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김혜선 대학생 기자] 영화, 책, 노래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사랑’이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영화에서도 '사랑'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사랑과 이별,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며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백가희(24) 작가를 만났다.
인스타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백 작가는 독립출판 책 <올림>으로 이름을 알린 뒤, <당신이 빛이라면>, <간격의 미>, <너의 계절>을 잇달아 출간했다. 또한 대구 동성로 시집 전시회, 대구콘텐츠코리아랩 주최인 강연 ‘serendipity: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여정’ 등을 통해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백가희 작가.
-근황과 작품 소개를 해달라.
“현재 작가이자 페미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당신이 빛이라면>, <간격의 미>, <너의 계절> 모든 작품은 에세이로 집필했다. <당신이 빛이라면>은 연인간의 사랑을 주로 이야기했고, <간격의 미>는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같은 포괄적인 사랑을 담은 글이다. 가장 최근에 출판한 <너의 계절>은 사랑 안에서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많이 다루며, 처음으로 단편 소설을 기재한 책이다.”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미술을 했다. 유학을 갔다 미술 입시에 실패하고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사진 찍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이를 계기로 출사를 자주 나갔는데, 사진을 찍을 때마다 친구, 가족, 옛사랑 등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났고, 그 사진과 글이 함께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 사람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사진에 조각글을 작성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은 경험에서 나오는 건가.
“경험을 기반으로 각색해서 쓴 글이 많다. 예를 들어, 키우는 고양이와 종일 함께 했는데 너무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러면 ‘그 고양이가 사람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또, 정말 좋아했던 사람을 추억하면서 ‘이 사람과 지금까지 함께 한다면 우리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쓴 글도 많다. 모든 게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한 번 좋아하면 오래 담아두는 성격이라 그 여파로 글을 많이 쓴다. 창작을 하는 사람은 경험의 기억으로 여생을 산다는 게 맞는 말인 거 같다.”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내 글을 반드시 이성애적 사랑으로 정의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이성애적 사랑은 사랑의 일부의 일부이고 그 대상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당신이 빛이라면>을 보면 화자의 성별이 애매모호하게 나오는데, 이 또한 이성애적 사랑으로 정의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냥 ‘사랑’은 외로움, 슬픔, 기쁨, 우울함을 느끼는 것처럼 우리가 항상 갖고 있는 것이고, 다른 감정들처럼 여러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나는 이 인터뷰 자리도 하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만을 거룩한 감정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대상이 누구든지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는 하나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글은 인스턴트처럼 소비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주제가 명확하고 기승전결을 확실하게 쓰려고 한다. 만약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고 하면, ‘너는 여전히 예쁘고, 너의 남은 2018년은 기뻤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마냥 감상만 쓰면 글이 굉장히 재미가 없어진다. 같은 이야기에도 ‘2018년 행복해야지, 그런데 왜 행복해야 되는데? 네가 어떤 일을 해서 행복하고 그것을 통해 내가 어떤 감정을 느낀 거지?’라고 질문하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을 좋아했으면 결론적으로 ‘나는 아직도 너를 좋아한다’를 말하고 싶은 건지 ‘너를 좋아했었다’를 말하고 싶은 건지 방향을 확실히 하고 독자들이 글을 읽을 때 느끼는 게 있었음 하며, 이 글이 독자에게 어떠한 가치가 되는 지를 중요시한다.”
-유독 기억에 남는 글이 있나.
“항상 다르다. 요즘은 ‘유서의 일부’라는 글이 항상 생각난다. 다른 글들 같으면 괜찮은가 싶다가도 별로라고 느껴지게 마련인데 이 글은 그냥 마음속에 굉장히 오래 남아 있다. 하나를 더 꼽자면 키우고 있는 고양이를 의인화해서 쓴 글이다. 내용에 ‘할 말이 없었다. 값을 주지 않고도 볼 수 있는 피사체라니.’ 라는 문장이 나온다. 우리가 어떤 미술작품을 볼 때 입장료를 지불하는 걸 비유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황홀감을 표현한 것인데, 고양이를 볼 때마다 이 글이 생각난다.”
-SNS 작가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관심받는 것 자체는 좋다. 그러나 그 이면에 불안감이 항상 존재한다. 예전에는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요즘은 글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사회적으로 예민한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이러한 행보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SNS의 장점이자 단점은 피드백이 빠르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만큼 불안감이 커지는 것 같다. 요즘은 글을 쓸 때 타이핑과 퇴고를 하루종일 반복하는 등 더욱 신중해졌다.”
-시도해보고 싶은 다른 주제가 있나.
“요즘 관심사가 ‘페미니즘’이라 그 분야에 대해 쓰고 싶다. 원래 주분야인 ‘사랑’과 ‘페미니즘’이 만나면 어떤 글이 탄생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도하게 된다면 여성이 여성을 구원하고 연대하는 내용으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 페미니즘에 무지한 사람들도 공감하고,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을 써서 에세이와는 또 다른 공감을 전해주고 싶다.”
-독자들이 책을 어떤 시선으로 봐주길 바라나.
“어떠한 대답을 하든 독자 입장에서 해석의 여지를 차단하는 것 같다. 그냥 마음대로 해석했으면 한다. 다만 내 책들을 보면서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사랑을 주는 주체가 된다고 여긴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신을 생각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당신을 대상으로 글을 썼다는 것을 늘 생각했으면 한다. 그러면 책을 읽을 때 더욱 로맨틱해질 것이다.(웃음) <너의 계절> 에필로그에 보면 ‘모든 감정의 근간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사람들에게 바칩니다. 헤어진 애인, 잊지 못할 첫사랑, 절교한 친구, 그들에게 보내는 헤진 반성문입니다. 나의 실수로, 당신의 실수로, 실수하지 않았더라도, 서로의 곁을 떠나 각자의 삶을 찾으러간 나의 모든 당신들에게 바칩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글을 읽으면서 ‘얘는 나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었고, 나는 이런 사랑을 받고 있었구나’ 라고 다양하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 나의 모든 당신들이라고 썼다. 독자들도 책을 슬프게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반성문의 작성자이자 수신자가 되어 봤으면 한다.”
zinysoul@hankyung.com
<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