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폐지 현대차 “융합형 인재 확보 위해”… 삼성·SK·LG는?

입력 2019-02-27 15:30  


[커버스토리] 



현대자동차그룹이 창립 52년 만에 대졸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없애고, 직무 중심의 ‘상시 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전환한다. 정기 공채로 연간 1만여명을 채용해오던 현대차그룹이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공채를 없애는 파격적인 변화를 꾀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복합하는 미래 산업 환경에 맞는 융합형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공채 폐지 배경은 기존의 정기 공채 방식이 적시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향후 필요인력 규모를 사전에 예상해 정해진 시점에 모든 부문의 신입사원을 일괄 채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신입사원이 배치될 시점에는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상시 공채로 선발하면 부문별로 인력이 필요한 시점에 연중 상시로 선발이 진행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산업 환경에 맞는 인재를 제때 확보할 수 있다. 또 지원자 입장에서도 관심 있는 직무를 중심으로 필요한 역량을 쌓으면서 연중 상시로 지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이번 공채 폐지 결정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일하는 방식 혁신’ 차원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공채 폐지와 더불어 그룹 인사 조직이 쥐고 있었던 채용 권한과 책임까지 현업 부문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각 현업 부문이 특정 직무의 인력이 필요한 시점에 채용 공고에서부터 전형, 선발 등 모든 채용 과정을 직접 진행하기로 했다. 채용 주체도 본사 인사 부문에서 각 현업 부문으로 전환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부문별로 필요한 융합형 인재 형태는 다를 수밖에 없는 만큼, 앞으로 부문별 채용 공고를 통해 요구하는 역량을 상세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소서 문항 변경… 현업 주도형 면접 실시




사실 현대차그룹의 상시 채용 전환 분위기는 최근 몇 년간 조금씩 드러났다. 지난해 상반기 채용부터는 공식적으로 상·하반기 공채 외에 연구개발(R&D), 플랜트, 신사업전략, 경영지원, 국내영업 등 다섯 가지 부문에 대해 상시 채용 채널을 신설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상시 채용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구직자들의 불안감도 커져가고 있다. 채용 인원이 줄어들 수 있고 기존의 취업 전략을 수정해야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구성모 현대차 HR운영2팀 과장은 “이번 공채 폐지는 채용 규모 변화와는 관계가 없는 인재 확보 및 배치 효율성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채용 방식을 바꾸는 것일 뿐, 채용 규모는 기존에 채용하던 것과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채용 전형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구 과장은 “현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한 자기소개서 문항의 변화와 다양한 면접 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선 “자기소개서 문항에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 구 과장은 “기존에 제시돼온 세 가지 자소서 문항이 아닌, 현업에 따라 어떤 직무에서 어떤 역량을 요구하는지를 포함한 달라진 문항이 출제될 수 있다”고 답했다.

2008년부터 매회 두 차례씩 실시해온 현대차 인적성검사(HMAT) 폐지에 대해서도 “HMAT을 안 본다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까지는 서류 전형이 끝난 후 합격자에 한해 하루에 수만 명이 동일한 시험을 치르는 형태로 진행해왔지만, 앞으로는 직무별로 필요한 경우 면접날 소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HMAT에서 인성검사를 강화한 만큼 바뀐 채용 과정에서도 인성검사는 지속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면접도 현업 주도형으로 실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영업, 마케팅, 연구개발 등 각 분야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한 다양한 면접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 대기업 확산 전망… 삼성·LG·SK는 “아직”




현대차그룹의 변화가 채용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현대차그룹을 시작으로 상시 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ICT기업들은 정기 공채가 없고, 필요할 경우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과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그룹 차원의 공채는 없앴지만 계열사별 정기 공채는 유지하고 있다. 정기 공채를 통해 각 계열사별로 채용을 진행하지만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나 LG 인적성 검사는 그룹 차원에서 한꺼번에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아직까지 공채 폐지 계획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 신입 공채를 예년과 같이 진행한다. 롯데와 신세계 등도 기존 채용 방식에 변화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갑자기 공채를 폐지하면 채용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타 대기업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라며 “하지만 그룹 공채에서 계열사별 채용으로 변화하는 것에 더해, 아예 정기 공채 자체를 없애고 상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채용 시장의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ena@hankyung.com

사진=한국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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