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라이프] 김범 파인만 교육 이사장
△김범 파인만 교육 이사장.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마흔부터 10년 간 100개국을 여행하는 게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근데 해보니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12년으로 기한을 늘렸죠.(웃음)”
마흔 넘어 새로운 도전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익숙함에 젖어들고 도전 앞에 두려워지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김범(45) 파인만 교육 이사장은 1년 일하고 1년 여행 다니는 인생 2년 1모작 삶을 모토로 하고 있다. 청춘이 훨씬 지나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김 이사장의 삶의 모토는 다름 아닌 ‘욜로’. 지난해 <짝수 해에 창업하고 홀수 해에 여행한다/터닝포인트>라는 책을 펴내면서 대놓고 욜로 라이프를 자처하고 나섰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20대
김 이사장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면 사실 욜로와는 거리가 멀다. 학창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을 벗어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던 그는 공부를 선택했고, 국비가 지원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으로 진학했다.
“카이스트는 1~2학년 때까지 다양하게 배우고 3학년 때 전공을 정하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무인자동차에 관심이 생겨 기계공학을 선택했어요. 무인자동차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그리고 창업을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오직 가난을 탈피하자는 목적으로 무인자동차라는 꿈을 세웠던 김 이사장은 자본금 마련을 위해 석사 과정을 병행하면서 서울 청담동의 한 학원에서 과학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면서 전공 공부도 하다 보니 쉴 새 없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무인자동차의 핵심 기술은 사물인식인데, 당시 만도기계라는 회사에 무인자동차팀이 있었어요. 교수님의 소개로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됐는데, 1997년 IMF가 터지면서 부서가 없어졌죠. 다른 부서로 이동해 근무하다가 1999년 만도기계에서 함께 일했던 11명의 팀원들과 나와 창업을 했어요. 그 회사가 지금의 현대자동차 자회사인 현대엠엔소프트죠.”
누구도 생각지 못한 30대의 도전
창업은 대기업과 달랐다.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다. 그는 창업 이후에도 학원 강사를 병행했다. 주 6일 60시간 근무에다 학원 강사까지 병행하다보니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투잡을 하면서 건강이 나빠지는 걸 느꼈지만 그만 둘 순 없었어요. 그러다 시력 손상이 오면서 급격하게 몸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병원에 가보니 간 상태가 알코올 중독자 수준이었어요. 평소 술은 입에도 안 대는데 말이죠. 갑작스런 건강 악화에 우울증도 찾아왔어요. 당시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어 앞이 더 막막했죠.”
김 이사장은 건강이 나빠지면서 회사와 학원 강사 모두 그만뒀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순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선택을 했다. 바로 수능 시험이었다. 다시 한의학을 공부해 망가져 있던 자신의 몸을 스스로 치료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때 그의 나이가 서른 한 살이었다.
“당시 두 아이의 아빠라 생계를 책임져야 했어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능 공부를 하고, 그 이후부터 새벽까지 과외를 했었어요. 과외를 20팀 이상 하다 보니 회사 다닐 때 보다 수입은 더 많았어요. 근데 공부를 하면서 과외를 병행하니 시간은 더 부족했죠.”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도 일상의 변화는 거의 없을 정도로 바빴다. 고심 끝에 김 이사장은 학원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과외는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지만 학원은 학생들이 한 곳으로 모이니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학원 사업도 쉽지만은 않았다. 사업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지만 김 이사장의 일상은 일로 쌓여져만 갔다. 바쁜 업무로 건강이 더 악화된 그에겐 나은 삶이 아니었다.
“학원 사업이 커지면서 마흔 살에 극도의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스스로가 염세주의자로 변해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살기 위해서라도 인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시점이었죠. 만약 지금 죽는다면 뭐가 가장 아쉬울까 생각해봤더니 몇 가지가 나왔죠. 일만 하며 보낸 20대를 다른 이들이 보낸 20대처럼 즐기고 싶었어요.”
남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절실했던 김 이사장은 회사를 권한유임체제로 바꾸고 1년 간 안식휴가를 가졌다. 그리곤 평생 한 번도 즐겨보지 못한 여행을 떠났다. 일, 가족, 건강에 구속받지 않고 그가 원하던 삶의 첫 시작인 셈이었다.
6년 간 60개국 여행하며 찾은 40대의 인생 2막
김 이사장은 호주 어학연수를 시작으로 사십대에 늦은 이십대의 청춘을 누렸다. 지난 6년간 60개국을 여행하며 새롭게 찾은 그의 인생 2막이 다시금 살게 했다.
“마흔에 첫 여행을 시작으로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그냥 떠났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계획이 10년 간 100개국을 다니는 게 목표였는데, 해보니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12년으로 늘렸죠.(웃음) 1년은 일하고, 1년은 여행 다닐 수 있게 학원을 권한유임경영으로 바꾼 뒤로 오히려 매출이 늘었어요. 직원들을 믿고 맡기니 제 삶이 더 편해졌죠.”
△김범 파인만 교육 이사장이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
김 이사장은 현지에서 느꼈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파블로의 FUNFUN한 세계여행’이라는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600여 편의 여행 포스팅으로 누적 방문자 수가 120만 명이 넘을 만큼 인기 있는 이 블로그를 계기로 여러 편의 책도 쓰고,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도 열었다.
“마다가스카르를 다녀와서 사진전을 열고, 수익금 600만 원 전액을 기부했어요. 사실 여행 책 출간과 사진전이 저에겐 적자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돈을 예쁘게 쓰는 방법을 터득한 셈이죠.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는 힌두교 최대 성지인 파슈파티나트사원이 있어요. 이곳에서는 주검들을 화장해 유골을 갠지스 강의 지류인 마그마터강에 뿌리는 의식을 거행하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 소중한 삶인가 깨닫게 됐죠. 욜로가 ‘한번 사는 인생 즐기자’라는 뜻이잖아요. 한번 밖에 없는 소중한 인생 즐기면서 사는게 제 인생 목표예요.(웃음)”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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