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규제 한 달 경과', 문제점과 보완점은?···대학생 일회용품 없이 일주일 살아보기

입력 2018-10-01 15:12   수정 2018-10-02 11:30


환경부, 8월부터 카페 내 일회용 컵 규제 시행 

카페 업계 “취지 공감”…시민들 “환경 위해 필요”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김종우 대학생 기자] “드시고 가시면 머그잔에 드려도 괜찮으세요?”

최근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듣는 달라진 풍경이다. 정부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강화하면서 더 이상 카페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8월부터 카페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이 적발되면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사업장에 부과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으로 미국(97.7kg)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일회용품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일회용품, 기자가 학교생활을 하며 일회용품 없이 일주일 살기에 도전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일회용 컵 제공을 중지한다는 안내문(왼쪽),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내부에 우산 비닐 제공을 중지한다는 안내문(오른쪽).

#1일차 오전 8:40

1교시 수업을 앞두고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를 사러 ‘ㄱ’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렀다. 

  

“드시고 가세요?” 

“아뇨, 가지고 갈 거예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의실 앞에 와서야 번뜩 떠올랐다. 아차,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까지 사용해버렸다. 첫날부터 실패라니, 다음번에 테이크아웃 할 때에는 꼭 텀블러를 가져가야겠다고 다짐했다.

#2일차 오후 3:30

전공 과제를 하러 학교 안에 있는 ‘ㄴ’ 카페에 왔다. 그런데 매장 안 풍경이 뭔가 이상하다. 이용객들이 모두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매실주스를 주문하고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일회용 컵 말고 머그잔에 주실 수 있나요?”

“머그잔요? 없는데…일단 이거라도 드릴게요.”

  

직원은 머그잔 대신 플라스틱 컵을 내밀었다. 플라스틱이지만 일회용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직원은 이런 부탁을 하는 손님은 처음이라는 듯 기자를 훑어봤다.



교내 카페 고객들이 테이블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

개인 사업장인 ‘ㄴ’카페의 직원 A 씨는 “일회용 컵 규제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만 시행되는 줄 알았다. 현재는 머그잔이 준비되어 있지도 않고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아 일회용 컵 사용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정책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개인 카페 업계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규제로 인해 할 일은 늘어나는데 영세 사업장의 특성상 노동력은 한정돼 불편을 호소하는 곳도 있다. 

서울 종로구의 개인 운영 ‘ㄷ’카페 아르바이트생 B씨는 “매장 규모가 작아 설거지를 거의 혼자 하고 있다. 일회용 컵 규제가 시작되면서 설거지 분량이 늘어나 팔이 빠질 지경”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도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환경부는 2027년까지 패스트푸드 전문점,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전면 퇴출시키기로 했다. 현재 커피전문점 ‘탐앤탐스’는 매장 내 고객에게 자율적으로 빨대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탐앤탐스’에 비치된 빨대 제공 중지 안내문.

서울 종로구 ‘ㅁ’ 프랜차이즈 카페 아르바이트생 C 씨는 “규제 시행 이후 개인 텀블러를 갖고 오시는 손님들이 늘었고 매장 내 쓰레기의 양이 확실히 줄었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머그잔이 싫다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정착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머그잔의 위생을 걱정하는 손님들이 있는데, 설거지도 최대한 위생적으로 하고 있다. 일회용품 줄이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환경보호에 동참했으면 한다”라고 의견을 표현했다.

시민들도 취지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D 씨는 “일회용품, 특히 플라스틱 조각 때문에 바다 생물들이 죽어간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나도 카페 알바를 해본 입장으로서 음료를 주문할 때마다 ‘저 많은 머그잔을 언제 다 닦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환경보호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김수완(중앙대 응용통계학·23) 씨는 “일회용품을 줄여 환경보호에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은 대부분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걸 실천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우리 모두 환경을 위해 순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려 노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4일차 오후 1:10

점심을 먹기 위해 학생식당에 왔다. 여기는 플라스틱도 없고, 나무젓가락을 사용하지도 않으니 일회용품 사용을 걱정할 일이 없을 듯하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상황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식사를 마친 뒤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며 종이컵을 쓴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집어 드는 일회용품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금 깨달았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일회용 종이컵 사용량은 260억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세 이상 성인 인구로 따지면 한 사람이 하루에 1.7개의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재연(성균관대 행정학·23) 씨는 “플라스틱은 아니지만 종이컵도 일회용품이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까워 최근에는 개인용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며 정수기를 이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종이컵은 내부에 코팅이 돼있어 일반 폐지와 섞이면 재활용이 어렵다. 따로 종이컵만 모아서 배출해야 하는데 이를 실천하는 곳은 많지 않다.

#6일차 오후 9:50

공부를 마치고 출출해져 편의점에 들렀다. 자취방에서 먹을 컵라면과 음료를 사기 위해서다. 아, 생각해보니 컵라면 용기도 일회용품이다. 집었던 컵라면을 다시 내려놓았다. 집에 가서 그냥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음료 두 개를 계산하고 나왔다. 그런데 집 앞에 도착해서 깨달았다. 음료를 ‘비닐봉투’에 담은 것이다. 심지어 음료를 담은 용기도 페트병이라 일회용품이다.

서울시 재활용품 종량제 수거 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비닐봉투는 총 5만9189톤 수거돼 유리병(3만7819톤)과 플라스틱(2만4469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비닐이 비교적 가벼운 재질임을 고려할 때 얼마나 많은 비닐봉투가 사용되는지 알 수 있다. 

지난 4월 대형마트 5개사는 환경부와 ‘비닐, 플라스틱 감축 자발적 협약‘을 맺고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이기로 했다. 환경부는 대규모 점포에서 비닐봉투 제공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입법을 예고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공공기관과 지하철역 등지에서 우산 비닐을 없애는 대신 친환경 빗물제거기와 우산털이통을 도입했다. 방승현(한양대 경제학·24)씨는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에코백을 갖고 다니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비가 올 때는 우산과 함께 우산 커버를 꼭 지참해 다른 승객에게 민폐를 최소화하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설치된 빗물제거기와 우산털이통.

#7일차 오후 4:30

 

친구를 만나러 ‘ㄹ’ 프랜차이즈 카페에 왔다. 머그잔에 음료를 받았다. 플라스틱 빨대도 일부러 쓰지 않았다. 친구는 빨대로 음료를 먹으며 빨대 비닐을 조각조각 뜯고 있다. 너는 방금 일회용품을 두 가지나 쓴 거라고 면박을 줬다. 성공한 날보다 실패한 날이 더 많지만 어쨌든 기자의 일주일 ‘일회용품 제로(0) 도전기’는 막을 내렸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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