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50억 투자받은 싸이월드는 왜 임금체납의 늪에 빠졌나
입사하자마자 체납 겪고 퇴사한 사원들도‥
[캠퍼스 잡앤조이=남민영 기자] 2000년대 초반, 국내 SNS 1세대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가 최근 임금체납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2017년 8월 삼성에서 50억 규모의 투자를 받은 지, 1년 6개월 만이다.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QUE’를 출시하고 최근에는 싸이월드의 암호화폐 ‘CLINK’을 공개하며, 블록체인 기반의 보상형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을 예고했지만 자금난에 확실한 숨통을 틔워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싸이월드는 현재 11월 말경 지급되어야 할 사원들의 임금이 3주 넘게 미지급되고 있다. 회사 측은 “자금 유동성의 문제로 임금이 3주간 미지급된 것은 사실”이라며, “12월 25일 일괄 지급을 약속한 상태”라고 밝혔다.
사실 싸이월드의 자금난과 임금 미지급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싸이월드가 사용자에게 외면받기 시작하면서 2014년 당시, 소속되어 있던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분리됐고 이후 꾸준히 어려움에 시달렸다. 분사 이후에도 전 직원이 포기하지 않고 재기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열었으나 펀딩이 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은 더욱 심해졌다.
싸이월드에 밀려 사라진 전제완 프리챌 전 대표
싸이월드를 인수하다
2016년 지금의 싸이월드 대표인 전제완 씨가 자신이 소유한 미국 법인 ‘에어(Aire)’를 통해 싸이월드를 인수합병 하면서 회생 가능성이 열리는 듯했다. 전 대표는 1999년 인터넷 커뮤니티 ‘프리챌’을 만든 인물로, 당시 성공한 벤처 기업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서비스 유료화 전환 실패와 싸이월드에 밀려 프리챌이 쇠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악재는 이어져 2002년, 전 대표는 주금가장납입이 문제가 되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까지 됐다. 향후 무혐의를 받기는 했지만, 이미 프리챌의 경영권을 잃고 난 뒤였다. 때문에 그의 싸이월드 인수는 당시 업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재기를 꿈꾸는 전 대표가 부활을 시도하는 싸이월드를 인수해 성공의 포석을 공격적으로 둘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가 업계에 있었다.
△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 (사진제공=한경DB)
싸이월드를 인수한 에어는 동영상 채팅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전대표가 프리챌을 정리하고 재창업한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유아짱’과 결을 같이 한다. 전 대표는 유아짱이 전신인 에어 라이브 코리아와 싸이월드를 합쳐 동영상 소셜네트워크로 싸이월드를 탈바꿈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축포를 쏘아 올리기도 전에 임금 미지급 문제가 터졌다. 전 대표가 싸이월드와 합쳐진 에어 라이브 코리아 퇴직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 문제로 소송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퇴직한 직원 2명에게 2079여만 원의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 동일 회사 직원 6명에게 모두 1억 2703여만 원의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 하지 않은 혐의였다. 원심에서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지만, 대부분을 배상한 후 항소를 통해서 올해 2월 700만 원의 벌금형으로 감형받았다.
퇴사를 예고한 입사, 다시 시작된 임금체납
이와 같은 일이 있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서 임금 미지급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복수의 싸이월드 관계자들은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에도 예정된 지급일보다 이틀이 늦어진 후에야 임금이 지급되어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신규 서비스들을 이끌어갈 사원도 채용했으나 소문으로만 듣던 미지급 사태를 겪고 얼마 후 회사를 떠났다고도 말했다. 말을 아끼려 했지만, 임금 미지급 사태가 이번 만의 일은 아님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싸이월드는 임금 미지급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직군의 채용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뉴스큐레이션 서비스 QUE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싸이월드의 임금 미지급 사태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보고 있다. 신규 서비스 ‘QUE’가 성과를 거뒀음에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어 자금이 유동되게끔 만들기엔 역부족 아니냐는 시각이다.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QUE’는 삼성전자 AI 전략의 중심에 있는 ‘빅스비’와 연동해서 작동하는 기능을 갖추고, 언론인 및 전문가 집단으로 꾸려진 기획자들이 삼성과 힘을 합쳐 만들었다고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QUE는 4월 출시 후 3개월 만에 110만 회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미 독일과 중국 등에서 동일한 모델의 서비스들이 성공을 거둔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하지만 이후 QUE와 관련된 삼성의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은 싸이월드가 삼성 AI 플랫폼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제공했음에도, 회사의 재정난이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을 알았기에 단발 투자로 손을 뗀 것이라 입을 모았다. 하지만 투자를 진행한 삼성벤처투자는 “투자는 대상의 전망을 보고 두루 하고 있기 때문에, 싸이월드의 경우는 현재까지 단 한 번의 투자가 이뤄졌지만 단발성이다, 지속적인 투자다 완벽하게 결론을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싸이월드의 임금 미지급이나, 재정난에 대해 파악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투자 대상의 상태를 계속 체크는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당장 답변하기는 힘들다”고 전하기도 했다.
어긋난 행보 속 흔들리는 서비스
투자금의 문제보다 싸이월드 행보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관계자들도 일부 있었다. QUE가 출시 되기 직전인 3월, 싸이월드는 패션 기업 ‘데코앤이’를 인수했다. 데코앤이는 ‘데코’, ‘96NY’ 등 여성 기성복 브랜드를 가진 회사로 사업적으로 보기에 싸이월드와 무관하다. 당시 전 대표는 패션과 미디어를 결합하는 사업을 할 것이라 포부를 밝히며 데코앤이의 대표로도 취임했지만, 지난 8월 사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장사인 데코앤이를 통해 싸이월드를 우회 상장시키는 것이 목적이었겠지만, 막 출시된 신규 서비스의 정체성을 흔드는 전 대표의 선언과 시도가 다소 위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 싸이월드 3.0의 보상 모델 (사진출처=싸이월드 클링 홈페이지)
현재 싸이월드는 ‘싸이월드 3.0’ 프로젝트라 불리는 블록체인 기반의 보상형 플랫폼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용자가 SNS에 콘텐츠를 올리면 코코넛이라는 사이버 머니를 획득하고, 이를 모아 다시 싸이월드의 자체 코인인 ‘클링’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구조다. 이미 해외에서 이와 유사한 보상형 플랫폼인 ‘스팀잇’이 큰 인기를 끌었다. 내년 상반기 자체 거래소 설립을 목표로 싸이월드는 국내외에서 두루 투자처를 찾고 있다. 보다 확실한 비즈니스 활로를 찾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보인다. 임금 미지급 등의 자금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새 서비스 모델의 활성화가 시급해 보이지만, 아직 정식 오픈 전이라 향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최근 극장가에서는 위급한 싸이월드를 살려달라는 ‘병맛 광고’가 상영되면서 화제가 됐다. 들것에 실려 산소 호흡기를 달고 심폐소생술을 받는 환자가 사용자의 관심이 필요한 싸이월드라는 설정이다. 전성기 사용자 수가 3200만 명이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더욱 확실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용자의 관심보다 우선시 될 것은 회사를 구성하는 사원들이란 점을 잊을 때, 진짜 산소 호흡기는 떼어지기 마련이다.
moonbl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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