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리의 다쓰자] 다시 돌아온 자소서 ‘복붙’의 유혹

입력 2018-10-05 16:52  


[하리하리의 다쓰자]



[캠퍼스 잡앤조이=이정준 아프리카TV 자소서 전문 BJ] 8월 말부터 시작된 서류 접수는 추석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주요 대기업의 서류 지원 접수는 마감을 했지만 여전히 주목할만한 중견 기업의 채용이 이어지고 있다. 

취준생의 갈등도 시작될 시기다. 특정한 산업군을 가고 싶어 오래 준비한 취준생이 아니라면 대부분 타깃 없이 여러 기업에 지원서를 제출하게 된다. 가고 싶은 기업이 있다 하더라도 그 기업, 그 직무만 지원하는 것은 위험 요소가 높다. 특정 기업 몇 곳만 노려 서류 접수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자연스레 여러 기업에 지원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100군데 이상의 기업에 지원하게 된다. 

마감 기한에 허덕여 제출에만 의의를 두는 순간 미리 써두었던 다른 기업의 자기소개서를 떠올리게 된다. ‘복붙’의 유혹이 엄습한다. 마음으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이미 '컨트롤+c'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부터는 쉽다. 

그렇게 취준생은 수많은 기업에 같은 내용의 자기소개서를 난사한다. 이것이 무조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출, 그 자체만으로 분명 의의가 있다. 그렇다고 ‘복붙’이 좋은 행동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다. 

입사지원서를 낸 기업이 취준생 입장에서는 최선의 지망 기업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럴 때 기분이 어떨 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 가능하다. 의욕 제로일 것이다. 결국 기존에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썼던(그게 잘 쓴 건지, 잘못 쓴 건지 답도 정확히 모른다.) 자기소개서를 대충 짜깁기해서 내게 된다.

방송이나 강의를 통해 많은 자기 소개서를 보았다. 그것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어색함이다. 예를 들면 성장 과정을 묻는 문항과 성장 과정에서 본인을 가장 어렵게 만들었던 경험을 묻는 문항은 다르다. 전자는 지원자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말 그대로 과정을 묻는 질문이다. 후자는 성장 과정을 돌이켜 보았을 때, 기억에 남으며(‘가장’) 그 기억이 지금 떠올려 보면 시련을 유발시켰던 경험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질문이다. 

질문에서 풍기는 뉘앙스의 차이를 읽어 낸다면 두 질문에 풀어내는 글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복사+붙여넣기를 하면 당연히 두 질문에 대한 답은 같다. 비단 이 문항만이 아니다. 글이란 것은 쓰는 사람의 그 당시 감정, 생각 등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이미 써 놓은 것이 정답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결국 귀찮아서 그러는 것이다. 이해를 아예 못하는 바는 아니다. 서류를 제출해도 될 지 안 될지 모르고, 자기 소개서를 읽는지조차 의심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정성’은 필요하다. 각 전형을 정성껏 준비해야 한다. 취준생은 지원하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려는 사람이다. 우리에게 월급이란 어떤 의미인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실탄이다. 그 실탄을 충전해 주는 고마운 버팀목을 찾는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는 정성 혹은 진심이다. 내가 누구인지 진심을 다해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자기 소개서에 녹여 내야 한다. 그간 써 왔던 글에 진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복붙’을 선택하는 순간, 자소서에는 진심이란 없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준비하길 바란다. 




하리하리(이정준, kindoublej@gmail.com) 

LG 서브원에 2년 10개월 재직 후 4월 중순 퇴사했다. 교육에 관심이 많아 취업 이후 200여 명의 친구들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아프리카TV에서 ‘하리하리의 다쓰자’ 개인방송을 운영 중이다. 브런치, 네이버 포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기소개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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