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로 청년 창업 성공과 지역상생 꿈꾼다

입력 2019-03-22 17:27  


[캠퍼스 잡앤조이=남민영 기자]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지자체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다. 경상북도는 창업, 주거 지원을 통해 청년층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로 지역 상생은 물론 청년 일자리까지 챙기고 있다. 경상북도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는 만 39세 이하, 도시의 재능 있는 청년들을 경상북도로 이주시켜 그들이 직접 이끄는 문화예술창작, 창업 등 지원하고 있다. 민간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선발된 청년들은 1인당 연 3000만원의 활동비와 사업자금을 지원받는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전담 멘토들을 파견해 청년의 창업 활동을 돕고 이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이를 평가해 최대 2년까지 자금도 지원한다. 



△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는 청년 1인당 창업 및 이주 자금 3000만원을 지원한다. 

(사진=경상북도 경제진흥원 홈페이지)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는 2017년 시범사업을 통해 3개 팀 10명을 선정해 지원했고, 2018년 상반기에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에 선정되어 국비 12억원을 지원받았다. 행정안전부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당초 10명이던 지원 인원은 23개 시군 100명으로 확대했다. 2018년 선정된 총 53개 팀, 94명은 여전히 사업을 꾸려가고 있으며 그중 햇땅콩의 새싹을 키워 지역 마켓 등에 건강 식자재로 납품을 하는 한 청년 업체는 현재 월 400만원 정도 수익을 올리고 있다.

청년과 지역민 상생으로 사라진 ‘마을 공동체’ 의미 되찾아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통해 경상북도로 이주한 청년들은 자신의 사업체를 꾸리면서 지역민들과 자연스레 상생하게 되고, 이제는 희미해진 마을 공동체의 의미까지 경험해 볼 수 있다. 이들의 사업이 잘되면서 경상북도 내 청년들을 고용하는 일자리 창출 선순환 고리도 만들어졌다. 이렇게 사업과 주거가 안정된 청년들은 경상북도 안에서 결혼과 출산까지 하고 있어서 출산율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2017년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의 수혜를 받아 관광 핫스팟이 된 화수헌이 바로 이 선순환 고리의 대표적인 사례다. 경북 문경에 위치한 화수헌은 한옥을 카페와 게스트 하우스로 운영하는 곳이다. 주말 평균 200명이 방문하고, 지난 설에는 1천명 이상이 이곳을 다녀갔다. 팥, 떡 등 카페의 메뉴를 지역 농수산물을 활용해서 만들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 또한 돕고 있다. 대구와 부신 출신 친구 5명이 힘을 합쳐 연고도 없는 문경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문경을 알리는 마스코트로 활약하게 된 것이다. 



△ 화수헌 전경. (사진=화수헌 홈페이지)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이끈 이정우 경상북도 일자리정책관 청년정책팀 팀장은 “연고가 없는 낯선 지역에서 도시 청년들이 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과 함께 전방위적으로 청년들을 보살피고 소통한 점”이 해당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이라 말한다. 사업 초기, 중기에 필요한 교육을 파악해 프로그램화하고 다수의 청년이 희망하는 공통적인 프로그램은 상시교육으로 운영하는 등 창업 교육에도 경상북도청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앞으로는 경상북도에서 창업, 이주· 정착을 희망하는 타지 청년이 지역 자원 조사를 희망하면 차량 렌트비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이 팀장은 “지역별 거점 지원센터를 운영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청년들에게 노하우를 제공하고 맞춤형 교육, 컨설팅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빠른 시간 내 정착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웹툰으로 알기 쉽게 청년커플창업 지원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홈페이지)


청년커플 창업 지원으로 출산율까지 올린다

경상북도는 청년커플창업 또한 지원하고 있다. 창업을 희망하는 커플(부부)에게 1인당 3천만원씩 총 6000만원을 지원해 창업은 물론 지역 정착까지 돕는 프로그램이다. 2018년 10쌍(20명)에게 지원을 시작했고 올해 또한 지원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커플 유입을 통해 인구 증가와 일자리 창출, 아이 출생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팀장은 “사업구성원이 커플이라 상대적으로 책임감이 강하고 정착도 보다 안정적인 편이다. 영양군에서 지역의 특산물인 어수리 나물을 재료로 다양한 메뉴를 개발, 판매하는 청년 커플팀은 사업 확장으로 2명의 정규직원도 채용했다. 일일 매출도 1백만원 이상”이라고 지원 사업 성과를 설명했다. 

