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의 ‘YOUNG농이야기’] 최린 OMG팜마켓 대표 “트렌드를 읽는 농부… ‘농업’은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하는 분야”

입력 2018-12-11 14:07   수정 2019-01-21 13:42


[청년농부의 ‘YOUNG농이야기’] 

최린(37) OMG팜마켓 대표의 명함에는 ‘대표’라는 말 대신 ‘농업연구원’이라는 직함이 적혀있다. 단순히 농사만을 짓는 게 아닌, 농업의 트렌드를 연구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내놓는 사람이 이시대의 ‘농부’라는 생각 때문이다. 팜쉐어 농장에서 당일 수확한 신선한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어 채소에 대한 ‘진짜 맛’을 선보이고 있는 4년차 청년농부 최린 대표를 만났다. 



최린 대표는 매일 새벽 5시 팜쉐어 농장이 있는 경기도 안성으로 향한다. 5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한 동에는 로메인, 적근대, 케일, 루꼴라, 적치커리 등 농약을 치지 않고 길러낸 수경재배 채소가 가득하다.

수경재배한 샐러드 채소는 맛이 좋고 상품성도 매우 좋다. 최 대표는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평택에 있는 OMG팜마켓에서 샐러드로 만들어 판매한다. 하루에 딱 10~15인분 분량이다. 아침에 온실에서 수확해온 채소를 소포장해서 팔고, 점심과 저녁 시간에는 여러 가지 다른 부가재료와 조합해 샐러드 메뉴를 구성했다.

“직접 재배한 채소와 함께 팜쉐어 지인들이나 전국 산지에서 신선한 부가재료들을 공수해 맛있는 샐러드 요리로 만들어 제공해요. 가게를 찾아 채소를 맛본 손님들의 재방문율이 매우 높아요. 이 때문에 단골손님도 많죠.”



△(왼쪽) 손님 개개인이 먹고 싶은 샐러드 레시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오른쪽) OMG팜마켓에서 판매중인 파인애플 새우 샐러드의 모습.




손님들의 취향을 고려한 샐러드




현재 OMG팜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뉴는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파인애플 새우 샐러드, 단호박 샐러드 등 다섯 가지. 손님들의 입맛과 요청에 따라 메뉴는 수시로 변한다. 

4.5평 크기의 작은 매장에는 최 대표가 요리하는 공간 바로 뒤로 손님용 테이블이 놓여있다. 요리를 하다가도 바로 등을 돌려 손님들과 소통하고자 한 최 대표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그는 수시로 손님들에게 ‘다음에는 무슨 샐러드를 먹고 싶냐’고 묻는다. 이렇게 탄생했던 첫 메뉴가 샤브샤브 샐러드였다. 샤브샤브 샐러드만 한 달 내내 팔았다. 한 가지 메뉴로만 하루에 30만원의 매출을 낸 적도 있다. ‘한 사람에게만 팔더라도 신선한 재료를 제일 맛있게 조리해 팔겠다’는 최 대표의 고집이 담겨 있는 부분이다. 

“메뉴판이 별도로 없어요. 샐러드 레시피 책 한 권을 손님들에게 보여드리고, 드시고 싶은 레시피를 골라보시라고 하죠. 페이지에 손님들이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두시면, 나중에 그 메뉴를 준비해 손님들에게 연락드려요.”

재밌는 점은 가장 흔하다고 알려진 닭 가슴살 샐러드를 선택하는 손님이 없다는 것이라고. 당일 수확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손님들 개개인마다 신선한 채소와 어울리는 재료와 토핑, 레시피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남다르다. 식당을 찾아 채소를 직접 맛본 손님의 경험을 중시하는 최 대표의 철학이 담겨 있다. 



△(왼쪽) 안성에 위치한 ‘팜쉐어’ 농장의 전경. (오른쪽) 평택시 청년몰에 위치한 OMG팜마켓의 가게 외관.

전공이었던 농업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플랜을 짜다




“2015년 우연히 들른 귀농·귀촌박람회에서 경기도와 한경대가 운영하는 ‘팜쉐어’를 알게 됐어요. 기반이 없는 청년 농업 지원자에게 온실을 임대해주는 지원 사업인데,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농부의 길에 접어들게 됐죠.”

최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농업이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농업대학에 진학했다. 먹거리는 인간의 근원이자 시대와 상관없는 중요한 화두라고 강조하셨던 부모님도 정작 그가 농업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셨다. 고등학교 때도 농업대학을 지원한 학생은 자신뿐이었다고. 

하지만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하다 보니, 정말로 배우고 싶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농업에 마케팅과 비즈니스를 접목하는 방법 등이었다. 이에 그는 대학을 나와 농업 컨설팅 회사에 지원했고, 러시아로 파견돼 7년 여간 근무했다.

타향살이에 지쳐갈 때쯤 한국에 돌아와 우연히 들른 박람회에서 ‘팜쉐어’를 알게 된 그는 3년간 비닐하우스를 무상으로 임대 받는 조건으로 안성에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채소를 매일 수확해서 내다 판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확량이 많지 않다 보니 마땅한 판로가 없었다. 또 신선한 채소를 굳이 멀리까지 포장해서 보내며 파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도 뒤따랐다. 

이후 그는 2016년 경기도농업기술센터의 ‘귀농귀촌 심화 코스’ 교육을 받으며 비즈니스 플랜을 세웠다. 직접 재배한 채소를 활용한 식당을 직접 열어보는 것이었다. 최 대표는 2017년도 평택시가 전통시장의 상권을 살리는 차원에서 시행한 청년몰 지원 사업에 신청했고, 그해 6월 오프라인 매장 OMG팜마켓을 냈다. 

“지금은 하루 수확량이 각 채소별로 5kg 정도예요. 채소를 판매하고 식당을 운영하기에도 충분한 양이죠. 앞으로도 지금처럼 로컬 위주의 판매 전략을 펼쳐나갈 계획이에요. 온라인 판매나 택배 배송보다는 채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청년농부의 ‘안테나’로 농업 분야의 일자리 만들고 싶어”




“농업의 트렌드도 계속해서 바뀌어 가고 있어요.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브랜딩과 마케팅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귀농·귀촌은 퇴직한 어르신들이 농촌으로 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단순히 농촌에 정착하고 사는 것만이 아닌, 농업을 업으로 하며 살기 위해서는 탄탄한 비즈니스 플랜을 짜야 하죠.”

그는 현재 샐러드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팜쉐어 온실보다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후계농 자금을 지원받아 평택 OMG팜마켓에 보다 가까운 부지에 1329평 규모의 새로운 샐러드 채소 농장을 구축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의 최종 목표는 농업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CEO가 되는 것이다. 최 대표는 농업 분야의 일자리는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만들 수 있다며 똑똑한 사람도 일할 수 있고, 단순한 노동만을 하고 싶은 사람도 일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OMG팜마켓을 ‘안테나샵’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트렌드와 계절은 바뀌는데 피드백 없이 나의 고집으로 한 가지 작물만, 한 가지 메뉴에만 몰두해서는 안 돼요. 내 스스로에게 성공한 청년농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 스스로 계속 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미래를 계획하면서 앞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거나 도전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안테나 역할을 하고 싶어요.” 



yena@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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