 한다. 이 밖에도 패션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고, 강연자가 되기도 한다.

무엇이 심 씨를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일까. 힘들었던 순간들을 극복하고, 날개를 달고 여행하듯 자유롭게 살아가는 심지현 씨를 지난 9월 19일 서강대학교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공스타그램 ‘Studyingsim’ 운영자 심지현 씨

최근 베트남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새로 시작하는 패션 브랜드 서포터즈 촬영 출장이었다. 오후 서너 시간 촬영을 했고, 나머지는 자유 일정이었다. 중2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교복을 입어야 했으니, 대학에 와서야 빛을 보았다.”(웃음)



△2018 S/S 헤라서울패션위크에 참석한 심지현 씨


패션 외에도 사진, 영상, 음악, 운동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재능이 있다. 이런 것들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자퇴를 하고 난 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처음에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첼로와 바이올린 등 음악을 시작했다. 음악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좋은 매개체이다. 또한 순간 스쳐가는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음속의 생각들을 시로 남기고, 아직 풀지 못했던 트라우마를 토대로 소설, 에세이를 쓴다. 패션은 나의 존재 의미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게 해준다. 패션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비언어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 제일 매력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걸 다 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지쳐버리니 식단 관리, 발레, 요가, 필라테스 등을 하고 있다. 내 몸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모든 것들은 삶에 지쳤을 때 비를 피해 갈 수 있는 쉼터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순탄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한다. 잠들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계속 생각나고, 색다른 분야에 도전할 때마다 다른 나를 발견하는 느낌이다. 해뜨기 전에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래너를 직접 디자인하고 판매한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리마인더 프로젝트.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가장 큰 건 ‘리마인더(Reminder)’다. 플래너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서 판매하는데, 그 수익금 일부를 플래너 테마에 부합하는 단체에 기부한다. 테마 선정의 기준은 ‘한국에서 살아가며 잊지 말아야 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예를 들어, 문학사 적 측면에서는 윤동주 시인, 정치 역사적 측면에서는 위안부 등이 있다. 리마인더의 기본 취지는 ‘Design your life, be the light for others’. 즉, 내 삶을 계획해 디자인하고,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빛이 되라는 뜻이다. 작년 11월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플래너는 하루 만에 완판됐다.” 

리마인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윤리적인 디자인을 하자’라는 대략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 분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한국의 윤리경영 기업에는 마리몬드, 희움 등 여러 곳이 존재함을 알게 됐다. 하지만 한국의 기부사업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하나로 모으고 싶었다. 리마인더부터 시작해서 이 목표를 이루려고 한다.”



△기상 인증.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한다고 들었는데, 열심히 사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나.

“꿈이다. 먼 미래의 막연한 것이 아니라, 자기 전에 적어 놓은 리스트에 있는 하고 싶은 일이다. 개척해가고 있는 나의 항로가 항상 역동적으로 움직이기를 바란다. 소중한 젊은 시간들을 하루라도 의미 없이 보내고 싶지 않다. 버킷리스트에 있는 친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부지런히 살고 있다.”(웃음)

대학생으로서의 모습이 궁금하다.

“술자리, 엠티. 흔히 말하는 ‘평범한’ 대학생들이 하는 것들을 정말 하고 싶은데 못한다. 1학년 때부터 직장인처럼 일도 많고 바쁘다 보니, 술도 잘 안 마시게 된다. 요즘 나의 하루는 학교, 공부, 과외, 촬영, 플래너 작업이다. 물론 오래된 친구들과 밥도 가끔 먹고, 가족들과 주말에 식사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나 좀 멋지다’ 싶은 순간이 있다면.

“최근에 모교로 돌아가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그때 ‘자퇴’라는 나의 트라우마와 마주쳐야 했다. 강연을 거듭할수록 조금 떨어져서 객관화된 나를 볼 수 있었다.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잘 극복했구나. 후배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때 힘들었던 것들이 놓아지면서 조금 멋있다고 생각했다.”



△수험생 시절 공부 플래너


studyingsim 공스타그램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고등학교 자퇴를 하고 나서 수능을 망쳤다. 재수종합학원이 정말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집에서 독학재수를 시작했다. 온전히 혼자 하다 보니 공부가 끝나고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하나의 태그를 통해서 다른 사람이 공부한 플래너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고, 나도 기상 인증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게시물을 올리다 보니, 나의 플래너 쓰는 방식, 글 등을 좋아하고 힘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수험생임에도 불구하고 공부 방향, 고민 등에 대해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고 있다.

“수험생 때는 엄청 불안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보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그렇게 실수 방지, 마인드 컨트롤 등 나만의 방법들이 생겼고, 다른 사람들이 같은 시행착오를 갖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이런 방법들을 글로 정리해서 올렸다.” 



△공스타그램


자존감을 높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위도 보지 말고, 아래도 보지 말아야 한다. 상향 비교도 하향 비교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절대로 스스로를 타인과 비교하면서 위안하거나 깎아내리지 않아야 한다. 끝이 없고, 의미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의 나와 경쟁하고, 오늘의 나에게 집중한다. 내가 지금 행복한지 항상 살피고, 가슴 셀레는 일로 하루를 채우면 누군가와 비교할 시간 자체도 없다. 비교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서로가 살아온 시간과 삶의 맥락 자체가 다르다. 마치 외계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과 같달까.”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해나갈 지 궁금하다.

“요즘에는 정해지지 않는 것들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고, 나를 많이 열어두었다. ‘Connect the dot’. 점묘화를 그릴 때, 흰 도화지에 점을 찍다 보면 그 점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고, 완성된 그림이 되는 순간이 나타난다. 사진, 여행, 언어를 사랑하는 나의 모습에서 기회가 보이고, 이것들은 책, 강연, 촬영 등으로 이어진다.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스토리가 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점을 찍을 때 ‘왜’라고 계속 물어야 한다. 의미 있는 점들이 모여야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나의 꿈, 여러분들의 꿈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것이기를 바란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일이면 모두 좋다. 바쁜 대학생활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할애하여 나의 꿈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언을 했으면 좋겠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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