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소통이 보드게임의 진짜 매력"…이주형 보드게임 카페 '탁상공론' 창업자

입력 2019-04-02 10:30  




보드게임 카페 '탁상공론' 창업자 이주형(24) 씨.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하민 대학생 기자] 온라인 게임의 등장으로 침체기를 겪었던 국내 보드게임 산업이 최근 '뉴트로'의 흐름을 타고 놀이 문화로서 재부상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시장 1위 업체인 코리아보드게임즈는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6.4%의 성장률을 보이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어떤 매력이 젊은 세대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일까. 

보드게임 카페 '탁상공론' 창업주 이주형(숭실대 언론홍보학, 24) 씨는 "활발한 소통을 통한 인간적인 교감이 보드게임이 가진 힘"이라고 답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창업에 성공한 그는 보드게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대학가 여가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탁상공론 카페에서 이주형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보드게임 카페 '탁상공론'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달라.

"'탁상공론'은 O2O(Online to Offline) 모델로 운영되는 보드게임 카페다. O2O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동작구 상도동에 보드게임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차후에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탁상공론 관련 콘텐츠들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탁상공론' 상호가 흥미롭다. 카페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무엇인가.

"탁상공론은 '탁상 위에서 나누는 허황된 논의'를 뜻한다.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보드게임에서만큼은 조금은 엉뚱하고 허무맹랑한 생각이라도 친구끼리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답이 있는 플레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직감과 생각을 존중하는 보드게임 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탁상공론'이라고 이름 지었다. 공교롭게도 보드게임 역시 '탁상'에서 이루어지지 않는가.(웃음)"

국내 보드게임 카페는 2000년 전후로 침체기를 겪다, 최근 들어 젊은 세대에게 다시 인기를 맞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다. 보드게임 카페가 2000년대 초 쇠락한 이유는 PC방의 등장 때문이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PC방을 찾게 되었고 보드게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들과 마주보고 인격적인 교류를 하며 게임을 즐겼던 예전 방식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에 젊은 세대가 호응하며 인기가 되살아난 것이다. 이를 보면 보드게임도 일종의 '뉴트로 감성'인 것 같다."



'탁상공론' 내부 전경. 학생들이 얼굴을 맞대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온라인 게임과 비교하여 보드게임이 갖는 매력은 무엇인가.

"보드게임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한다. PC방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는 것은 주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볼 뿐 인간적인 소통이 일어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보드게임을 할 때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활발하게 대화하며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고 게임의 결과가 예측하지 못한 색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다양한 변수가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보드게임의 매력이다."

보드게임 카페 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다른 카페와 차별화된 전략이 있나.

"우선 지속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보드게임 카페는 손님들에게 '할리갈리'처럼 설명하기 편하고 한번 던져주면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만을 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탁상공론은 고객들이 보드게임의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색다른 게임을 계속 추천해드린다. 또한 난이도가 높은 게임도 손님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는 법을 연구하고 있다. 조만간 각 게임의 가이드와 플레이 영상을 콘텐츠로 만들어 제공할 예정이다. 또 하나는 접근성이다. 보드게임 특성상 여러 명이 카페를 방문하게 되는데 그 중 한명이라도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면 다 같이 즐기기 힘들고 지속적인 방문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타 카페보다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함으로써 손님들이 부담 없이 보드게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탁상공론'은 고객들이 보드게임의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색다른 게임을 계속 추천한다.









원래부터 창업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는가. 보드게임 카페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창업을 생각하기 전에는 특별히 관심 있는 진로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학교 선배와 우연히 보드게임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청각 장애가 있는 나에게 상대방과 면대면으로 즐겁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추구하고 있고 이런 보드게임의 매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창업하게 됐다."

창업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창업에 처음 도전했기 때문에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예를 들어 임대료가 80만원이면 그것만 내면 되는 줄 알았으나 거기에 관리비, 부가세 등도 붙더라. 이런 세무적인 부분은 관심을 안 가지면 잘 모르기 때문에 특히 어려웠던 것 같다. 준비성이 뛰어난 성격도 아니어서 직접 부딪혀가며 알아가다 보니 '과거에 이렇게 하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창업에 도전하면서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인가.

"첫째는 '정보'다. 사업의 전략적 이점, 시장 환경, 소비자 특성 등 내 창업 아이템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나의 아이디어가 좋아도 그것이 시장과 맞지 않는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둘째는 '팀'이다. 창업은 혼자 하기 힘들다. 실제로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 창업 사업에서는 팀의 역량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다양한 역량을 지닌 동료와 함께 도전하는 것이 창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책장 안에 다양한 보드게임들이 진열되어 있다.









앞으로 탁상공론을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인가. 

"온라인 플랫폼의 역량을 갖추게 된다면 카페를 무인으로 운영하여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보드게임 카페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 중 하나가 게임 설명이다. 종업원이 설명하는데 짧으면 5분, 길면 20분이 걸리기도 한다. 유튜브를 통해 가이드 영상을 제공하면 손님들이 카페 방문 전에 미리 게임에 대한 숙지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설명으로 소모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학교나 정부에서 청년들에게 창업 지원을 많이 해준다. 내가 어떤 혜택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잘 알아보고 창업하는 데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창업 이후에는 정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장의 상황은 급변한다. 이런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min503@hankyung.com

[사진=이하민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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