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문화영 대학생 기자] 등산하러, 혹은 산책하러 산에 올라갔다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자연 속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당신은 숲 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아이들을 본 것이다. 숲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들을 이끄는 사람이 바로 ‘유아숲지도사’다. ‘유아숲지도사’는 자연과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다. 현재 놀자숲연구소에서 유아숲지도자로 근무하고 있는 이원용 씨를 만나 직업에 대해 물었다.
△놀자숲연구소에서 유아숲지도자로 근무하고 있는 이원용 씨.
-유아숲지도사란.
“숲에서 아이들과 노는 활동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쉽게 말하면 아이들이 마음껏 숲에서 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자연과 어우러지고 신나게 잘 놀 수 있도록 배움 수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숲을 어색해 하는 아이들에게 숲 활동을 체험하게 한다.”
-숲에서 어떻게 놀 수 있는지 궁금하다.
“우선 아이들과 인사하고 간단한 주의사항을 전달하면서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숲에서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하니까 준비체조는 필수다. 체조를 통해 경직된 근육을 움직이고 아이들 사이의 유대관계를 조성한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위한 생태교육의 전반적인 과정으로 이뤄져있다. 자연을 해치는 일을 지양하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이 프로그램의 기본 바탕인데, 그 속에 과학, 숫자공부, 계절의 변화에 따른 감각 공부, 오감발달이 들어있다. 예를 들면 ‘이것이 무슨 나무인지’ ‘어떤 동물의 발자국인지’를 스스로 찾아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한다. 궁금한 것들을 서로 의논하고 토론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성취감을 통한 놀이도 병행한다. 지난번에는 도토리를 채집해서 ‘휴대용 루배’를 사용해 자세히 관찰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또 도토리를 던지면서 원심력과 거리감 감각을 익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나뭇가지를 이용한 별 만들기 등 체험활동도 한다. 자연은 과학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활동이 주를 이룬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연령대는.
“3세부터 초등 저학년까지다. 현재 놀자숲연구소의 프로그램에는 11세까지 참여할 수 있다. 주로 5살 이후부터 취학 전 아동들이 많이 참여한다. 여러 반이 있는데 학교반 같은 경우에는 아침 9시에 모여서 2시에 프로그램이 끝난다.“
-유아숲지도사로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생각해낼 때가 정말 많다. 천진무구한 아이들의 질문을 들으면 표현방식부터 어른들과 다르다. 그리고 그만큼 황당한 질문들도 많아서 자주 당황하기도 한다.(웃음) 숲프로그램에서는 각자 자신만의 ‘자연이름’을 정한다. 이날만큼은 자신만의 고유 이름을 사용하는데, 예를 들면 콩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콩순이, 청솔찹쌀떡과 같은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이름들이 나온다.
한 번은 집에서 매일 싸우는 남매가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막상 수업을 들으면서 동맹을 맺고 누나가 엄마의 역할을 대신하고 동생도 말을 잘 따르는 모습을 보여 걱정 가득했던 학부모가 크게 안심했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자연에서의 공존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같이 어울릴 줄 알고 이끌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깊은 감명을 받는다.”
-‘유아숲지도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일본에서 16년간 생활하다 한국에 들어왔는데,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의 부모들은 사교육에 대한 내용들만 주고받고, 아이들은 놀지도 못 한 채 학원만 다니고 있더라. 그런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 삭막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자연이 부족한 편이 아니지만, 나이 드신 분들 산책 코스로만 이용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또 최근 미세먼지와 황사 탓인지 근처 공원이나 놀이터에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아이들은 학원과 놀이방 같은 폐쇄된 공간에만 갇혀있고 노란 미니버스로만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스러웠다. 한창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이 실내에 갇혀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과 숲이 주는 놀라운 희망을 알려주고 돕고 싶은 마음에 유아숲지도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유아숲지도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하나.
“유아숲지도사가 되려면 먼저 산림청 사단 법인체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과정은 환경단체와 협업으로 이뤄진다. 이 외에도 평생교육대학원에도 관련 수업을 들으면 되는데 현재 배제대학교, 경북대학교가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생태교육계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배운다. 생태 부분에서는 나무, 곤충 등을 배우고 교육에서는 유아교육을 중점으로 아이들의 발달 과정과 응급조치, 유아지도에 대해서 배운다.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실습을 해야 하는데, 40시간 동안 유아숲지도사가 있는 각 교육처에 신청을 해 실습시간을 채워야 한다. 이후 평가에 따라 국가자격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국가자격증으로 전환하려면 경찰서에 조회를 받아야 하는데, 이유는 아이들의 지도에 하는데 있어서 자격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자격증을 수료하는데 약 3-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연령의 제한 없고 고졸 이상인 국민은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이뤄진다. 필기는 80점 이상을 받아 합격하면 실기로 넘어가는데 실기는 숲 프로그램 수업시연이다. 먼저 시연계획서를 제출하고 산림청에 접수를 한 뒤, 아이들 앞에서 직접 진행한다.”
-유아숲지도자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아이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건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에너자이저라고 해야 하나.(웃음) 기본적으로 유아교육적 지식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필수다. 흔히 ’지도사’라는 명칭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라 단정하지만,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이 어떻게 숲에서 잘 놀 수 있는지 프로그램 연구는 필수적이라, 단순히 생태계에서 그치지 말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근무 환경과 보수 등도 궁금하다.
“유아숲지도사가 되면 체험원 취업, 단체에 프로그램 선생님, 숲선생님 이렇게 다양한 방향으로 근무할 수 있다. 임금은 많지 않다. 숲지도사 같은 경우에는 2시간 수업에 5-6만원의 강사료를 받고 있다. 현재 놀자숲연구소에서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창업을 시도했다. 범위가 국한되고 적은 임금이라는 장벽에 얽매이지 않도록 유아숲지도사가 직접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저학년 아이들뿐만 아니라, 보호자들이 들을 수 있는 융합교육 수업이 예다. 이밖에도 생태교육 뿐만 아니라 임산부를 이용한 힐링 태교수업, 숲 치유 등을 제휴하고 있다. ‘유아’라는 범위에서 벗어나 어른들 또한 긴장감을 완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현재 숲지도사들이 새롭게 마주한 직업 환경이라 생각한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오늘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아숲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아직까지는 출산율에 따른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 같다. 모든 아이들이 유아숲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숲을 사랑하고 관심 있어 하는 정해진 아이들이 오기 때문이다. 또 IT와 AI 미래 산업, 4차 산업 등 문명의 발달과 기계화에 따른 두려움이 없지는 않지만, 모든 것은 자연에서 나왔다. 자연을 토대로 공부를 하고 가꾸고 만들고 지킬 줄 아는 ‘숲’이라는 곳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찾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직까지는 유아숲지도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나오지 않았기에 직업 전망은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자연을 무시할 수 없고, 오히려 자연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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