도원우 화수헌 대표 인터뷰

“꽃과 나무가 많은 멋진 한옥 카페와 게스트 하우스에서 이룬 창업의 꿈”



△ 도원우 대표(가운데)와 화수헌 직원들. (사진제공=도원우)


화수헌이라는 이름은 어떤 뜻인가.

“꽃과 나무가 많은 집이라는 뜻으로, 원래 이 한옥이 200년 전 가지고 있던 이름이다. 창업을 하려고 하던 당시 문경시청에서 이 한옥의 운영 및 관리자를 공모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 우리가 운영하게 됐다. 그때만해도 한옥의 마지막 소유자였던 분의 이름을 따서 최철재 가옥이라 불렸다. 혹시 다른 이름은 없는지 조사해보니, 화수헌이었던 걸 알게 됐고 그때의 이름을 지금도 쓰게 됐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대구에서 5년 정도 보험영업을 했었다. 남들처럼 결혼하고 집을 사기에는 당시 삶으로는 매우 힘들 것 같았고 또 삶이 소모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대학교때 선배, 동기, 지금의 아내인 여자친구까지 모두 모아 5명이서 창업을 하자고 도모하게 됐다. 전부 대구 혹은 부산 사람으로 문경에는 아무도 연고가 없었다. 펜션 등의 사업을 생각하며 6개월을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문경 공무원분들 그리고 동네 이장님이 우리를 제일 열린 마음으로 도와줬다. 그래서 문경을 사업거점으로 삼게 됐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통해 어떤 지원들을 받았나.

“연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사업의 가장 좋은 점은 생활비 지원이다. 청년이 연고가 없는 지역에 가면 사업을 위한 자본도 필요하지만, 월세도 내야하고 차도 있어야 하며, 생활비도 든다. 우리는 1인당 1000만원은 주거 등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2000만원은 사업 자금으로 썼다. 만약 우리 팀이 2명이었다면 사업자금이 총 4000만원으로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5명이다 보니까 사업자금이 총 1억원 가까이 되면서 사업도 그나마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 지역 대표 먹거리들을 재료로 삼아 시그니처 메뉴를 만든 화수헌. (사진=화수헌 홈페이지)


화수헌은 지역 식재료 등을 메뉴에 적극 활용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커피나 우유를 제외하고는 다 문경산 식재료를 쓴다. 대표적으로 인기 메뉴인 떡와플 세트를 만들 때 문경 찹쌀을 쓴다.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지역 주민과 상생하지 않으면 지역에 녹아들지 못할 것 같았다. 우리가 잘 되고, 마을도 함께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아쉬운 점이 현지 마을의 특산품은 쌀, 콩, 양파라 그분들의 식재료를 바로 사서 활용하려면 신메뉴를 개발하거나 다른 유통 방법 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보완해보려고 지역 특산품을 가공해서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

가장 보람될 때는 언제인가.

“지난해 10월에 화수헌에서 국악공연을 했었다. 마을 어르신들, 일반 고객도 모셨는데 마을 어르신 중 한 분이 공연에 감동받아 하시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 문화생활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지역 어르신들에게 이런 행사를 열어드린 점이 우리도 좋았다.” 

어떤 청년들에게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추천하고 싶나.

“자존감이 높고, 활동적인 분들에게 추천한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시청이나 지역 주민들과 잘 어울리는 것도 핵심이라, 스스럼이 없는 분이면 더욱 좋겠다. 또 2~3명 보다는 최소 5명을 꾸려서 사업을 시작해야 서로 역할 분담이 되면서 정착률도 높아지는 것 같다.”

moonbl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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